그래서 아카리양을 한 번 그려봤습니다.
근데 아 역시 망했으요.
이런 아가씨가 현실에 있다면 어떨까 싶어서 취향대로 그려봤는데 역시 FAIL.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싶어서 생각해보니 호러든 멜로든 전부 코미디로 만들어버리는 70년대 영화 간판. 아하.
나름 열심히 그려 볼 거라고 중간 중간 저장해서 gif까지 만들어 봤는데 결국 오오모리 FAIL.
뭐, 그건 그거고.
작가의 전작 하니와 클로버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알고보니 처녀작. 우와! 천재 등장인가?
싶어서 사서 모았다가 군대갔다오니 죄다 어디론가 행방불명.
게다가 후반 이야기는 어딘가 몽유도원인줄 알고 찾아갔더니 황천길이더라, 는 느낌으로 시망ㅋ.
그냥 러브 코미디인줄 알고 봤더니 한국 드라마 뺨치는 막장 엔딩. 더하기 답 안나오는 "인생 왜 사냐?" 주제로 워프.
(사족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야마다가 마음에 들었는데 여자들 시각으론 완전 불여시라는 걸 알고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고난을 내렸던 건가?)
그리고 나온 게 이 3월의 라이온입니다.
나온지는 한참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 크게 데인터라 그냥 봉인해두고 있었지요.
그러다 묘한 기회가 닿아서 1권을 보게 되었는데, 이게 은근히 재밌더라 이말입니다.
하지만 어둡습니다. 컴컴합니다. 시꺼매요.
역시나 우미노 치카씨. 원래 개그맨들이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더 크다지만 만화가에도 그 공식은 적용되나 봅니다.
다만 비슷한 느낌의 만화를 그리는 킨다이치 렌쥬로씨(하레와 구우, 니코이치 작가)가 만화의 요소요소에
자신의 검은 부분을 그래도 끝까지 희화화해서 절묘하게 배치하는 반면, 우미노 치카씨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 앞에 선로가 끊어진 게 뻔히 보이는 탈선기차를 폭주시키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킨다이치씨는 장르 자체가 아예 개그 만화고, 이쪽은 그래도 일단 순정 연애만화에 개그가 첨가된 거니
둘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만.
주관적 견해로는 프로 만화가의 기준에선 킨다이치씨의 완급 조절능력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미노 치카씨는 작가 자신이 작품에 너무 격하게 몰입하는 부분이 상당히 눈에 띄지요.
하지만 이게 또 재능이라면 재능인데, 이 작가의 감수성 폭발이 독자에게도 정말 잘 전달되기 때문에 감정 이입의 정도가 다른 만화와는 확실히 다릅니다. 푹 빠지는 게 아니라 완전히 격침 수준.
문제는 이게 또 사람을 가린다는 것.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할만한 만화입니다.
그리고 정식 발매된 5권까지 다 읽은 지금. 제 심정을 표현하자면
"으아아아아!!!!"
방학때 여행갔다 온 거 + 내년 러시아행 자금마련 + 신학기 때문에 돈은 쪼들리는데 어떻게든 사긴 해야겠고.
가격은 권당 8천원이고.
아카리, 히나, 모모 세 자매의 생기발랄 에너지 덕분에 찌질이 주인공의 다크 포스를 어떻게든 견뎠는데
이야기가 돌아가는 걸로 봐선 이 작가, 생기발랄 자매들에게 시련을 내릴 모양이고
...뭐, 그래도 재미는 있으니까.
.
최근 그닥 좋지못한 일들에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자기혐오 시즌까지 겹치면서
"에이, 인생 별거 있나.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어제부터 현실도피중이었습니다만.
이 작가, 이야기는 굉장히 어두운데 원래 캐릭터 회사 출신이라 그런지 캐릭터는 정말 귀엽게 뽑아내지요.
특히 작중의 히나타는 보고 있으면 "이런 딸 있으면 정말 아빠 할 맛 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나도 언젠가 아빠가 되겠지. 그러면 다시 할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은 눈 앞이 캄캄하지만 언젠간 나도 내 가정을 꾸리고 살 거니까. 음. 네. 반드시.
언젠가 자식을 키우고 모범이 되어야 할 때, 주인공 말마따나 "도망치치 않았다는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자 다시 시작합시다.
첫댓글 무플방지위원회에서 왔습니다...
그림 잘 그리시네요... 다만 누군지 모르다는 점...
무플방지위원회라니, 정말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있으시군요. 캐릭터는 사실 원본과 굉장히 많이 다릅니다. 신경 안 쓰셔도 되요.
3월 라이온은 소설인가요?
만화입니다. 순정만화주제에 일본식 장기라는 초 마이너 아이템이 소재지요. 주제는 어둡지만 개그도 있고 소소한 재미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번 보아야할듯하군요... 일본식 장기라... 사키가 생각나네요... 마작 소녀들의 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