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내 마음의 풍금'을 보고 -
* 감 독 : 이 영 재 * 개 봉 : 1999년
* 주 연 : 이병헌(강수하 역), 전도연(윤홍연 역), 이미연(양은희 역)
* 노 래 : 장필순, 한동준
https://www.youtube.com/watch?v=TaxBr8XmAtw
20여 년 전의 오래된 영화이긴 하나 27살의 전도연이 17살의 국민학생 윤홍연 역으로 분하여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는 호평을
받은 멋진 영화이다.
지금도 멋지지만 이병헌과 전도연의 풋풋하고 보송보송한 젊은 시절의 얼굴을 대할 수 있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전도연은 27살의 나이에 17살이라곤 하지만 초등학생으로서의 풋내 나는 산골소녀 역에 정말로 손색이 없이 성공적으로 연기
를 잘 해 냈다.
강원도 산골 산리국민학교에 사범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1살의 신입교사 강수하가 발령을 받아 부임을 한다.
동생을 업고 아이들과 고무줄놀이하고 노느라 엄마가 시킨 빨래 삶는 일을 까먹어 빨래를 태워 먹고는 엄마에게 쫓겨 도망을
친 홍연이, 막 마을에 도착하여 길을 묻는 수하를 만나고 좋은 인상에 마음 설렌다.
▼ 수하가 첫 발령지 강원도로 타고 가는 기차
▼ 수하는 먼거리에 멀미가 심했다.
▼ 옛날에는 흔했던 산골 마을 풍경
▼ 노는데 팔려 빨래를 태워 먹은 홍연
▼ 첫 만남 : 달구지에서 내린 수하를 바라보는 홍연
▼ 학교를 묻는 수하에게 산골 소녀답게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 채 방향을 가리키는 홍연
▼ 산리국민학교에 첫발을 들여 놓는 수하
▼ 산골 마을 아이들의 등교
엄마가 바쁘다고 홍연이 등에 아기를 업혀 학교에 보낸 개학날, 하필이면 수하가 홍연이의 담임이 되어 홍연이의 교실로 들어
온다.
이 후 홍연이는 수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며 짝사랑에 빠져든다.
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수하는 같은 날 부임을 한 연상인 양은희 선생과 함께 음악을 듣고 풍금을 치면서 짝사랑에 빠져 든
다.
▼ 교사의 첫발을 떼면서 아이들로부터 첫 인사를 받아보는 수하
▼ 선생님의 카리스마 : 교실, 복도에서 소란 피우던 아이들이 선생님만 떴다하면 순식간에 사라져 조용해 진다!
▼ 이지적인 연상의 양은희 선생에게 마음이 가는 수하
▼ 수하와 양선생님의 관계에 마음이 불편한 홍연
▼ 양선생은 수하가 연주하는 풍금(오르간)에 끼어들어 연탄곡 '젓가락 행진곡' 을 같이 합주를 하는 등 즐거운 한때를 보낸
다.
수하가 결정적으로 마음이 양선생에게 기우는 변곡점이 된다.
두 사람의 사이가 점점 깊어지는 것 같아 애 태우며 이런 장면들을 숨어서 지켜보며 속이 타는 홍연.
4살 위 담임인 수하를 향한 17살 늦깎이 국민학생 홍연이의 짝사랑, 4살 연상의 양은희 선생을 향한 담임 수하의 짝사랑!
두 사람 다 애틋한 짝사랑이 이루어졌으면 하고 바라지만 겨누고 있는 큐피드 화살의 방향이 다르니 그렇게는 될 수가 없다.
둘이 다 상처만 입게 되면 너무 안타까울 것이고....!
▼ 멋진 수하가 가는 곳 어디에나 홍연이의 마음도 따라 다닌다!
나는 1960년을 전후하여 국민학교를 다녔으며 1971년부터 교사가 되어 우리 고향과 같이 전기도 전화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
국민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하였다.
영화의 배경은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때보다 십여 년은 더 앞서 있는 것 같다.
우리 다닐 때만 해도 두세 살 위인 친구들은 몇 명 있었으나 다섯 살 이상 위인 친구는 다른 반에서도 만나기 어려웠다.
