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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esar's love
Caesar
① 시저, 카이사르 Gaius Julius caesar (100-44 B.C.) 《로마의 장군·정치가》
② 로마 황제;《일반적으로》 황제(cf. KAISER, CZAR);전제 군주, 독재자
③ (신과 대비하여) 현세의 지배자
"놔, 놔! 이 자식들아!“
시혁은 오른팔인 현문과 함께 관할의 룸싸롱을 시찰하는 중이다.
룸싸롱에서 난데없는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고 떠나가라 소리치는 소리에 저절로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무슨 일이지?”
그 곳의 기도를 향해 물었더니 크게 당황한 표정이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형님.”
“해결안된 일이라도 있나?”
이번에는 룸싸롱의 주인이자 중간보스인 해훈을 향해 물었다.
“아주 사소한 문제입니다.”
시혁은 차가운 눈초리고 해훈을 아래 위로 훑어보았다.
시혁은 그대로 소란이 일어나고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문을 여니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어떤 여자가 소리를 지르며 기도들에 의해 끌려 나가는 중이었다.
여자는 필사적으로 나가지 않으려 발버둥을 쳤고 그 바람에 옷도 머리도 엉망이 되어버렸다.
“무슨 일이지?”
시혁이 입을 열자 기도들은 긴장한 채 허리를 숙여 깎듯이 인사를 했다.
그 바람에 여자는 기도들의 팔에서 벗어나 옷을 툭툭 털었다.
“당신이 여기 책임자예요?”
당돌한 여자. 거지꼴을 해서 당당한 그녀를 보자 왠지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았다.
“그렇습니다만 무슨 일이라도?”
“내 동생이 여기 있다는 거 알아요. 내 동생을 찾으러 왔어요. 동생만 찾으면 얌전히 갈거예요. 아무문제도 안일으키고.”
시혁은 인상이 또 찌푸려졌다. 해훈이 업소여자관리를 제대로 하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난 당신 동생을 몰라. 그러니 가지.”
“분명히 있어! 소이준! 정말 몰라요?”
여자문제라고 생각했더니 그의 귓가에 남자이름이 들렸다. 그렇다면 살짝 문제가 달라진다.
조직을 배신한 놈이거나 조직과 관련된 어떤 놈일 게 분명하니까.
하지만 큰 문제를 일으킨 놈이라면 당연히 이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혁의 기억하는 한 그런 이름을 한 남자는 기억에 없다.
처음듣는 이름에 그는 해훈에게 눈짓으로 누구냐고 물었다.
눈치빠른 해훈은 그에게 다가가 귓가에 말한다.
“얼마 전에 조직에 들어온 놈인데 19살입니다. 가출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해훈의 말에 시혁은 왠지 긴장이 풀어졌다.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 있는 일이다.
치기에 가출하고 조직에 들어오는 어린 소년들. 하지만 이렇게 가족이 찾아오는 일이란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얌전히 소년을 돌려보내는 것이 낫다.
나중에 더 큰 골치아픈 일이 생기기 전에 싹은 제거하는 게 나으니까.
“소이준? 당신은 어떤 근거로 동생이 여기 있다고 생각한 거지?”
“이 쪽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사람이 있으니까.”
여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하지만 저 태세로는 돌려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라도 할 태세다.
골치아픈 일은 사전에 제거하는 게 낫다.
“좋아. 알아보고 그런 이름의 사람이 있다면 집으로 가라고 말해주지. 그러니 이만 가 주겠나?
이러고 있는 건 분명한 영업방해거든.”
시혁이 돌아서려고 하는데 누가 말릴 틈도 없이 여자가 재빠르게 시혁에게 다가와 그의 손목을 꽉 잡았다.
시혁은 여자의 뜻밖의 행동에 짐짓 놀랐으나 아무렇지도 않은 척 차가운 표정으로 여자를 내려다 보았다.
잠깐이었지만 가까이서 본 그녀의 얼굴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 아이, 철이 없어요. 당신네들 쪽에서 내치지 않으면 그냥 있을 애예요. 그렇게 되는 건 너무 싫어요.
