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전 스님의 본생담으로 읽는 불교
25.마하쟈나카 본생(‘본생경’ 539번) ①끝없는 노력
“사람의 할 일 다하면 아무런 후회 없으리”
유복자로 태어난 왕자, 신분 모른 채 천대받으며 자라
출생 비밀 알고 바다로 나섰으나 폭풍우에 생사기로
지혜와 용기로 멈춤없이 도전하며 자신의 운명 개척
무역을 위해 항해하는 마하쟈나카.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대출리(大出離), 즉 과거생의 위대한 출가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이다. 대출리란 왕위나 그에 상응하는 지위나 재산을 버리고 출가함을 말한다. 그것 중 하나가 마하쟈나카왕이었을 때였다. 이 본생담은 마하쟈나카가 아버지왕이 서거하고 어머니 왕비가 왕궁에서 도망 나온 채 태어나 다시 왕위를 회복하는 전편과 왕위에 오른 뒤에 출가하는 후편으로 구성된다. 마하쟈나카가 왕위에 오르는 분투와 지혜,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는 장면이 극적인 대조를 이루는 뛰어난 작품이다. 아잔타 석굴의 1굴에 벽화로 그려져 있다.
옛날 비데하국의 미틸라시에서 마하쟈나카왕이 나라를 다스릴 때, 아릿타쟈나카와 포라쟈나카의 두 왕자가 있었다. 왕이 죽고 나자 형인 아릿타쟈나카가 왕에 오르고 그 아우는 부왕(副王)에 올랐다. 왕이 대신의 반복되는 간언(間言)에 마침내 부왕의 살의(殺意)를 의심하게 된다. 왕은 그를 결박하여 왕궁에서 멀지 않은 어느 집에 살게 하고 감시인을 두었다.
부왕이 형님에 대해 적의가 없다는 서언을 세우자 결박이 풀렸다. 그는 결박이 풀리자 왕궁을 떠나 변경의 촌에 가서 살았다. 점차 그를 따르는 변경의 나라들이 많아지자 군대를 이끌고 왕궁으로 쳐들어가 형님 왕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다. 그때 아릿타쟈나카왕의 왕비는 임신 중이었다. 그녀는 더러운 누더기로 변장하고 궁궐 밖으로 나왔다. 그때 제석천이 이를 알고 900km 떨어진 카라챤파로 그녀를 데려다 주고 자취를 감추었다.
왕비가 카라챤파의 공회당에 앉아있으니 500명의 제자를 거느린 바라문이 그녀를 보고 애정을 느끼고, ‘오라버니!’ 하면서 자신의 발을 잡고 울라고 하였다. 왕비는 큰소리를 치면서 그의 발 앞에 몸을 던졌다. 그들은 서로 안고 울었다. 이렇게 그녀는 바라문의 여동생이 되어 아들을 출산하여 키울 수 있게 되었다. 아들은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마하쟈나카라 하였다.
마하쟈나카는 힘이 세고 지기 싫어하는 성질이어서 아이들과 놀 때 자기네들은 크샤트리아라고 하면서 그를 화나게 하면 몹시 때렸다. 아이들은 “아비 없는 자식에게 맞았다” 하면서 큰 소리로 울었다.
마하쟈나카가 어느 날 어머니의 젖을 빨면서 그 유방을 물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면 유방을 물어 끊어버리겠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아버지가 미틸라의 아릿타쟈나카왕임을 알게 되었다. 그는 어머니가 가져온 귀중품의 반을 달라고 하여 상품을 사서 배에 실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를 타고 출발했다.
700명의 장정이 탄 배는 7일 동안 700유순(1만500km)을 빠르게 달렸지만 갑판이 부서지고 물이 새면서 큰 바다 한복판에서 침몰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울부짖으며 갖가지 신에게 기도하였다. 마하쟈나카는 울부짖지도 기도도 하지 않고, 연유와 사탕을 한데 으깨어 한껏 먹고, 깨끗한 두 벌 옷에 기름을 발라 입고 돛대 꼭대기에 올라갔다. 배는 가라앉고 사람들은 물고기와 거북의 밥이 되어 바다는 온통 피로 얼룩졌다. 마하쟈나카는 미틸라를 향해 돛대 위에서 뛰어올라 물고기와 거북이 있는 곳을 넘어 바다로 떨어졌다. 그날 미틸라의 왕 포라쟈나카가 죽었다.
