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라도 시작하자
누구에게나 똑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그 시간을 똑같이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난 시간들을 아쉬워하며
뒤늦은 후회를 하곤 한다.
그러면서 작심삼일의 계획이라도 세운다.
그렇게라도 해야만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출가한지 이제 2년이 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군대보다도 더 엉뚱하고 독특한 집단이 승가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스님들은 다 여법하고 옳은 일만 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 그렇지도 않더라.
가끔은 이런 말을 하는 내 스스로도 솔직히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2년 동안 대중 속에 있으면서
일부 스님들이 늦은 출가에 대해 많은 후회를 하는 것을 봤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더 많은 후회를 하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닦아야 되지 않을까?
답을 자꾸 가려두고 한숨만 쉬며
지난날을 하소연 하는 건 정말 바보 같은 행동이다.
얼마 전에 읽은 책 중에서 재밌는
인생 시계 계산법을 알게 되었다.
하루 24시간 1440분, 평균수명 80세,
인생시계는 1년에 18분씩 간다.
조계종 평균 출가 연령 40세,
인생시계는 오후 12시 정각이다.
이제 막 점심시간이 시작되었다.
점심을 먹고 나면 커피도 한잔 마셔야 되고 업무도 봐야 되고
퇴근하고 저녁 먹고 할 일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그런데도 나이를 핑계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으려는 스님들이 꽤나 있는 것 같다.
대충 강원에서 살다가 졸업하면
선방이나 간다는 이런 생각을 가진 스님들이 과연 선방에서
자신과 싸울 수나 있을까?
우리에게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고
다행히 스님들은 속인들보다 생명력(?)이 좀 더 길다.
또한 출가 수행자라고 해서
모두 이번 생의 성불成佛이 목표인 것은 아니다.
참선을 좋아하는 스님이 있고 포교를 좋아하는 스님,
옆에서 공부하시는 스님 뒷바라지를 해주는 스님도 있다.
하지만 참선을 한다고 해서 안거수만 늘려서도 안 되고
포교 한답시고 재색에 눈이 멀어서도 안 되고
뒷바라지 핑계로 본인 공부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왜냐면 출가자는 스스로에게 철저해야 되기 때문이다.
강원 생활을 하면서 스님들을 두부류로 나눠 보았다.
계획성 있는 스님,
그렇지 못한 스님(일명 무대포) 계획성 있는 스님들은
대부분 출가 동기가 분명하다.
학업에도 충실하고 어떤 소임이든 마다하지 않고 성실히 살아간다.
반면에 무대포 스님들은 출가 동기도 가지각색이다.
졸업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고 매사에 대충이다.
그러면서도 고집은 또 얼마나 쎈지.
신심을 무기로 도반 스님들을 뇌고惱苦롭게 한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건 이런 분들 가운데
나는 아니겠지’하며
본인은 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착각에 사시는 분들이다.
헐 ~ 이글을 읽고 있는 스님이 좀 찔리지는 않으시나요?
계획 없이 시간을 보내는 건 게으름의 시작이다.
빈둥빈둥 지대방 구석에서 등을 붙이고 있을 바엔
그냥 무슨 일이든지 시작하라.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
맑은 날에 할 일을 미루면 분명 비오는 날이 온다.
뒤늦은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라.
시작도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뭘 망설이는가. 지금부터 시작하래두!!!
모셔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