그러니 부탁할께요. 지금당장 그 아이를 돌려줘요.”
여자의 말은 부드러웠지만 눈빛은 강했고 말투는 조용조용했으나 그 속에는 힘이 들어 있었다.
이런 타입의 여자는 처음이다. 말은 부탁조이나 표정이나 눈빛은 강압적이다.
시혁은 순간적으로 묘한 생각이 떠올라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웠다.
“소이준이라고 했나? 동생을 돌려준다면 내게 뭘 해줄 수 있지?”
“돈을 달라고 한다면 돈을 드릴께요.”
여자는 망설이지 않고 마치 예상이나 했다는 듯이 대답했다.
“우습군. 돈이라면 나도 있어.”
시혁의 말에 여자가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덕에 여자의 손에서 힘이 빠졌고 시혁이 순간적으로 손을 빼 그녀의 손목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여자는 아픈지 표정이 일그러졌다.
“나한테 뭐든 해줄 수 있나?”
“뭘 원하는 거예요?”
여자는 아픔에 얼굴을 찌푸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겁먹은 얼굴은 아니다.
시혁은 순간적으로 짓궂은 마음이 들었다.
“너.”
“네?”
여자는 놀라움을 금치못해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제야 시혁은 여자의 손목을 풀어주었다. 그리고는 차갑게 얼어붙은 표정으로 변한채 말했다.
“그 정도 각오는 하고 왔어야지. 여기가 놀이터인줄 아나? 내 장난감이 될 마음이 없다면 당장 사라져.”
싸늘한 음성이 주변 사람들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
사실 일개 조직원따위 그냥 내보내도 상관없다.
하지만 그 전에 조직이 얼마나 무서운것인지 그 인식만 심어주면 된다.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게.. 입방정떨지 못하게... 그 정도만.
저런 애송이 여자는 상대할 가치도 없다. 이 정도면 겁먹고 도망칠테니.
여기까지 생각하자 왠지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좋아요! 기꺼이 당신의 장난감이 되어드리죠. 대신 동생은 꼭 집으로 돌려보내줘야 합니다.”
예상 밖의 말에 시혁은 적잖이 놀랐다.
“내 장난감이 되어야한다는 말, 무슨 뜻인지 알고는 있나?”
“짐작은 해요. 그러니 내 동생 보내주세요.”
사뭇 그녀의 표정은 진지하다. 겁먹은 표정 하나 없다.
시혁은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여자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질릴 때까지만 여자를 데리고 놀아보자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지금 그 말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해훈, 지금 당장 소이준을 찾아와.”
시리도록 아름다운 시혁의 얼굴에 빛이 났다.
오른팔인 현문이 그 것을 캐치했다.
현문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왠지 두려워졌다.
**
차 안에서 동생이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안심한 듯이 한숨을 내쉬는 여자.
시혁은 여자의 얼굴에서 여러 가지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긴장한 표정, 들뜨는 표정, 안심하는 표정, 그리고 걱정어린 표정까지.
이표정을 짓는데 단 3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 됐어요. 가요.”
여자의 말에 시혁은 출발하라는 신호를 보냈고 차는 꽤 오래 달리기 시작했다.
밖을 보니 온통 산과 들뿐이었다.
여자는 속으로 어딘가 시골 깊숙한 곳으로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안에서 지쳐갈 무렵 시혁의 정원이 딸린 집에 도착했다.
젊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큰 집이지만 조직의 보스인 그에게는 가능한 일이다.
"여긴 나혼자 지내는 집이야. 현문이외는 보통 출입을 하지않지. 하지만 어디에나 cctv가 있어 이 집을 지켜주지.
그런데 이름이 뭐지?”
“소다영.”
“다영, 방은 2층방을 쓰도록 해. 난 1층 방에서 지낼거야. 왠만하면 1층으로 내려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단,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내 방으로 와야해. 나머진 현문이 설명해줄 거야.”
시혁은 들어오자마자 다시 옷을 챙겨입고 나갈 채비를 한다.
