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대학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 현재의 대학은 자본의 개입하에 개인의 사회적 상승을 위한 발판으로서의 기능이 지나치게 부각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대학은 자신이 생산한 것을 사회와 공유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기존의 대학이 누리고 있는 혜택들은 바로 이러한 대학의 공공성을 기반으로 사회가 허락해준 것이다. 그러하기에 대학은 각 개인의 통과의례적인 공간으로서만 기능해선 안 된다. 오히려 대학은 사회의 각 주체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의무를 지닌 공간이다.
대학을 사회의 자산으로 바라보는 이 사회의 일 주체로서 우리는 대학의 공공성 회복을 주장한다. 이에 우리는 대학의 도서관 또한 대학 내부의 주체들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라 사회와 공유해야 할 공간으로 규정한다. 대학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독점적으로 확보해왔던 지식을 사회에 환원해야 하며, 이 일환으로서 대학도서관은 지역사회를 향해 걸어잠궜던 문을 열어야 한다. 대학도서관의 완고한 장벽을 철폐해야 하고, 대학도서관의 장서를 시민들과 공유해야 하며, 대학도서관은 이를 위한 제도적·실질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대학도서관 개방운동은 대학의 여유공간을 일반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시혜적인 운동이 되어선 안 된다. 오히려 이 운동은 이제까지 만들어내지 못했던 대학의 본래적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며, 고급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시민들에게 정보를 환원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학의 학생과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내의 비정규직 노동자로부터 지역의 여성, 장애인, 성적 소수자, 그리고 노동자 등 사회적·문화적 소수자를 비롯한 수많은 지역주민들까지 대학도서관을 함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다.
하나, 일정 범위의 사람들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서관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
하나, 도서관 자료의 개방은 대출까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하나,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충분한 열람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하나, 장애인 도서관 이용정책을 마련하고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