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박정희 전 대통령 연구한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인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은 일명 ‘긴조(긴급조치 9호) 세대’다. 1975년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한 조 당선인은 4학년때 “유신 헌법과 긴급 조치를 철폐하라”는 유인물을 배포해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1년 간 복역한 뒤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해인 1979년 광복절 특사로 석방돼 복학했다.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은 일명 ‘긴조(긴급조치 9호) 세대’다. 1975년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한 조 당선인은 4학년때 “유신 헌법과 긴급 조치를 철폐하라”는 유인물을 배포해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1년 간 복역한 뒤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해인 1979년 광복절 특사로 석방돼 복학했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김연정 객원기자
동시에 ‘박정희 연구자’로도 유명하다.
성공회대 교수인 조 당선인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간 박정희 전 대통령 연구에 천착해왔다. 지금까지 ‘국가 폭력과 역사적 희생’ ‘박정희와 개발 독재시대’ ‘동원된 근대화’ 등 박정희 대통령이나 박정희 시대에 대한 저서를 여러권 펴냈다.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복역까지 한 ‘긴조 세대’ 조 당선인이 ‘박정희 연구’에 매달리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 박정희 前대통령/ 조선일보DB
조 당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다면적인 얼굴을 지닌 인물”로 규정한다. 그는 “‘진보 진영이 박정희 시대를 과소 평가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해 진보 진영으로부터 ‘박정희 체제를 너무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들었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조 당선인의 2010년 저서 ‘동원된 근대화’는 “박정희 시대에 대한 진보적인 시각은 견지하면서도, 보수적 시각에서 강조하는 경제 성장, 대중적 동의를 진보적 시각의 확장 속에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수 진영에선 근대화라는 목표와 그 긍정적 측면을 강조한 반면 진보 진영에선 근대화의 그늘과 파괴적 측면을 부각시키지만, 조 당선인은 박정희 체제에는 두 가지 측면이 동시에 내재돼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조 당선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긍정적인 정책으로 꼽는 대표적인 것은 ‘고교 평준화’다. 그는 지난 5일 본지 인터뷰에서 “1974년 박정희 대통령이 실시한 ‘고교 평준화’가 한국 사회에서 불평등과 모순을 완화하고 사회에 역동성을 부여해 왔다”며 “(교육감에 취임하면) 박정희 대통령의 고교 평준화에 이은 40년 만의 ‘제2의 고교 평준화’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조 당선인이 말하는 ‘제2의 고교 평준화’는 자사고(자율형사립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8년 초등학생들이 과외까지 받으며 입시에 매달리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중학교 무시험 제도’를 도입했다. 1972년부터는 고교 입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한국 사회에선 ‘180만여명의 중학생을 입시지옥에서 구출하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한 상황이었다. 민관식 당시 문교부 장관은 고교 입시의 병폐로 ‘학생의 신체적 발달 저해, 이기적이고 비협동적인 성격 형성, 학교 격차 조성, 사교육비, 학교 교육 불신, 출신 학교 위주의 인간 평가’ 등을 꼽았다.
이듬해 민 장관은 청와대에서 박정희 대통령에게 새 고교 입시 제도안을 보고했다. 이때 박 대통령은 민 장관에게 “공부는 고등학교에서 더 시키고, 중학교의 어린 학생에게는 과도한 입시 경쟁에서 벗어나 심신을 고루 발달시키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40년 전 박 대통령이 고교 평준화 정책을 도입한 계기와, 조희연 당선인이 ‘제2의 고교 평준화’를 도입하겠다며 밝힌 문제 의식은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많다.
조 당선인은 당선 후 한 방송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 부모님께서 아이들을 이렇게 괴롭히는, 12시까지 책상에 앉혀놓고 학원에 가둬 놓는 이런 교육을 보면서 새로운 교육 개혁에 대한 열망을 갖게 되어 저 같은 진보 후보를 지지한 것같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의 경쟁은 비합리적인, 미친 경쟁 수준에 이르렀다”며 “올해가 박정희 대통령이 시행한 고교 평준화 40주년의 해인데, 40년이 지난 다음 그 평준화 고교가 다시 엄격하게 양극화되었고, 그런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 특권 학교(자사고 등)에 대한 일정한 정책적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 당선인은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고교 평준화 40년, 무엇이 필요한가’ 토론회에서도 “고교평준화 정책은 어떤 의미에서 박정희 체제의 최대로 긍정적인 정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박정희의 두 얼굴’이라고 언론에 말하기도 했다. “극우반공주의적 박정희가 박근혜 대통령이라면, 강력한 개발주의적 박정희는 이명박”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