그러나 상당부분 정서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공감이 많이 간다.
물론 영화이니 억지스러운 부분도 없지는 않으나 꼭 영화의 줄거리와 관련이 없어도 그 당시의 생활상을 알아볼 수 있는 많은
부분이 등장한다.
좀 억지스럽다 여겨지는 부분 중 세 곳을 지적해보자면
첫째는 기차에서 수하가 멀미를 하는 풍경이다. 기차 멀미를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우나 영화에서는 멀미가 날 만큼 길이
멀고 험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다.
나는 6학년 때 서울로 수학여행을 왔는데 천안에서 기차타고 3시간이 걸렸었다. 강원도라면 7시간 이상을 잡아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선생님을 좋아하는 홍연이가 소풍날 선생님 닭고기 해 드린다고 집에 있는 산 닭을 엄마 몰래 잡아 가지고 가서
일으키는 해프닝이다. 소풍을 간 학생이 닭 잡고 요리하고 할 시간은 주어질 수가 없다. 준비물도 혼자서 챙기기는 무리이다.
다른 또 하나는 선생님 때문에 기쁨과 안타까움이 자주 교차되는 홍연이가 달 밝은 밤 바깥 마루에 홀로 앉아 사춘기적 감상
에 젖어 밝은 달을 바라보며 잠 못 이루고 있다.(그런 적 나도 있었다) 그 때 분위기를 깨고 자다 깬 엄마가 방문을 열고 무슨 청
승이냐고 한마디 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눈여겨보지 않았거나 그냥 그런가보다고 생각한 사람은 스쳐지나갈 수 있는 장면에
엄마 맨살의 다리가 길게 비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은 놓치기 쉬운 (요강에 앉아 볼일을 보면서) 방문을 여는 장면이다.
▼ 밝은 달을 바라보며 잠을 못 이루는 홍연.
내가 국민학교 1학년 때 살던 집은 이집보다 도 더 형편 없었다. 몇년 후 새로 짓기는 했지만!
▼ 자다 깨어 어서 자라고 잔소리하는 엄마
옛날에는 서민 집집 자는 방마다 잠자리 어느 한 구석에 요강이 놓여 있었다. 가족 누구나 자다 말고 요의를 느끼면 일어나 옷
차려 입고 먼 바깥마당까지 가는 수고를 하지 않고 편하게 방안에서 생리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것이다.
아마 엄마가 왜 갑자기 자다 깨서 방문을 열었는지 설명하기 위함이라고 보이나 어린아이가 아니면 요강에 올라앉을 때 여성들
은 그렇게 속옷을 무릎 아래까지는 내리지 않는다. 위 허벅지 아래부터는 가린다. 사실에 가깝게 보여주면 사람들이 요강에 앉
았는지 뭔지 모를 것이므로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은 한다.
(남성은 무릎을 꿇은 상태로 잘 겨냥하여 볼일을 본다. 혹시 어둠에 잘못 요강을 둘러 엎는 난감한 일은 없었을까? 상상에 맡긴
다! ^^)
아이 보기, 고무줄 놀이, 일손 돕기, 운동회, 소풍, 비 새는 교실, 화재 사건, 술자리, 남아 선호, 빨래 손질, 다듬이질, 만화방, 가
설극장 등등 잊고 있던 어린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많이 생각이 나서 참으로 재미있게 보았다.
나처럼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 옛 생각에 가슴 저리저리하도록 그리운 사람들에게는 보물단지 같은 영화이다.
거기다가 나는 영화 속 내용과 비슷한 궁벽한 시골에서 태어나서 그런 학교를 다녔고, 아직 어리다 할 수하와 같은 21살의 젊은
나이에 내가 시작한 일생의 업으로 40여 년간 초등학교 교사였으며 특히 시골 작은 학교에 십여 년을 근무해 본 경험도 있어서
‘내 마음의 풍금’ 그 영화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 등잔불 옆에서 혼나가며 이불 빨래 손질을 돕는 홍연
▼ 옛날에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 이상하던 아침 조회
▼ 운동회 때 주로 1학년이 하던 바구니 터뜨리기(=점심시간 알리기). 일학년은 이것으로 일정이 끝난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은 고학년으로 보이는데 고학년은 보통 이런 쉬운 것은 하지 않는다.
