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입원한지 꼭 한 달째 되는 날이다. 처음 의사는 “퇴원하려면 한 달은 지나야 할 것 같다”고 했고, 내 생각은 20여일 지나면 퇴원할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상태로 봐선 10여일은 더 지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일주일 전부터 뱃속에 무슨 변고가 생겼는지 대변 보기가 무척 힘든다. 이렇게 힘든 변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간호사에게 변비약을 부탁해 먹어봐도 신통치 않다.
7시. 아침식사 하기 전에 화장실을 가고 싶다. 다소 힘들었지만 시원한 쾌변이었다. 돌아오면서 체중을제어 보니 49.6kg이다. 병원 밥(당뇨식단) 먹기가 싱거워서 맛을 느끼지 못해 밥상 앞에 앉으면 무심코 원수 처럼 보인다. 병상의 생활은 무엇보다도 밥을 잘 먹어야 한다는 일념은 변함이 없다. 토요일에 집에 간 아내가 전화가 왔다. “좀 어떻냐”라고. “많이 좋아지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아내는 보험 청약으 여러 건 했다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아내의 머리 속에서는, 병원비 때문에 눈앞이 캄캄할 것이다. 아침 식사 후 휴식 좀 취하다가, 병상일기를 쓰는데 항생제 주사를 맞아야 시간이므로 쓰기를 중단했다.
11시. 주사를 다 맞고 주사 바늘을 빼고 나자마자 온 몸이 후끈후끈 달아 오른다. 금방 식은 땀이 흐른다. 간호사에게 말하니 혈당을 제어 본다. 64. 저혈당 증세 평균치가 90~130이다. “빨리 그린비아 먹으라”고 한다. 순식간에 상의가 땀에 젖는다. 특효약 같은 당뇨환자를 위한 음료수 그린비아. 또 다른 뉴케어. 이러한 제품이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앗고, 캔 1깡통에 1600원이라니. 이런 ‘고가’의 상품을 개발하는 그 회사들의 사업은 번창일로가 되겠지.
12시에 점심 먹고, 오후 6시 저녁 먹기까지는 배가 너무 고프다. 혈당을 재는(2시50분) 관계로 오후 3시 이후에 먹으라는 점심 식탁에 나온 간식(흰우유)를 마신다. 실습나온 ‘학생 간호사’ 미스 주에게 부탁했다. 고맙게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햄버거 하나 사다 달라고. 최근 몇 개 더 먹었다고 체중이 늘어난 듯 하다. 항생제 주사를 놓는 간호사에게 “대학 졸업한 지 몇 년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4년 동안 간호사 생활이 너무 힘들었다”면서 “다시 대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내가 병실에서 만난 종합병원 간호사와 의사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정말 힘들 것 같다. 이곳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휠체어를 타고 1층에 내려가다가, 아들은 초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명찰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틀림 없는 동기가 이렇게 험난한 의사의 길을 걷고 있다니. 아들은 정보통신 전공으로 컴퓨터 관계 직업인이 될 것이다. 너무나 대조적인 직업 같다. 기계가 아닌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으로, 종합병원의 의사, 간호사들의 바쁜 발걸음과 기술적인 손놀림은 누구도 흉애 낼 수 없으리라. 그래서 나는 젊은 그들의 의술과 인격을 존중하노라. 그러나 개인 병원의 원장들에게는 존경심이 왜 가지 않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