“8시에 같이 저녁을 먹도록 하지.”
시혁이 나가자 다영은 맥이 풀린 듯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다영은 그제서야 그 모든 것들이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시혁이의 아름답지만 차가운 얼굴에서 그녀는 왠지 모를 두려움이 느껴진다.
“다영씨?”
“네?”
현문의 조용한 부름에 다영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그를 쳐다본다.
현문 역시 차갑고 왠지모를 섬뜩한 느낌이 있는 남자다.
시혁보다 작은 편이기는 하지만 그 역시 180정도 되어보이는 큰 키의 길쭉한 기럭지의 소유자이다.
그의 안경너머로 비치는 눈동자는 감정없고 날카롭기만 하다.
“다영씨가 쓰실 방을 안내해드리죠.”
딱딱한 그의 말투에 긴장을 하며 그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생각보다 꽤 넓직했다. 큰 방과 샤워실, 화장실, 미니바가 보였다.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2층 거실과 미니바에도 cctv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물론 방안에는 없지만 밖으로 향한 베란다에는 설치되어 있습니다.
만약 허튼행동이 발각된다면 당신의 안전은 보장되지 못합니다.”
“알고 있어요. 그리고 전 제 의지로 여기에 있는 것이니 도망치거나 그러진 않아요.”
다영은 어차피 오래 있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당신이 얼마나 여기에 계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계실동안만큼은 부디 보스의 신경을 거스르질 않길 바랍니다.
당신의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제 동생에게는 이제 아무일도 없는 거죠?”
“당신의 행동여하에 따라. 일단 당분간은 아무일 없을테니 염려놓으시죠.”
“알겠어요.”
“저녁식사는 요리사가 와서 준비해놓을 것입니다. 그 전까지 편하게 쉬십시오.”
현문이 방을 나가자 다영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 순간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렸다.
“아, 휴대폰은 당분간 저희가 보관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다영의 휴대폰을 빼앗아 가버렸다.
“휴. 단순하긴. 그래도 마지막 위치는 여기로 나온단 말이야.
진희한테 이틀간 아무소식없으면 경찰에 신고하랬으니까 조금만 참으면 되지 뭐.”
다영은 혼잣말로 낮게 중얼거리고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방 안을 둘러보니 방 안에는 온갖 고급스러운 가구들이 가득했다.
언제 준비했는지 화장대에는 명품 화장품들이 늘어져 있고 옷장에도 정장스타일의 원피스들이 가득했다
“알만하군. 생각보다 조신한 스타일을 좋아하나 보네.”
다영은 옷을 이리저리 몸에 대보았다. 입어보니 다영에게 꽤 잘 어울리는 듯했다.
다영은 그 사실이 더 기분나쁜 듯 옷을 벗어 던져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너무 긴장한 탓에 몰랐지만 어제와 오늘 현문과 시혁에게 온정신을 집중하고 긴장한 탓에 몸이 피로해져 있었다.
잠에 빠져드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얼마쯤 잠들었을까.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그리고 부스스한 모습으로 방문을 여니 그 곳에는 시혁이 서 있었다.
시혁은 무서운 눈초리로 다영을 응시했다.
다영은 순식간에 잠이 깨고는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내가 준비한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저녁식사에 초대한 걸로 알고 있는데.”
다영은 시혁에 말에 자신을 보니 속옷차림이다.
너무 놀라 다급히 몸을 가리는데 시혁은 다영에 상관없이 이미 그 방으로 들어왔다.
시혁은 옷장 문을 열어 옷을 한 벌 꺼내 그녀의 발 밑으로 던졌다.
“준비하는데 5분 주지. 5분 후에도 내려오지 않는다면.”
시혁은 다영에게 다가가 다영의 얼굴을 손으로 어루만지고는 귓가에 속삭였다.
“바로 너를 먹도록 하지.”
시혁의 말에 다영은 화들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고 시혁은 아주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방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다영이 다급히 옷을 입고 1층의 주방으로 내려오니 그 곳에는 시혁뿐이었다.
