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_신경림(1936-2024)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2008년 발표 시집 「낙타」에 수록]
《저 구름 흘러가는 곳》
김용호 詩, 김동진(1913-2009) 작곡, 테너 박홍섭 노래입니다.
https://youtu.be/4pOMb32ORN8?si=cBruChYYHZwiCsRD
첫댓글 ㅎㅎ
안녕하세요
'낙타' 시와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잘 감상했습니다
저는 박순복님의 노래를
많이 좋아합니다 ☘️🎧
요 曲 말이지요?
소프라노 박순복 님 노래로는 첨 듣는데
참 곱고 영롱합니다. ㅎ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
루히 문우님 반갑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너와 나 모두임을 감정하며
흐르는 구름을 보는 시각만은 또렷 하군요
그러나 종착지는 있는 법, 이 모든 주인 조물주가 있겠지요
흐르는 구름이 사라져 그곳으로 가는 것...
독자에게 이 마음이 되었으면요.
신경림 시인은 詩와 본인의 평소 생활이
일치됐던 분으로 여깁니다.
그분 염원대로 낙타를 타고 가셨겠지요.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