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00) - 반도체도시로 발돋움하는 용인의 양지, 백암 거쳐 죽주산성으로(용인 시청 – 안성 죽주산성 입구 37km)
-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서울 - 도쿄 한일우정걷기 기행록 4
4월 3일(목), 아침은 선선하더니 낮에는 약간 더운 날씨다. 아침 6시 40분에 숙소에 있는 뷔페식당에서 다채로운 메뉴의 식사를 하고 7시 40분에 용인시청에 도착,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나니 심신이 가뿐하다. 기념촬영을 한 후 8시에 걷기에 나서 양지면 방향으로 향하였다. 일행은 대원 36명과 당일참가자 4명 등 40명. 당일 참가자 중 조선통신사 걷기에 두 번이나 동행했던 장정윤 씨의 출현에 함께 걸었던 일본 측 일행들이 격한 환영의 뜻을 표하기도. 우리는 이처럼 친구가 된다.
용인시청 출발에 앞서 기념촬영
월요일의 복잡한 출근길로 붐비는 길을 한 시간쯤 걸어 외곽의 주유소에서 화장실 휴게, 집행부에서 오이를 한 개씩 나눠주어 목을 축인다. 잠시 후 시가지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길에 들어서니 양지천변에 활짝 핀 벚꽃이 일행을 반기네. 2년 마다 걸어 익숙한 길, 주변을 살피며 열심히 걸어 양지면사무소에 이르니 10시가 지난다. 시청에서 양지면사무소 까지는 10km. 입구에 들어서니 2년 전 조선통신사 옛길 서울 – 부산을 함께 걸었던 홍길옥 씨가 환한 얼굴로 반긴다. 그녀가 사는 곳이 이곳 양지면 관내, 부담이 될까봐 따로 연락하지 않았는데 일부러 일행을 격려하러 나온 성의가 고맙다. 과일과 빵 등 먹을 것도 한 아름 안고. 입구의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면사무소 경내에 있는 양지현감 송덕비를 살폈다. 이를 통해 알게 된 양지면의 역사, ‘1399년(조선 정종 2년)에 양지현으로 승격하여 수백 년간 200여명의 현감이 거쳐 갔다. 1896년(고종 31년) 군으로 승격되었다가 1914년에 용인군으로 통폐합되었다.’ 지금은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옆에 있는 나카니시 하루요 씨에게 이를 설명해주었다. 그녀가 2년 전 내가 쓴 기행록을 일본어로 번역하며 면사무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고심하던 일을 상기하며.
양지면사무소 휴게장면
오전 10시 40분에 양지면사무소를 출발하여 백암면 방향으로 향하였다. 양지에서 백암으로 이어지는 큰 도로는 죽양대로, 대로 곳곳에 큰 물류창고들이 즐비하다. 이를 통해 물류가 요즘의 중요한 트렌드인 것을 깨친다. 용인의 새로운 발전요소, 처인구 남사와 이동읍 215만평이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선정되어 세계최강의 반도체도시로 도약한다는 표지판이 시청 앞을 비롯하여 곳곳에 세워져 있다. 지역마다 나름의 특성화 기치를 내세울 수 있으면 좋을 터.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평촌마을 지나 작은 고개를 넘어 이른 좌찬 고개 부근의 큰길 연변에 식당들이 즐비하다. 조선통신사 걷기 때마다 단골로 들르는 곳은 메밀음식전문점, 12시 20분경에 식당에 도착하여 드는 냉 메밀국수가 시원하다.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평촌마을을 지나며
13시 20분부터 오후 걷기. 한 시간여 걸어 죽양대로의 원삼휴게소에서 아이스크림 휴게, 곶감도 곁들여서. 스폰서는 용인지역의 코스리더 손형권 회원과 장정윤 씨 부부, 같이 걸으며 후의를 베푸는 마음이 넉넉하여라. 죽양대로와 그 옆의 농로를 번갈아 걸어 백암면소재지에 이르니 오후 4시, 면사무소의 휴식공간에서 20여분 쉬는 동안 면장이 영양 음료를 제공한다. 원삼면에 들어설 때 면장이 큰 길에 나와 격려하며 과일과 생수를 전달하는 등 지역유지의 격려가 더위에 먼 길 걷는 일행의 사기를 높여준다.
점심식사 후 백양대로 건널목에서 신호대기 중
오후 4시 20분 경 백암면사무소를 출발하여 죽양대로를 끼고 한 시간여 걸으니 제법 큰 하천 옆의 넓은 들판으로 들어선다. 용인은 백옥쌀의 산지로 유명한 곳, 우리가 지나온 백암면과 그 이웃 원삼면이 백옥쌀의 주산지라 들었다.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큰 하천의 양수장(고안 1호) 지나 오후 6시 못미처 용인시와 안성시의 경계를 이루는 아송교를 건넌다. 이곳에서 죽주산성 입구까지는 4km 남짓, 마지막 피치를 올려 죽양대로의 죽주산성 입구에 도착하니 저녁 7시가 가깝다. 걸은 거리는 37km.
목적지 부근에 식사하기 적당한 음식점이 있다. 곧바로 저녁식사, 메뉴는 낙지볶음비빔밥이다. 맥주를 곁들여 드는 저녁식사가 먼 거리 강행군한 일행의 입맛을 돋운다. 식사 후 그간 함께 한 길잡이 및 당일참가자 등과 작별인사, '수고하셨습니다. 다시 뵐 때까지 안녕'. 사흘간 열심히 걸은 대원 여러분, 편히 쉬고 내일 또 씩씩하게 행진합시다.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동호인과 후원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 '인생은 아름다워' 시리즈가 이번글로 1,000회를 맞는다. 은퇴 직후 2009년 9월부터 시작한 시리즈를 중단 없이 지속할 수 있어 기쁘다. 그동안의 성원과 격려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할 수 있을 때까지 이어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