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BS에서 방영하는 '인간극장'을 보는 취미가 생겨버렸다. 이번주 방영분은 8살에 과학영재고에 입학한 '천재' 송유근군의 이야기. 뭔가 대단해보이지만 "천재란 역시 피곤하구나,나처럼-ㅅ-*" 이란 얼토당토않는 생각도 든다.
이런 와중에 인간극장 시리즈중 가장 인상이 깊은게 무엇일까 싶어 뒤져보니 "꾸러기 스님들" 이란 프로그램이 아주 제대로 히트였단다. 얘기는 예전부터 많이 들었는데 그게 벌써 3년전 방송이라 엄두를 못내다가 수경사 사건도 터지고 해서 궁금한 마음에 어제 KBS 다시보기(KBS는 다시보기가 무료당...앗싸아..ㅠ0ㅠ)로 기어코 찾아내서 봤다. 이 어리석은 중생의 첫 감상이라면-_-;;
"어우 미치도록
귀여우십니다...
ㅠ_ㅠ"
귀여운 것도 귀여운 건데, 뭔가 감동이 밀려온다고 해야할까.
나는 종교가 없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은 다 종교가 없다. 딱히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
종교를 가지기엔 우리 가족 다 게으름의 화신이기 때문이다-_-......따라서 아기스님을 직접 본 적은 한번도 없을 뿐더러, 스님이 계신 절에 가본 일은 5번도 안 넘고, 그나마도 동자승을 본 일이라면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뿐이였다. 그래서 그런 건지 그 어린 나이에 예불드리고, 불경외우는게 안쓰럽고 하면서도 너무 대단하십니다-란 말 밖엔 안나온다.
백화도량 해인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유명한 "해인사"가 아니라 50이 넘은 무학스님께서 어린동자승들과 함께 전남에 직접 만드신 절이다. 2000년에 성철스님을 거두신 게 동자스님들과의 첫 인연이라고. 그후 너무 심한 장난꾸러기 성진스님, 맏형 성근스님, 착하고 바지런한 석철 스님등 총 4명의 동자스님과 복작복작하게 살고 계신 모습이 인간 극장 1부에서 5부까지 내용에서 나왔다. 그후 2003년 방영분인 6부~10부까지는 지난 방송으로 인해 스님이 9분이나 더 늘어 총 13명의 동자승의 이야기...;;부모에게서 버림 받은 스님도 있고, 미혼모의 자식인 스님도 있고, 학대받다 이리로 오신 스님도 있고 자의적으로 온 스님은 없지만 다들 어찌나 구김살 없고 씩씩한지 역시 사내아이 13명이 엉켜지내다 보니 머리가 멍-해질도록 시끄럽고 다투기도 잘 다투고...정신없다.
스님 두분이 다퉈서 벌로 그 두 스님에게 그만 하라고 할 때까지 부처님께 절하라고 하였더니 지켜보던 다른 아기스님 9명까지도 어느새 다같이 부처님께 절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였다.
나이대는 2살부터 8살까지의 동자스님들이다. 그래서 부처님께 절하는 모습 보면 뒤뚱거리며 머리부터 픽-쓰러지는 모습이 영락없는 아기다. 병원에 진찰받으러 간 4살 성진 스님에게 병원 의사선생님이 아이스크림을 하나주었더니 안 먹고 밖에서 기다리는 친구스님들이 있는 데로 한 걸음에 뛰어가 13명에게 아이스크림을 먹여주며 나눠먹는 장면에선 어쩐지 아기스님의 모습에서 성스러움까지 느껴졌다.
그런데 보면서 정말 이 아기스님은 장차 큰스님 되실 재목이다-라고 느낀 동자스님이 계셨다.
바로 5살 성철스님.아마 올해에는 8살이 됐을 거다. 방송만 봐도 무학스님께서 이 성철스님을 얼마나 아끼는 지 보일 정도로, 정말 총기가 빛나는 아기스님이랄까. 무학스님께서 나는 못 되도, 우리 성철이는 큰 스님 될거다. 그게 내 낙이고 목표다 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실 정도였으니까.
혹시 '불교계의 전설'이라 불리우는 93년도엔가? 입적하신 성철큰스님을 알고 있는지? 성철스님께서 입적하셨을 때 내가 고작 9살이였는데도 온나라 국민이 애도하고 연일 성철큰스님 일대기 틀어주고, 우리 시대에 함께 한 부처-라며 슬퍼했었던 분위기가 기억이 난다. 불교라면 "-_-알게뭐야" 이런 우리 아버지마저도 성철큰스님은 대단하고 존경받으실만한 분이라고 돌아가셨을 때 성철스님관련 책을 2권이나 사셨으니까-_-;;;
그 책에서 읽었던 성철스님 관련 일화중에 이런게 있었다. 신도들이 자꾸 큰스님만 찾고, 수발드는 동자승들에겐 반말을 해대며 막 대하니 그 신도더러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동자승을 최고로 귀하게 여겨야 해.
아기 중이 커서 큰스님 되는 거야."
그래서 그런 걸까? 성철아기스님은 성철큰스님이 환생 하신 거라고 믿는 분들이 많다.
