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영산에 자주 갔으면서도 깃대봉을 지나 남포미술관으로 내려올 기회는 많지 않았다.
한번인가 내려 온 듯한데 꽤 길었던 기억이 있다.
하긴 팔영산에 점심 싸서 간 일이 드무니 길어봤자겠지만.
학교에서 남포미술관까지 15km정도인데 해창만 가운데로 질러가면 더 가깝겠다.
10여분 남짓 운전해 남포미술관 아래 주차하니 5시가 안 됐다.
깃대봉 3km, 8봉인 적취봉은 3.5km다.
한 시간 10분에 올라갈 수 있을까?
영남초 뒷밭이 온통 광대나물꽃밭이다.
물 없는 작은 개천앞 등산로는 돌과 아마매트로 지그재그 잘 정비해 두었다.
15분쯤 오르니 돌길이 편안한 능선이다.
몇번 작은 오르막을 힘차게 오른다.
우미산은 가깝게 부드럽고 해창만 방조제 뒤로 마복산은 흐릿해 모양이 없다.
진달래가 피고 생강나무꽃도 피었다.
길 가에 남산제비꽃이 하얗게 두개씩 짝을 지어 올라왔다.
춘란이 보이는데 길 가 것만 본다.
숲 속의 등산로이지만 가끔 바위가 나타나 전망을 열어준다.
맑은 날 다시 와야겠다.
한시간 가까이 바른등재라는 지명 앞에서 선녀봉과 8봉 능선이 보인다.
까마귀들이 몇 마리 날더니 해가 저물어가자 떼로 몰려다닌다.
사진을 찍으며 바삐 걸어 1시간 10분이 걸려 깃대봉에 도착한다.
정상인 깃대봉 주변은 옛군부대의 흔적인 안테나에 시멘트 구조물 등으로 어지럽다.
금방 내려와 샘쪽으로 가다가 바위에 서서 허리샠을 푼다.
유주산에서 아껴 둔 캔맥주를 마시며 경치를 구경한다.
해가 붉은 빛을 띠며 비숫하게 비투자 마복산 천등산 운암산의 모습이 조금 더 드러난다.
오취도 앞 첨도 주변의 섬들 뒤로 나로도는 여전히 흐리다.
팔영대교 건너 낭도 상산은 보이는데 선녀봉 뒤 여자만의 섬들도 흐릿하다.
캔맥주를 마시고 저 아랫쪽 까마귀들의 비행을 보다 일어난다.
30분이 다 되어간다. 45분쯤 해가 질 건데 바쁘다.
내려오다 계단의 바위에서 봉우리를 한번 보고 부지런히 걷는다.
불이 켜진 영남초를 보며 가로등 곁에 홀로 선 차로 돌아오니 7시 20분을 지난다.
배가 고프다. 술도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