다영이 그의 앞자리에 앉았다.
시혁은 그녀를 흘낏 보더니 식사를 시작했다.
다영이 쭈뼛쭈뼛 거리자 시혁이 다영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문을 열었다.
“걱정마. 밥에 약을 타거나 하진 않았으니까.”
두 사람은 말없이 식사만 했다.
그런 생활이 일주일째 계속 되었다.
시혁은 늘 저녁식사시간에 맞춰오고 두 사람은 식사만 했다.
별다른 말도 없이. 별다른 행동도 없이.
다영은 긴장감으로 미칠 것만 같았다.
진희는 뭘하고 있는지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같은 것은 들을 수도 없었고 시혁의 얼굴에서도 그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영은 초조함에 지쳐갔으나 애써 그런 기색을 안내비치려 노력했다.
시혁이 없는 시간에는 늘 현문이나 해훈이 집에 있었는데 외출도 허락하지 않으면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 따분하면서도 긴장된 일주일이 지나고 또다시 금요일이 됐을 때다.
여느때처럼 말없는 식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시혁의 식사량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자 다영이 그의 얼굴을 살폈다.
자세히 보니 눈 옆에 상처자국이 있고 불편한지 자신의 오른쪽 배를 이따금씩 쓰다듬었다.
“다쳤어요?”
“이제야 말을 하는군.”
“상처..있잖아요. 치료는 했어요?”
“흔히 있는 일이지.”
다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시혁에게 다가가 그의 오른쪽 배를 살폈다. 피는 멈췄으나 선명한 칼자국이 있었다.
“세상에! 약도 안발랐어요?”
그의 상처를 본 다영이 놀라 소리치자 시혁이 그녀의 팔을 붙잡아 자신쪽으로 끌어당겼다.
“소란떨지마.”
“소란이 아니예요. 잠깐만요, 제 방에 구급상자가 있었어요. 기다려요.”
다영은 다급히 방으로 뛰어올라가 구급상자를 들고 내려왔다.
시혁은 애써 지켜왔던 뭔가가 무너져내림을 느꼈다.
다영이 구급상자를 열어 그의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바르고 붕대를 댔다.
다영이 대학생일 시절, 동아리활동에서 배운 적이 있는 솜씨로 능숙하게 치료했다.
“다행히 깊지는 않네요. 스친 것 같아요. 그래도 주의해야죠.”
자신의 앞에 무릎꿇고 앉아 상처를 돌봐주는 그녀를 보자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과 동시에 애써 모른 척해온 어떤 감정이 되살아남을 느꼈다.
시혁은 자신도 모르게 다영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이건 모두 니 탓이야.”
그리고 있는 힘껏 그녀를 끌어안았다.
“저기요! 좀 놔줘요! 숨막혀!”
다영은 시혁의 품에서 벗어나고자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내리쳤고 그러면 그럴수록 그는 더욱 더 다영을 끌어안았다.
그 순간 다영은 머릿속으로 그의 신경을 거스르지 말라던 현문의 말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또 자신이 약속했던 시혁의 장남감이 되겠다는 약속.
다영은 그를 밀쳐내는 행동을 멈추었다.
시혁은 품 안의 그녀에게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시혁에게서 전해져오는 입술의 떨림. 차가운 인상과는 달리 따뜻한 입맞춤.
이 거대한 사내에게 이런 섬세한 면이 숨어져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일주일 하고도 하루 전.
다영이 속옷차림으로 시혁을 맞을 때 그는 속으로 깜짝 놀랬다.
여지껏 많은 여자들을 만나보았다. 자신에게 목숨까지 걸 정도로 사랑을 애걸하는 여자도 수도 없이 봐왔다.
하룻밤에도 섹시하고 예쁜 여자를 수도없이 많이 안아봤다.
여자의 알몸에서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시작된 두근거림.
다영을 집에 들인 이후에도 그는 자신의 감정에 혼란스러워 더욱더 많은 여자를 만났다.