무학스님은 2000년 2월 어느날 성철 큰스님이 해인사를 찾는 꿈을 꾸셨다고 한다. 꿈에서 성철스님이 사라진 자리에 한 동자가 서 있는 꿈을 두번이나 꾼 후에 성철 동자승이 찾아왔다고. 성철동자스님은 다른 아기스님들과는 다르게 부모가 모두 살아계시고 할머니도 계신다. 2살 때 몸이 아파 온갖 병원에 다 돌아다녀 보아도 못 고친다 해서 성철아기스님의 할머니가 백방으로 알아보았더니 스님이 될 운명이다-라고 들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꿈속에서 해인사로 데리고 가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그래서 성철스님의 엄마아빠의 반대를 뿌리치고 성철스님을 살리기 위해 합천 해인사로 가던 중 무학스님을 만났다고 한다. 그래서 무학스님은 성철큰스님의 법명을 따서 "성철"이라는 법명을 주고 지금 절도 "백화도량 해인사" 로 이름 붙였다고 한다. 지금은 상좌(그러니까 아기스님들 반장격?ㅋ)로 있다. 그만큼 성철아기스님한테 거는 기대가 크신 듯.
그런데 정말로 성철스님은 다른 동자승들과도 확연히 틀려보이더라.
다른 아기스님이 엄마 보고 싶다고 엉엉 울 때, 성철스님은 집에 보낸다고 하면 엉엉 운다.
집에 가면, 엄마도 때리고, 아빠도 때리고, 할머니도 때리고, 큰아빠도 때리고...그래서 집에 안 갈래요. 라는 거짓말까지 해가면서(누가 이 귀한 아들에게 손을 댔겠는가. 거기다가 3살때 왔는데 무슨 기억이 있겠어;; 엄청난 거짓말에 황당해 하시던 무학스님..ㅋㅋㅋ) 91세의 조계종 최고원로 백양사 방장스님 서옹스님 앞에서 다들 조용해진 동자스님들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스스럼 없어뵈여서 과연 저 것이(스님 죄송요;) 5살이 맞긴 맞는거냐-_-;;; 란 의심이...마치 달라이 라마의 환생으로 태어난 아이를 골라낸다던 테스트의 한국판같았어. 다들 서옹스님이 주시는 용돈 받아 잘 가는데 혼자서 계속 돈 안 받겠다고 찾아갈 때마다 거둬내고. 성장기 어린아이들인지라 아무리 불가에 있다 하더라도 동자승들에게 한두달에 한 번쯤 고기를 먹여준다고 한다. 친구스님들이 다들 고기반찬에 달려들 때, 그 쪼그만한 5살짜리 어린아이가 "저는 커서 스님이 될거라 고기 안 먹을 거에요" 라며 고기에 손도 안대는 그 꿋꿋함-ㅅ-;;(난 고기 없어서 못 먹는디;) 가족에게 전화가 와도 받으려고 하지 않고, 안으려고 해도 밀쳐내고. 얼마나 독하신지 할머니를 할머니라 부르지 않고
끝내 "보살님" 이라 부르더라구. 어른들도 친혈육에게 그러기 쉽지 않은데 말이야. 가장 놀라웠던 건, 이 성철아기스님이 자면서도 염불을 하더라니까;;; 가끔가다 나이 드신 노스님들이나 큰스님들이 잠결에 그러신다고 하더라구.새벽 4시에 무학스님이 홀로 예불 마치시고 방에 들어가시면서
"대비주" 라고 한마디 하시니까 이 5살스님이 잠을 자면서도 무의식중으로 염불을 외는데
"와...진짜 저 분은 큰스님 되시겠다" 이소리가 절로 나더라.
아직 뭣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 그렇게 머리 깎아놓고 앞으로 갇혀살 인생이 불쌍하지도 않냐-라고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머리를 깎을 때는 아기스님이 원할 때만 깎고, 놀이동산도 데려가고 다들 신나게 짹짹거리며 놀고 있는 걸 보면 그런 말도 안 나올거다. 12살 짜리 초등학생이 자기발로 스님되겠다고 찾아왔다가 나가겠다고 할 때 무학스님께서 두번 묻지도 않고 보내주시는 걸 보면서 아기스님들의 미래는 우리가 괜히 심통내고 화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아마도, 세상으로 나가겠다면 보내주실 거다. 지금은 인원이 많이 늘어서 47명 정도 된다고 한다. 스님 혼자서 애들을 감당하시려니 얼마나 힘이 드실까. 인원도 많이 늘은데다가 지원이 많은 것도 아니라 탁발도 다니시며 동자스님들이 편히 잘 수 있도록 절 건축 시주 받고 계시던데. 여기 사진에서야 멀쩡히 절같이 생긴 곳에서 찍혀있지만 실제로 사는 곳은 컨테이너 박스던데. 가서 천원이라도 내야되겠다.
이번 여름에 백화도량 해인사에 가보고 싶다. 웃음소리가 꽉꽉 들어찬 곳에.
법당안에서 아기스님들과 무학스님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던 중 성철스님의 말.
"스님, 저 할 말 있어요. 나요, 크면요,
꼭 스님이 되서 중생들을 제도할 거에요.
그러고요, 부처님이 될래요"
"그래, 우리 성철이는 꼭 부처님 되겠다"
스님, 그 마음 그대로 성불하세요
첫댓글 아~ 성철스님 꼬옥 부처님 되실거예요 성불하세요 제가 이렇게 두손모아 기도 드릴게요() () ()
감사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