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파커 씨, 파커 씨. 웃음과 위협을 주셔서 감사."
할리우드 여배우 겸 가수 셀레나 고메즈(33)가 자신을 추방해야 한다는 정치인의 소셜미디어 글에 이런 댓글을 남겼다가 역시 곧바로 삭제했다고 NBC 뉴스가 29일(현지시간) 전했다. 인기 스타가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가 곧바로 삭제했는데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정치인 샘 파커가 "불법 이민자 후손이니 너도 추방해야겠다"는 식으로 공격해 오자 다시 맞대응을 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에 따라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 26일에만 1200명 가까이 체포했는데 미등록 이민자들(undocumented immigrants)의 52%만이 범죄 기록을 갖고 있었다.
친아버지의 부모들이 멕시코 이민자였던 고메즈는 다음날 팔로워가 4억 2200만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동영상을 올려 눈물을 훌쩍이며 "우리 사람들이 공격받고 있다. 무척 유감이다. 난 어떤 일을 할 수 있길 바라는데 그럴 수가 없다. 난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난 모든 일을 할 거다. 약속한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24시간 동안 볼 수 있게 돼 있는데 문제의 동영상은 일련의 후폭풍이 일어난 뒤 곧 삭제됐다. 고메즈는 이어 성명을 올려 "사람들에게 공감을 보여주기에 OK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가 역시 삭제했다.
2018년 유타주 상원의원으로 출마했던 샘 파커가 엑스(X, 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고메즈를 직격했다.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멕시코 이민자의 후손이기 때문에 미등록 이민자들을 비호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불법 조부모처럼 미국을 향해 수급(entitlement, 보통 자격이나 권리를 의미하는데 복지 혜택을 노리는 행위를 완곡하게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태도를 갖고 있다. 어쩌면 셀레나도 추방돼야겠네, 역시"라고 적었다. 그는 나중에 본인의 글을 다시 인용해 "셀레나 고메즈 추방"이라고 짧게 적기도 했다.
이에 고메즈는 그날 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글을 올려 대응한 뒤 곧바로 삭제한 것이다.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거나 비자를 신청하고 기한을 넘겨 체류하는 일은 민사 반칙으로 여겨지지만 범죄는 아니다. 하지만 추방된 뒤 허가를 받지 않고 미국에 재입국하는 일은 범죄다.
고메즈가 오열하는 동영상에 대한 미국 온라인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는데 이민 이슈에 대한 그녀의 입장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쫓아 하는 이들이 많은 유명인으로서 그녀가 어떤 일도 할 수 없음을 토로한 것이란 점을 들어 감싸는 이들도 있다. 이민자 급습이 이뤄지는 실시간에 사회적 발언을 과감하게 내놓은 몇 안되는 유명인 중 한 명이라고 옹호하는 이들도 있다. 한때 트럼프를 지지했던 방송인 제랄도 리베라는 X에 고메즈를 방어하는 글을 잇따라 올렸는데 "우리는 이민 위기에서 벗어나는 우리 방법을 체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거나 "셀레나 고메즈는 공감과 진지함으로 칭찬받아야 한다"면서 "소셜미디어에서 그녀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부끄러운줄 알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고메즈는 2019년 넷플릭스의 6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 '리빙 언도큐먼티드, 표적이 된 사람들(Living Undocumented)'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는데 합법적인 이민자 지위 없이 미국에서 살아가는 여덟 가족 얘기를 다룬 것이었다. 그녀는 시사 잡지 타임에 자신이 이 프로젝트를 지지한 이유를 설명하는 에디토리얼 기사를 기고한 적이 있다. 그녀는 이모가 트럭 뒤에 몸을 숨겨 멕시코에서 국경을 넘었으며, 뒤에 조부모가 그대로 따라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해서 친부가 텍사스주에서 태어나 출생권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을 얻어 미국민이 됐다.
"지난 40년 넘게 우리 가족은 미국 시민권을 얻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합법 기록이 없는 이민은 내가 매일 생각하는 이슈이며 내가 우리 가족과 은혜로운 환경 덕분에 이 나라에서 태어난 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 잊지 못한다."
그녀는 이 시리즈가 자신의 가족들이 두려움과 불확실성 뿐만 아니라 희망을 준 사실을 돌아보게 했다고 말했다. 또 '리빙 언도큐먼티드'에서의 자신의 일이 후폭풍을 불러올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진실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비평은 합법적인 기록을 갖추지 않은 이민자들이 매일 접하는 것들과 비교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수백만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슈들에 개입하고 스스로를 교육시키는 방법을 두려움이 막아서게 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