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천둥에다 비도 많이 내렸다
단백질 보충으로 매일 먹는 삶은 계란두개에다
호박죽 한접시로 늦은 아침을 떼우고..
드라이브나 하자며 간밤에 동숙했던 파마머리녀자를 억지로 태웠다.
촉촉한 아스팔트를 지나다 어디쯤 가노라니 '노가리' 꿉어대는 꼬소한 냄새가 풍긴다.
언젯적 비오는날 드라이브에서 짭쪼롬히 오징어 씹던 생각도 나고
양반 태운 똑똑한 말 기생집 찾아가듯 바퀴가 멈춘곳이 '노가리' 냄새나는 5일장 장판이였다.
'꼬시한 노가리 사이소오~!'
맛보고 가이소오 예~~!'
아저씨를 옆에두고 열심히 꾸워대며 얌전한(?) 아줌마의 음성이
5일장의 들머리에 터줏대감인 뮤직플레이 봉고차 앞에서
하춘화가 부르는' 날버린 남자'라는 노래와 어울려 애절하게도 들린다.
빗방울 떨어지는 궂은 날 축~처진 대목장판에다 매기(賣氣)를 살살 살린다고 할까.
푹 눌러선 모자에 까만선그라스로 세수 안한 얼굴을 캄프라치 하고..
시장판 귀경의 맛도 아는 사람은 아는 만큼 느낀다.
경상도 지방의 명절제삿상에 조건없이 올라가야 한다는 '돔베기' 어물전이 불이 났다
2겹으로 서서 기다리는 줄이 좁은 장판을 회오리로 만들었다.
반드시 사야만 하는 사람들의 운명처럼..
내사 돔배기 살 일이 없으니 빠른걸음으로 통과
씨앗집을 지나가다 겨울초 씨앗과 시금치,한겨울에 쌈사먹을 딱배추 씨앗구입 합이 6.000원..
노전에 파는 씨앗 씨할매가 까만 봉다리에다 넣어 준다.
되돌아 나오다 빵게 좋아하는 내가 혹시나 빵게가 뵈는지
사흘굶은 고내기 눈치보듯 훑어보아도 톱밥에 머물러진 참게만 보이고 없었다.
이미 비린내를 맡았으니 그냥 오기 뭣해
넓적한 진바리 간고등어 한손에 1만7천원이다.
배를 갈라 3등분으로 손질해서 까만 비닐 봉다리를
행여 물이샐까 두겹으로 꽁꽁 묶어준다.
그만 돌아나오다 건어물전에 오징어 채 한근에 1만오천원이다
이넘의 오징어채는 세월가도 미터법이 아닌 "근(斤)" 으로만 판다
옆에서 인상좋은 5학년중반 시골아주머니가 마른 오징어다리 뭉치를 들고 흥정한다
잠시 곁에서 관심있게 아줌마를 처다보다
'아저씨 한뭉티기 사보이소~ 디기 맛있어 예~
우리아저씨는 이거 진짜 좋아해예..'
살며시 미소까지 띄우는 바람에 옆지기 눈치를 슬쩍보며
'아지매요.. 나도 한뭉티기 주이소!
까만 비닐 봉다리에 담아 건네준다.
8천원이다
한손에 우산대 쥐고 한손에 까만 봉다리 몇개를 들었다
시골 할매들이 독차지하는 좁은 골목길의 좌판 사이를 지나다
'고디이 싸소! 참 조쿠마!~( 싸소! 중간에 '이' 자가 빠져 엄청 강압적으로 들림)
벼란간에 지나가는 나에게 콕 점찍어 말 하듯 큰소리로
어젯밤에(어젯밤은 비오고 천둥쳤는데 무슨.. ) 잡았다며 뽕치는 폭싹 삭은 시골 할머니..
그 목소리가 대단해 고디(다슬기) 한대접 1만원에 샀다.
무게가 있어 촉~ 처지게 담겨진 까만봉다리는 애끼 손가락에 걸쳤다.
