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동네 목욕탕 / R=VD돈많은백수 》
별 생각없이 산 생리컵 브랜드가 낡고 지친 직장인을 정보통에 글까지 쓰게 만들어버린 건에 대하여.
바로 티읕이라는 브랜드야.
생리컵 입문용으로 접해본 사람도 있을거야.
남매 둘이서 만든곳인데
누나분이 100명이 넘는 여성들을 모아서
같이 직접 써보면서 몇 년간 만들었대
보니까 상시적으로 기부를 많이 하는 것 같았는데
그 중에서도 <T-DAY 28> 이라는 기부 프로젝트가
엄청 신선했어.
세계 여성의 날이 28일이고,
생리 주기가 28일이라서
매월 28일마다 28개의 생리컵을 기부하는 거래.
(여기서부터 약간 집요함이 느껴짐)
근데 더 중요한건 기부 방식이야.
1. 시혜적인 퍼포먼스가 아니라 개인에게 신청기회를 줌.
그냥 일반 단체에만 기부하는게 아니라
개개인 취약계층한테 직접 신청을 받아서 기부한다는 내용이야.
맨날 뉴스에서 기부기사 볼때마다
난 그게 항상 ‘진짜 필요한 사람한테 기부가 될까?’ 라는 의문을 품고 있었거든.
(돈 떼먹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 나만하나 ..? ㅋㅋㅋㅋ)
근데 직접적으로 필요한 사람한테 보내주는 데다가
한번도 아니고 매번, 매달마다 이런 기부를 한다는 건..
수익적인 면에서는 사실 도움이 전혀 안되는 일인 거잖아
그래서 이사람들 진짜 진심이구나.. 하는게 느껴졌어.
2. ‘취약계층 여성’ 에게만 신청 자격을 줌.
제품을 받아도 사용방법이 생소해서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월경 용품이 간절히 필요한 취약계층 여성을 대상으로 기부하는거래.
3. 근데 이 취약계층 증명이 아주 쉽고 포괄적임
구비서류 얘네는 그냥 관련 서류 한장
신분증 사본 한장이면 끝이야.
보통은 이런거 하면 생각보다
상당히 조건이 까다롭고 복잡해서
신청을 하란거야 말란거야 싶은 게 많잖아.
그 과정에서 포기하는 사람들도 꽤 많을거라고 생각하거든.
근데 내가 취약계층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복잡한 과정과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게 좋았어.
취약계층 여성 기준이 있는데 소득기준만 있는게 아니고 생각보다 엄청 다양해.
성매매 피해를 입은 여성분들,
경력단절여성, 가정폭력피해자
한부모가족, 이민자, 범죄구조피해자 등등 모두 포함이야.
정말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들까지 챙길 수 있다는건데
난 이게 그냥 뉴스 하나 내보겠다고 억지로 하는 기부활동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섬세함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이걸 보고 얘네 인스타 팔로우해두고
뭐하는지 좀 봤는데
인스타에도 뭔 제품 얘기랑 거의 맞먹을 정도로
여성지원사업 공유나 여성경력단절 이슈같은거 다루고
저 취약계층 여성 티데이 어쩌고 말고도 이것저것
수시로 기부를 계속 했더라.
월경의날 기부.
여성청년에게 기부
이게 가능한게 얘네들이 사회적기업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인듯 해.
애초에 돈이 목적이 아니라
여성의 불편함과 불평등을 느끼는 부분을 찾아서
그런 불편을 없애는 제품을 만드는거 자체가 목적이였던거지.
여러 인터뷰를 찾아보니 꾸준히 말하는 것들이 비슷해.
‘여성의 불편함과 불평등의 부분들을 찾아나가겠다.’
‘우리는 돈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더 중요하다.’
한마디로 여성 인권을 올리는 것이 얘네의 이념인거야.
대표 인터뷰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월경은 부끄러운게 아니다.”
내가 맨날 생각하던거랑 완전히 일치해.
당장 우리엄마만 해도 아빠랑 남동생 보니까
생리대 안보이게 숨겨놔라 부끄러운줄 모른다 하시고
생리통때문에 아프다 말했을 때
다들 약간 아.. 하면서 쉬쉬하고 그러는것도 너무 싫거든.
얘네도 이런걸 없애려고 선봉장 역할을 하려는것같아.
그 예가 이거.
생리 자체를 퍼포먼스로 만들어서 세계 월경의 날에 서울 한복판에서 공연을 했나봐.
생리 시작 전 PMS부터 생리 후까지의 과정을 무용 같은 걸로 해서 표현한거래.
여기 인스타에 그 공연관련해서 올라온건데
‘사회는 아직도 여성의 월경을 불편하거나 부끄러운 행위로 여기고있다.’
‘신체에 대한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모두가 이를 통해 살아가고 있음을 알리려 했다’
여성분이신 예술감독님이 인터뷰 형식으로 말씀을 해주셨는데 내용이 너무 좋았어.
심지어 남자까지 다 보게 남자 멤버까지 꾸려서 무대를 만들었대.
이런 사회적 인식을 바꾸려면 개인도 목소리를 내야겠지만,
기업이 발벗고 나설 때 사회 전체적인 문제로 인지를 할 수 있잖아.
티읕이 이런 역할을 먼저 한 셈이야.
홈페이지에는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공간이 따로 있어.
약간 뉴스레터 형식으로 매달 나오는 것 같은데
읽어보니 재미도 있고 나도 여성이지만
미처 관심갖지 못했던 내용도 있었어.
얘네 인스타 보면 질문하는 댓글뿐만 아니라 모든 댓글에 하나하나 답변을 다 달아줘
너무 댓글이 많으면 하다못해 좋아요라도 찍고 있더라.
한명이라도 더 같이 동참할 사람을 끌고오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것 같아서 괜히 내가 더 뽕이 차버림.
근데 이렇게 좋은일 하는 거 치고 내가 봐도
인지도가 너무 약해..
심지어는 여기 대표가 2년 내내 수익이 없었는데 월급 줘야하니까 알바 두탕뛰어서라도 직원 월급주고 그랬다더라고.
이러다 소리소문없이 나중에 문을 닫게 될지 아니면
여성들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회사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적어도 난 이 사람들이 여성인권에 진짜 진심이구나 하고 결론내렸어.
그리고 이런 실질적인 기부, 그리고 여성인권이나 월경에 대해서 문화랑 인식을 바꿔가는 (어케보면 직접 돈이 되진 않는) 활동을 하는 기업이 잘 되어야 된다고 생각해.
수익적으로 이득을 보거나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걸 봐야
이걸 선례삼아 다른 여성용품이나 관련 기업들도
덩달아 선의의 경쟁이 될 것 같아.
그렇게 되면 생리 자체가 터부시될 대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되고,
결국 말 그대로 ‘별거 아닌 듯이’
여성의 생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어.
티읕에서 지금 하는 것들이 그 시발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혁명처럼.
첫댓글 덕분에 좋은 브랜드 알게됐다...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