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꽃과 나방
겨울꽃과 나방
세찬 바람 불고 겨울비 오는 날
꽃은 자잘한 나뭇가지 속에 숨어
차디찬 냉기를 견디며 피어있었다
분홍빛 두 송이 꽃
나무의 그 고결하고 애절한 호소
아름다운 사연의 현현(現顯)이었다
바람에 날리는 빗방울 속에서
한마리 나방은 이리저리 날다가
가까스로 마른 풀잎을 붙잡았다
휘둘림에 벙벙히
손끝을 대어도 날아가지 않고
더듬이만 움직였다
보는가
들리는가
느끼는가
거대한 파도에 이는 겨울 비바람
겨울꽃 방울
겨울나방 방울
글, 사진 / 최운향 2023.12.11
꽃양배추
겨울 나방
ㅡ 참나무가지나방
한 겨울 고요한 산속
움직임이 보였다.
작은 나방의 날개 짓.
몸이 굳어버릴까 봐 그럴까?
쉬지 않고 파르르 날개를 떨다가
너울너울 날고
자리를 잡고 앉아 또 날개를 떨고........
얼마나 힘이 들까?
본능적인
눈물겨운
생의 발버둥.
번데기의 삶에서
어이없는 혼돈의 세상
서둘러 빛을 보려 했던 게
이리도 차가운 겨울
누구나 그럴 수는 있지만
모든 게 하늘의 뜻이겠지만
애처롭다.
온통 앙상한 가지
밟혀 부서지는 누런 낙엽뿐인데
머물 장소를 찾지 못하고
날고 또 날아도
잔인한 겨울
그 장막을 넘지 못하고
아픔 속에 기진하여 날개는 절로 멈추고
휘- 허공을 돌며 떨어져
어느 순간
어느 지점에
피시시 시들어
그 슬퍼 지쳐버린 마음도 내려놓으리.
몸은 바싹 마르고
부서지고 가루가 되어
기다림의 길
그 억겁의 길 가운데로
다시 스르르
녹아, 녹아 들리라.
가는 길에 행운을........
친구여!
안녕-
글,사진 / 최 운향 2009. 12. 9
▼ 날갯짓을 하고 있는 참나무가지나방(수놈) /사진 2006. 1월
▼ 참나무가지나방 암놈/ 인용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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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사진은 겨울비 내리는 오늘(2023.12.11) 저녁 불암산 산책길에 만난
참나무가지나방 수놈의 사진이다.
그 암놈은 날개가 퇴화해 없어지고 마치 두 줄의 무늬가 있는 작은 사슴 벌레와
비슷하게 생겼다. 전혀 나방이라고 믿을 수 없는 모습이다(위 사진).
암놈은 발정기가 되면 독특한 분비물을 내어 냄새를 풍기고, 바람을 타고 흐르는
이 냄새를 맡은 수놈들은 암놈 있는 곳으로 모이게 되는데 이때 엄청난 수의 수놈
들이 군집해 비행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물론 그 많은 녀석들 가운데 어느 한 녀석이 사랑을 나누게 되고...........
아직 암놈의 실제 모습과 사랑을 하기 위해 운집한 수놈들의 그 장관을 이루는
비행 장면을 보지 못했지만 기대해 본다.
■ 날이 어두워지면서 불이 켜지고, 그 불빛으로 인해 무지개가 생겼다.
아름다운 천국에 온 것 같은 느낌.........
글, 사진 / 최운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