손가락 5개에 가락마다 까만 봉다리 하나씩을 걸쳤다
짝지는 돈 계산 해줘야 하니 맨손이였고...
마지막 주차장에 들어오다 펼쳐진 잡화전 지나다 밀집모자 하나를 샀다
늦더위 가을걷이로 들께 베어 털고 고구마 캐고 콩타작 할려면 밀집모자가 필요해..
두상(頭像) 큰 놈으로 한개 4천원으로 받아쥐고 짝지 손에 쥐어주고(엄청 가벼우니까) ...
뭔가 빠진것 같아 걷던 발길로 뒤돌아 본다.
내사 알고 있지만 모른측 싱싱해 보이는 칼치는 사달라고 소리도 못하고...
뒷귀를 울리는 시장판 뮤직타운에서는 '그 여자의 마스카라' 라는 곡이
빗방울 떨어지는 시골대목 5일장의 분위기를 띄울려고 안간힘이다.
오던길에 정미소에 들러 백미 한포대기와 찹쌀2되도 차에 실었다
별도 찹쌀2되는 또 까만 봉다리에다 넣어준다.
정미소 계산 합이 4만 8천원...
뒷트렁크에 실어놓은 까만 비닐봉다리들...
모두가 까만 봉다리라 내용이 뭔지는 모른다
하나 하나 전부 다 풀어 봐야 한다.
드라이브길이 '노가리' 냄새에 홀려 '까만 비닐봉다리'로 장 보는 날이 되어 버렸다.
2016.9/3 구월비 오는 날
첫댓글 마치
간밤에 동숙했던 파마머리 여자는
옆지 아닌듯 쓰셨습니다.
ㅎ~
장날 꾸미꾸미 깜장봉다리
재밌습니다.
아무 부담없이 화장끼 없는 얼굴로 촉촉한 시골길을 한바퀴 돌아볼려고 나섰다가
가는 날이 장날이라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유독 오일장 시장가면 전부 그 까만 비닐봉지에 넣어주는 바람에
나중에 이것이 저것이고 저것이 이것같고..
내용물이 뭔지 확인이 필요하고..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돔베기 사러 가셔야 겠네요
아짐씨들이 미리 장만한다고 야단법석이였습니다
돔베기도 맛있는집에 몰린다는데
돔베기는 영천장 돔베기라고 세상천지에 아는 사람 다 알던데
그쪽으로 가시는 것이 올 추석 조상님 입맛 쫙쫙~돋구게 될텐데 ㅎㅎ
눈치보다 때 놓치지 마시고 빨리 요랑 하시길 바람니다
감사합니다^^
이곳에도 38백화점이 길쭉하고 화려하게 열립니다
예전에는 38백화점에서 채소,과일,바로 만들어 파는 오뎅,나물꺼리, 갓치댄 단배추 겉절이,문어,쭈꾸미,
피조개,멍게 등등을 샀어요
차는 골목에 세워뒀으니 님처럼 까만비닐봉다리에 담아서 오노라면 손가락이 끊어지는 듯 했지만 즐거웠지요
언젠가부터는 안 갑니다 귀찮기도 하지만 마트 대비 별로 싸지도 않으면서
품질 떨어지고 불친절하고 가는 길이 덥기도 하고 춥기도 해서요 ^^
뭔지 다 알겠는데 빵게는 모르겠군요 바다게 종류중 한가지인가요?
남자분들 시골 시장따라가서 손가락. 팔뚝이 아플정도 까만봉다리 못 들어보고 안들어 본분들은
팔자 좋은사람아니면 살림살이 재미없이 사는 사람아니겠습니까?
나동선님도 가정에 충만하시고 여러모로 인정많은 멋진 분..
요즘 시골시장이 많이 변해서 정감도 떨어지고 품질도 떨어지고
때가 많이 묻었더군요
간혹 시골에서만 사용되는 소쿠리 같은 농기구나 마트나 백화점에 없는 희귀한 촌물건 사러 갈때는 시골장에 있으니..
