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위로가 되는 성인들 2.
두 번째, 모든 성인들의 삶이 우리에게 희망과 위로가 됩니다. 성인들의 삶은 각양각색이지만, 실상은 한 방향입니다. 즉, 하느님을 오롯이 섬기면서 그분 뜻에 전적으로 헌신하는 삶이었습니다. ‘행복 선언’(마태 5,3-12)에서 언급된 이들처럼, 성인들은 하느님만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가난하게 살았고 슬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또한 하느님을 삶의 중심으로 모시고 살았기 때문에 온유했고, 옳은 일에 목말라했며, 자비를 베풀었고, 깨끗한 마음을 지녔으며, 평화를 위해 헌신하였고,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까지 당하였습니다. 이런 삶은 세상에서는 손해를 보고 바보 취급을 받기까지 일쑤이기에 세상 사람들은 그런 삶을 꺼려 합니다. 하지만 성인들을 통해서 그런 삶이 참된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이 드러났고, 그분들이 우리에 앞서서 먼저 이런 길을 가셨기에 우리 역시 기꺼이 그 길을 뒤따라갈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성인들은 그들의 약점과 불완전함을 통해서 우리에게 희망과 위로가 됩니다. 성인들은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이 약점과 결점을 지닌 분들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을 세 번 배반하는 약함을 보였고,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 신자들을 박해했던 분이었습니다.
또한 성인들 중에는 모난 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서 예로니모 성인 축일의 찬미가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사나운 사자처럼 날카롭게 진리의 원수들을 변박하셨네.” 진리에 대한 열성 때문에 진리에 거스르는 사람들에게는 사자처럼 사나왔다는 말인데, 이런 표현을 통해서 예로니모 성인의 성격이 매우 격하지 않거나 추측하게 됩니다. 성인들 중에는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열정이 너무 뜨겁다 못해서 주위 사람들을 거의 태울 정도까지 가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성인 밑에 순교자 나온다.”라는 농담이 생긴 것 같습니다.
성인들도 우리와 똑같이 약점과 모난 성격을 지니고 완덕의 길로 정진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약점과 결점이 많은 우리 역시 아주 가망이 없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 훌륭한 목수는 나무의 재질과 결, 옹이까지도 살려서 좋은 가구를 만들 듯이, 하느님께서는 한 사람의 특성뿐만 아니라 약점까지도 존중하면서 오나성에로 이끄십니다.
초보자가 산에 오를 때 앞서서 길을 인도하는 사람이 있으면 한결 수월하게 등산할 수 있습니다. 성인들은 신앙의 산길을 인도해 주시는 분들입니다. 우리에 앞서 신앙의 길을 간 성인들을 기억하면서, 그분들의 전구에 감사드리고, 그분들의 삼과 고난에서 위로를 얻으며, 그분들의 인간적인 약점과 결점을 보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성인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고난에 찬 생애를 살았습니다. 어쩌면 성인들은 자기가 처한 고난을 자신의 ‘십자가’로 알고서 이를 감수한 덕분에 성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성인들은 남보다 더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당하면서도 경직되지 않고 여유를 보였습니다. 예를 들면 토마스 모어 성인이 그랬습니다.
토마스 모어 성인은 19세기 초 영국의 명재상이었으나 당시 국왕 헨리 8세의 이혼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형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쌓아 온 명예와 사랑하는 가족은 물론, 하나밖에 없는 목숨까지 잃으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습니다. 성인은 단두대에서 죽기 직전에 사형 집행인에게 다음과 같은 농담을 했다고 합니다. “내 수염은 자르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내 수염이야 국왕에게 반역한 적이 없으니 말이오.”
토마스 모어 성인이 지은 <유머를 구하는 기도>에서 그가 얼마나 낙관적으로 살았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주님, 저에게 충분한 소화력을 주시고
소화할 음식도 주소서.
건강한 몸을 주시고 또 이를 되도록 잘 간직하는 데
필요한 감각을 주소서.
죄에 빠졌다 해서 절망하지 않고,
사물을 다시금 제정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주님, 착한 것과 깨끗한 것을 분별할 거룩한 마음을 내려 주시옵소서.
따분함도, 불평도, 신음도, 탄식도
모르는 마음을 주소서.
갈수록 볼품이 없어져 가는 ‘나’라는 것에 관하여
너무 신경을 쓰지 않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 생활 속에서 자그마한 기쁨을 알고,
남에게도 그 기쁨을 전할 수 있도록 유머 감각을 주시고
농담을 이해할 은총을 내려 주옵소서.
- 호세 욤파르트, <가톨릭과 개신교>
한국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도 자신을 죽이려는 휘광이(회자수)에게 어떻게 하면 칼로 목을 치기가 좋으냐고 물으면서 그가 요구하는 자세를 취하였다고 합니다. 성인들은 이렇게 역경 중에서도 여유를 보였습니다. 깊고 굳건한 신앙의 소유자였기에 그럴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무에서 새상 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을 굳건히 믿는다면 세상 사람들이 애지중지하는 부와 명예, 사랑은 물론,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으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성인들의 굳은 신앙을 본받을 수 있도록, 또한 그들처럼 고난 중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을 수 있도록 기도 중에 자주 필요한 은총을 청하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아 멘
'신부님 ! 성인의 발자취 ,('토마스 모어 성인')를..
새로움 영적선물 입니다.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