▼ 구구단을 외워가며 박자에 맞춰 마루 바닥 청소를 하는 아이들
물론 이 영화를 이번에 처음 본 것은 아니다. 십년도 더 전에부터 몇 년에 한번 꼴로 봐 왔다.
한국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빨리빨리’라는 얘기는 요즘 외국 사람들로부터 많이 듣는 모양이다.
버스가 정차하기도 전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질 않나, 비행기 안에서도 착륙하여 안전벨트를 풀어도 좋다는 안내방송
이 나오기도 전에 벌써 일어나 짐 가방을 챙긴다는 것은 외국 사람들로부터는 눈총을 받는 버려야할 나쁜 관습이다!
극장에서라고 생각이 다를까?
영화가 끝나가 라스트 씬이 뜨고 자막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들 나간다.
그렇다면 나는? 나라고 한국 사람이 아닌가? 나도 다른 사람이나 똑같지 뭐! -.-+;;
나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적은 없다. 방안에 편히 앉아 큰 화면의 모니터에 영화를 띄워놓고 보았다. 그동안 다섯 번도 더
보았는데 집에서는 영화가 끝나고 밖에 나갈 일이 없음에도 자막이 올라오면 정지시키고 다른 TV화면으로 옮겨 탔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쩌다가 무심코 엔딩 크레딧이 시작되어 자막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도 바로 끄지 않았는데 뜻밖에 그 때 배
경음악이 딱 내 취향으로 듣기에 상당히 좋다.
그래서 음악이 다 끝나도록 그대로 두었는데 자막이 나오는 중간에 의미 있는 사진 3장이 나오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다른 사람들이 다 나가더라도 나는 끝까지 남아 엔딩 크레딧을 놓치지 않고 보는 교양있는 문
화인이 되어야겠다! ^^;
(엔딩 크레딧이 주는 선물은 노래와 사진 3장이다. 첫번째 사진은 결혼사진인데 신랑, 신부, 주례는 모두 영화속의 인물이다. 무
심코 보면 그냥 보통의 결혼사진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아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찍은 것이며, 세번째 것은 자녀 넷을 거느리고
부부가 찍은 것이다.)
▼ 비 오는 날 교실 교사용 책상에 앉아 일기검사를 하는 수하.
나도 꼭 이런 열악한 환경의 교실에서 몇 십년을 보냈다.
▼ 옛날에는 유리창에 손자국 하나 없이 깨끗이 닦았다. 지금은 사고가 많아 제자리 서서 닦을 수 있는 곳이 아니면 유리창
청소를 시키지 않는다. 그것도 아이들은 잘 닦을 줄 몰라 교사가 하는 일이 많았다. 요즘은 또 어떨지? 나 퇴직 전에 화장실은
용역을 주어 청소를 했다.
▼ 수하가 겨우 발령 일년만에 학교에 사표를 쓰고 교실에서 마지막 인삿말을 하고 있다.
아직 짝사랑이기만 한 홍연이의 가슴은 찢어진다.
이번에 우연이긴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영화를 다 본 내가 참 대견하다!
영화의 흐름에 대한 구성은 첫 장면에 결혼한 중년의 홍연이가 낡은 자켓의 LP디스크(=레코드판)를 턴 테이블에 얹어 음악을
듣는 장면이 나오다가 멈추고, 곧바로 사건 전개의 과정이 그려져 이야기가 펼쳐진다. 라스트 씬에서 영화 시작의 맨 첫 장면의
음악 듣는 장면으로 다시 이어지면서 영화는 끝난다.
전체의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수하가 발령을 받아서 산리국민학교에 오던날에서 시작하여 사표쓰고 산리마을을 떠
나는 일년간의 이야기 이다.
▼ 서울로 가는 짐을 싸는 수하의 하숙집에 찾아와 울먹이는 홍연.
수하의 말 "내 마음을 제일 잘 아는 게 홍연이라고 생각해! 그렇지?" 대답없이 울면서 달아나는 홍연!
♣‘내마음의 풍금’ 영화(무삭제 1: 57’:44”)
https://www.youtube.com/watch?v=fXZBLgGxG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