그냥 눈쇼핑 하다가 또 사게되기도 합니다 ㅎ
어디
빵게는 저가 주로 쓰는 문자인데 다른촌 사람들도 많이 쓰더군요
아줌마 빵게 없어요? 하면서 말입니다
게등짝지의 지름이 5-7cm정도의 갈색 그러니까 대게의 새끼형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놈도 보름에 잡으면 배속에 붉고 진갈색의 알을 잔뜩 품고 있는데
갖은 양념간장에 잘 조려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더군요
게등딱지 열고 국물에다 밥한술 떠 넣어 비벼먹으면
백선생 요리도 처다 보지 않는 맛이라...
기회되시면 한번 맛보시길 바라 마지않습니다 ㅎ~
@물결~ 네네~~ 역시 제 짐작이 맞았군요 ^^ 이 동네에서도 그걸 뽁아서 갖은 양념해서 밥반찬으로 먹습니다
우리집은 그 반찬 선호하지 않아서 잘 안 먹는데 맛있군요 사먹어 보겠습니다
저는 여자들이 무거운거 드는거 쫌 잘못봅니다 그래서 제가 듭니다 어떤 남정네들은 대개 창피해하던데
저는 그게 전혀 창피하지가 않아서 신혼초 차가 없을 때도 까만 비닐봉다리들고 걸어오거나
버스도 많이 탔어요 ㅋㅋ
@나동선 무거운것 들어주는것은 동감입니다
옛날 제삿장 보러 갔다가 양손에 과일까지 약15kg 정도 오래 들고 다녔더니 몸살나더이다 ㅎㅎ
님 감사합니다.
행복하고 편안한 밤 되시길 기원합니다~빵긋
아이구... 댓글의 답을 빠뜨릴뻔헸어요
요즘 밤지나고 새벽되면 눈이 아른거려..
아줌마님 정말 고맙습니다
촉촉하게내린 휴일날
노송이 우거진 산기슭을 걷고 싶어지네요
잔뜩 품고 있는 노송의 솔향도 맞고 싶고
촉촉한 발길을 느끼고 싶고...
세상이 싱그러운 때 농촌아줌마의 건안을 빌어드림니다*^^*
저는 여태 님께서 여성분인줄 알았어요
지금에서야 남자분인줄 ㅎㅎ
물길이란닉이 참 정겹게 다가오네요
예전에 제 닉에도 물결이 ~^^
오일장풍경이 눈에 훤히 펼쳐집니다
저희동네도 오일장있는데 마침 오늘
장날인데 전 여기서 장 안봐요
찻길을 사이에두고 양쪽 인도차지하고
통행도 불편하고 찻길도 복잡하게 정체시키죠
싸지도않고 바가지쓰는기분이예요
물건이 잘못되도 못바꾸고요
그냥 마트에서 구입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9.04 05:59
정미소 근처에 재래시장이 있는데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이 있듯이
가는날이 장날이라 둘러보다가 까만봉다리 주렁주렁 손가락에 걸치게 되었답니다
시장판에 연세드신 할매들도 요즘은 많이 달라졌어요
시대따라 변해셨나봐요
지나친 과대 선전도 하고 품질의 신뢰성도 떨어지고.,,
천상의 별님 늘 건강하시고 행복이 많은 나날 되시길 바람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9.04 06:0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9.04 07:19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9.04 07:32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9.04 14:3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9.04 22:40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9.05 06:34
정겨운 시골 5일장 풍경 잘읽고 갑니다.
저희도 윗분들 처럼 이제는5일장 안갑니다. 물건도 별로면서 비싸더군요.
그리고 특히 여름에 생선사면 썩은게 태반이더군요.
그래서 마트를 이용합니다.
