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돈을 못 버는 이유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
내가 돈을 못 버는 이유가 무엇일까?
문제는 내 자신에게 있다.
'돈' 은 '강한 집착' 이 필요하다.
돈을 벌겠다는 강한 집착과 의지가 있어야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돈에 있어서만큼은 매우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나는 결코 돈을 벌 수 없다.
'돈' 으로 세상 이치를 이해하고, 돈 중심으로 살아가는 것이 싫기도 하고,
'돈' 이 아닌 다른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을 못 번다.
이제는 안다.
이렇게 살다보면, 결국 범부(凡夫)로 살아가다 생을 마감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 69권에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한다.
대체로 일반 백성은 상대방의 재산이 자기보다
열 배 많으면 몸을 낮추고
백 배 많으면 두려워하고
천 배 많으면 그 사람 일을 해주고
만 배 많으면 그 사람 노예가 된다.
이것이 사물의 이치이다.
물론, 이 구절만으로 사마천의 사고방식을 모두 평가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위의 문맥에서만 보자면, 요즘의 세태를 떠올리는 것들이 많다.
'남자는 돈, 여자는 미모' 라던가, '돈이 없으면 인생이 추해진다' 라던가, '돈만 있으면 장땡' 같은 세간의 말들이다.
또한, 장사에 관해서만큼은 지독한 중국인의 사고방식을 연상시키는데, 사실 사마천이 말하고자 함은 그런 것은 아니다.
당시는 '중농억상'의 시대로, 신성한 노동을 통해 먹을 것과 같은 근본 물자를 생산해 내는 농사를 경건히 여기고, 농사를 통해 생산한 물자를 사고팔아서 이문을 남기는 상업을 천하게 여겼다.(그런 가치관은 조선시대에도 이어진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다르다.
현실에서는, 물자를 유통하면서 이문을 남기는 장사꾼들이 재물을 축적하여 부자가 되었고, 그들의 권세가 대단했다.
즉, 사마천은 현실적으로 그러한 상황을 고려해서 '돈' 과 '장사'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역설한 것이다.
물론, 그렇게 모은 재산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단지 표면적인 문장만으로 사마천의 말을 오해할는지도 모른다.
마치 '돈이면 다된다.', '돈이 전부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사마천은 풍요로움 속에 여유가 생겨 덕을 실천하고, 풍요로움을 통해 백성을 다스리고 깨우치는 정치적 힘을 말하고자 함이다.
기원전 91년에 지었다는 이 책의 내용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놀랍고, 현실을 꿰뚫어 보는 냉철함이 놀랍다.
아니, 다른 의미에서, 과거나 현재나 사람 사는 것은 변한 게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안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그렇지 않다.
이것은 딜레마인데, 내 인생에 있어 좀 더 의미 있고 값어치 있는 일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기에,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인생을 써버리고 싶지 않고,
그것은 또 '그 무언가'를 찾지 못하면서 생기는 공백으로 인해 인생이 허비되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진다.
그러니, 결국 시간이 지나고 보면, 여전히 범부(凡夫)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벗어나지 못한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