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을 점심* 한겨레신문에서
퍼옴
이형권의 맛길멋길⑦경주 삼릉 고향 손칼국수
경주는 언제 가보아도 신비스러운 도시다. 멀리 산들이 달빛 아래 원무를 추는 여인들처럼
감싸 안았고 고대의 시간 속에 떠 있는 듯한 도시 한복판에는 커다란 고분들이 무리를 지어 있다.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도 없는 이 수없는 무덤
사이를 거닐다 보면 마치 천년 전의 시간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세계 어느 곳을 가보아도 이처럼 평화로우면서도 넉넉하게 천년 역사의
숨결을 전해주는 고도는 드물 것이다.
하지만 경주는 그 유명세로 하여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곳 중의 하나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주를 다녀온다. 떼지어 몰려다니는 수학여행이나 졸업여행, 아니면 신혼여행이나 효도여행…. 코스는 박물관으로부터 시작하여 천마총과
첨성대, 포석정을 거쳐서 불국사와 석굴암을 보고 보문단지나 감포 바닷가에서 여장을 푸는 정도이다. 최근에는 경주 달빛역사기행 같은 멋진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등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아직도 겉핥기 관광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바위산 골짜기마다 천년의 미소가 피어오른 경주 남산을 보지 않고, 새벽 안개 속에서
깨어나는 계림이나 삼릉골 소나무숲, 황룡사터의 주춧돌 위에 서보지 않고,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불국사의 뜨락이나 대릉원의 숲길에서
서라벌의 별빛을 헤아려보지 않고 경주의 참모습을 보았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경주는 그리움에 젖은 눈길로 찾는 사람들에게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무궁무진 풍경을
보여준다. 벚꽃 흐드러진 봄날이나 비안개에 휩싸인 신비로운 성하의 숲, 낭산 아래 펼쳐지는 황금빛 들판과 세월의 상처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쓸쓸한
겨울, 경주는 언제 가보아도 새로운 느낌으로 나그네의 마음에 여수를 불러일으킨다.
때로는 부산하게 때로는 잔득하고 여유롭게 움직여야 할 여행길이기에 경주에서는 먹거리를
해결해야 할 단골집도 많아야 한다. 먼저 주머니가 넉넉하다면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로맨스가 서린 요석궁에 가서 상다리가 휘어질 것 같은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 시내 팔우정 로터리에는 서민적인 정취에 흠뻑 젖을 수 있는 해장국집들이 있고 대릉원 주차장 앞 삼포 쌈밥집이나 구로 쌈밥집도
푸짐하다. 황남빵집에 들러 경주의 명물 황남빵을 맛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 바다 냄새가 그립다면 감포 바닷가의 늘시원 바다 하우스에 가서 눈이
시리도록 푸른 수평선을 보면서 싱싱한 활어회를 맛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잊을 수 없는 맛은 삼릉 고향집(055-745-1038)의 우리밀
칼국수다. 김치·깎두기에 칼국수 한 대접이 달랑 나오는 차림이긴 하지만 어느 집 어느 별미보다 맛있고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10년 전 경주시에서 이곳 마을 청년들에게 보리 대신에 경제성이 있는 작물이라고 밀농사를 권장했다. 그러나 판로가 마땅치 않았던 마을 청년회에서
음식 솜씨가 좋은 김필곤 할머니에게 칼국수집을 권했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남산을 찾는 사람들이 어김없이 들르는 명소가 되었다. 이 집 칼국수
맛의 비결은 진하면서도 구수한 국물 맛과 식당 한켠에서 쉼없이 홍두깨 방망이로 밀가루 반죽을 밀어 즉석에서 칼질을 하는 할머니의 손끝에서
나온다. 한때 문화센터 회원들과 이 집 칼국수를 먹으며 국물 맛의 비법을 화제로 떠올린 적이 있다. 대부분이 사골 국물일 것이라고 했는데,
정답은 멸치와 다시다 국물에 깻가루와 콩가루를 섞어서 끓이는 것이었다. 포석정에서 언양 가는 남산 기슭 도로변 삼릉 소나무숲 근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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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종원님 소주 한박스는 제가 책임집니다.ㅎㅎㅎ
고마워요..밥줘님..감사 감사..
술끊으야짐.....밥줘님이 주시는거만머구....^^글구.....일단은 세상에 존재하는 술이다 살아지믄 진짜루끊는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