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이라는 밥상
최 병 창
물속의 깊이란
들어가 보지 않는다면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물이란 상대적인 표정이 없기 때문이다
양념이란 때론 물의 깊이와 같이
알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알게 모르게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맛을 보아야 만이
입맛의 깊이를 가늠할 수가 있는 것
그렇다고 양념이
식사의 반찬은 전부가 될 수 없듯
어우러진 물속의 깊이와 같은
진심이란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아마도 맨손일 때에
가장 순수한 물속의 깊이를 알 수 있듯
짜거나 싱겁거나 맵거나 달거나
양념에게
기도한다고 입맛은 달라지지 않는다
밥이란 매일 바뀌진 않지만
양념이란 반찬에 맞춰
입맛을 들추어내야 하는 것
그렇기에
밥상의 안쪽은 항상 비워놓아야 한다
양념이란 물속의 깊이와 같이
입맛을 달구어내는 수단이 아니라면
신비에 가려진
환상의 입맛이란 혓바닥이 전부일 수밖에.
< 2016. 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