마하쟈나카는 이레 동안 바다에 떠 있었다. 이때 사천왕의 명령을 받은 마니메카라 여신이 이레 만에 바다를 둘러보고 마하쟈나카를 발견하고 게송을 외웠다.
‘저이는 누구인가, 대해(大海)의 한복판/ 언덕도 안 보이는데 저렇게 힘쓰는가/ 어떤 구제의 힘을 믿고 있는가/ 저렇게도 열심히 노력하나니.’
마하쟈나카가 대답하였다.
‘사람이 해야 하고 힘써야 할/ 그런 일이 있다고 알라, 신이여/ 그러므로 큰 바다 한복판에서/ 언덕도 보이지 않는데 나는 노력하노라.’
여신은 다시 게송을 외웠다.
‘매우 깊어서 헤아릴 수 없고/ 어느 쪽의 언덕도 보이지 않네/ 사람 힘을 다해도 보람 없으리/ 이르지 못하고 너는 죽고 말리라.’
마하쟈나카도 게송으로 답하였다.
‘친한 일족 모든 사람과/ 신들의 아버지께 빚 없는 사람/ 사람의 할 일만 다하고 나면/ 뒤에 가서 아무런 후회 없으리.’
다시 여신이 게송을 읊었다.
‘아무래도 이룰 수 없는 일은/ 보수는 없고 피로할 뿐/ 그런데 애써 무엇 하리/ 죽음의 마신(魔神), 거기 닥치리.’
이에 대해 마하쟈나카는 다음 게송을 외웠다.
‘도중에 이루지 못한다 해서/ 그대로 단념해 내버리고/ 제 목숨을 잘 보호하지 않으면/ 그 힘이 다할 때 그 결과 알게 되리//힘이 닿는 데까지 그 힘을 다해/ 나는 노력을 아끼지 않으련다./ 바다의 저 쪽 언덕 향해 가리라/ 힘이 닿는 데까지 나는 그 힘 다하리.’
여신은 굳은 결심의 말을 듣고 찬탄하면서 게송을 외웠다.
‘너는 이렇게 흘러가는 큰 바다/ 헤아릴 수 없는 큰 바다에 떠서/ 정당한 노력을 끝까지 계속한/ 그 업 때문에 빠지지 않네/ 네가 마음으로 바라는 그대로/ 너는 저 언덕에 닿을 것이다.’
여신은 마하쟈나카를 미틸라 망고 동산의 평평한 바위 위에 눕혀주었다.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은 험난하다. 문명이 고도화된 현대에는 더 섬세하고 치열하고 보이지 않게 진행될 것이다. 더욱이 마음을 닦고 인격을 고양하거나 보이지 않는 진리를 탐구하고 체득하려는 정진자의 입장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 그러할 것이다.
진리가 어디에 있는가? 망망대해의 일엽편주다. 거친 풍랑이 몰아쳐 배는 파손되어 가라앉고 깊이를 헤아릴 수 없고 언덕마저 보이지 않는 바다 가운데에 떨어진 마하쟈나카야말로 구도자가 처한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절망적 상황에서 마하쟈나카의 노력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첫째, 스스로의 지혜와 용기에 의지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자신을 위한 일은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나니 자기 스스로 열성적이고 진지하게 노력해 나가야 한다.(‘법구경’ 160번 게송)”고 하셨다. 두 번째, 마하쟈나카의 불굴의 도전 정신이다. 그는 절망 대신에 자신이 가야 할 곳을 향해 미래를 알 수 없고 가능성 없어 보이는 큰 바다에 뛰어들었다. 세 번째, 사람의 할 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다. 이 신념은 그로 하여금 죽음과의 대결에서 두려움 없이 최선을 다하게 하였다. 참된 불사(不死)는 열반이다. 이것이 사람의 할 일 중 근본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그제야 여신은 자신의 본마음을 드러낸다. 마하쟈나카의 노력이야말로 정당한 노력을 끝까지 계속한 바로 그 업이며, 그 업의 과보로 바닷물에 빠지지 않고 언덕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해준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1665호 /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