정부에서는 이런 이유는 모르고 그냥 재래시장 이용해라. 마트 이용해라 백번.천번 하라해도 안되는겁니다.
재래시장 살린다고 세금만 퍼붓고 있지요..
시골 길거리에 중국산 참께 한말 쏟아놓고 그 위에다 국산참깨단 몇개 갔다놓고 뚜드리고 있으면
국산이라 좋다고 자가용 타고 가다 보고는 엄청 사간다는 웃지못할 풍경도...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한겨울이면 환장합니다 손시러...
손에 피가 통하지 않아 새파랗게 변해 손가락 고사증 걸릴...
남자가 들어주면 그집은 복이지만
아낙네들이 혼자 양손 들고 간다면 정말 신세 환장할일..
걸어가다가 봉다리 찌져지는 날엔 머리 쥐날라고 하고
역시 존불타님은 미끌거리는 멋이 있으시군요 ㅎ
굵은 소금에 순대곱창 서서 찍어먹어 본 사람들..
장판이라 그래서 뵈기 좋잖아요
넥타이 매면 좀...ㅎ
@존트럭불타
트럭불타님이 등짝 넓은 아재스타일이로구나! ㅎ
큰 가방이 체질에 맞다니,,
피난길에는 참 유용하겠당 ㅋ
전국에서 내로라 하는 괜찮은 5일장 열리는 곳에서 격식차리지 말고 얼굴 한번 보는 계획도 괜찮겠네요
각설이패거리 북치고 나발불며 시끌벅쩍 거리는곳 어디 없을까여?
오뎅도 씹고 순대도 묵고 입가에 허연 막걸리 흘려가면서..
펴질고 앉아 누른국시도 먹어보고...
재래시장 저도 자주가는편 일부러 놀러가요,
어제는 사위가 와서 소래포구 가서 대게 2만원 소라2만원 생새우2만원
사서 전문적으로 끊여주는곳으로 가서
잘먹고왔네요,
소주 (빨간딱지붙은것)1병 사위 하고 반병씩
ㅎ 올만에 먹으니 취기가 돌데요,
운전은 딸이 하고 옆지기 간만에 나들이 해서 기분좋다고~~
물결님 휴가 는 잘다녀 오셔지요,
전국방방곡곡 다 가봤는데 아직 소래포구엔 못가봤네요
올겨울이나 내년 봄에 한번 날잡아 가보야 겠습니다..
휴가 머찐곳으로 돈좀 들여 다녀왔습니다
캥거루가죽띠도 사고 양모이불에 폴리코사놀이란 약도 사고 나무도마 새카만 선그라스도 사고..
일주일동안 시원한곳에 호강했었습니다 ㅎ
@물결~ 소래포구 오실땐 필히 제게 신고하셔야합니다
제 나와바리거든요 ㅋㅋ
@천상의별 아 그렇군요 새우가 유명하다는 말은 들었는데,,ㅎ
잘보고 머물다 갑니다 感謝합니다
닉네임이 편안하고 정겹습니다 ㅎ
냇가 뚝에 백양나무도 보이고 당나무도 보이는 정겨운 '마을앞'이 얼굴에 떠오릅니다
물결님의 그 표현력 ....
제가 5일장 다본것같은 느낌입니다
우리집 부근엔 5일장아니고 요일장으로 매주 금요일 장이섭니다.저도 간혹 짐꾼으로 참여할때가 있는데 까만봉다리 손가락에 주렁주렁달고 댕긴적이 더러 있엏지요
청계님께서도 굉장한 애처가시로군요
아파트 주변에는 요일장이 서더군요
한번 바람쐬로 나오시고 대구인근에 청도쪽이나 성주 군위 의성 영천장..으로 한번 다녀보십시요
눈귀경도 괜찮으니까요
대목장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사는 냄새가 돌아 보기가 좋습니다 ㅎ~~
수당도 안주고 일당도 못받고 해서 장에 따라가는것 머리띠 매고 거부합니다
손가락만 아프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