정말 섹시하다고 소문난 여자를 품에 안았지만 그 순간에도 다영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그 감정들이 그를 미치게 했다.
그녀가 자신의 마음 속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기 싫었다.
그럴수록 더 그녀에게 관심없는 척 행동했다.
하지만 매일 저녁식사시간이 기다려졌고 말없는 식사임에도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피튀기는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행복.
그녀가 자신을 떠나야하는 사람임을 알기에 그 감정을 추스르고자 노력했다.
“형님, 요즘 많이 이상해진 것 같아요.”
해훈의 깐죽거림.
“그 년, 그 때 그년 맛은 어떻딥까? 괜찮았으면..”
해훈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는 그의 멱살을 잡았다.
“형님!”
해훈이 놀라 형님을 외치자 그는 이성을 차린듯 그를 풀어주었다.
“니가 신경쓸 일이 아니야.”
시간이 지날수록 미치는 것은 시혁이었다.
“이제 보내시죠. 누군가 그녀를 실종신고한 것 같습니다.”
현문의 조심스러운 충고에 가슴이 찟길 듯 아팠다.
그녀를 떠나보내기가 죽기만큼 싫었다.
그리고 오늘, 머릿속이 어지러운 채 급작스러운 습격을 받게 되었다.
누군가 그가 차에서 내리는 타이밍을 노려 공격해온 것이다.
다행히 피하기는 했지만 칼이 배를 스쳤다.
“괜찮으십니까 형님?”
현문이 다급히 괴한을 제압하고는 그의 안부를 물었다.
평소라면 이런 일이 없을 시혁이기에 현문은 더욱 그가 걱정이 되었다.
그는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어 누군가 노리고 있다하더라도 금방 눈치를 챘기 때문이다.
“괜찮아. 그보다 지금 몇시지?”
“7시 50분입니다.”
“그럼 집으로 가야겠어. 그 놈은 알아서 처리하게.”
“그러나 형님, 상처가..”
“괜찮아. 현문, 그럼 부탁해.”
그는 마음이 급했던지 직접 차를 몰아 그 자리를 떠났다.
남겨진 현문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달콤한 키스.
갑작스러운 그의 달콤한 키스.
연애는 몇 번인가 해봤다. 당연히 남자와 키스도 수도 없이 해봤다.
하지만 이런 조심스러운 키스는 처음이다.
마치 자신이 유리로 만들어진 인형인양 떨리는 입술로 조심스럽게 다가온 그에게 다영이 더 놀랐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두려움과 떨림. 차갑고 감정이 없는 것 같은 그에게 느껴지는 상반된 두가지 감정.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다영은 스스로가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오늘 밤은 그냥 내 곁에 있어.”
“네?”
“나와 같이 있는다면 가장 원하는 소원을 들어주지.”
그의 말에 다영은 눈을 빛냈다. 절호의 기회다!
“진짜죠?”
“난 두말하지 않아.”
슬픈 듯이 차갑게 얼어붙는 눈동자. 그런 그를 보자 아련한 마음이 들었다.
처음 들어간 시혁의 방은 생각과는 매우 달랐다.
한쪽 벽면이 책으로 가득했고 책상 하나 침대하나 붙박이 옷장 하나 그게 다였다.
어딘가 외로워보이는 방. 하지만 깔끔하고 라벤다향이 났다.
시혁은 윗옷을 벗더니 의자에 걸어두고 침대에 누웠다.
그 모습이 순간적이지만 섹시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영의 얼굴은 달아올랐다.
“의자에 앉아.”
다영은 의자를 가져와 침대 옆에 두고 앉았다.
“넌 어떤 사람이지?”
“네? 아, 별볼일 없어요. 그냥 어디에나 있을 평범한 20대 여자죠.”
다영의 대답이 끝나자 일순간 침묵이 돌았다.
그와 함께 있는 침묵은 왠지 싫어 다영이 입을 열었다.
“철없는 남동생이 하나있을 뿐이예요. 아, 그 녀석 때문에 골치예요.
부모없이 컸다는 소리 안듣게 할려고 나는 노력하는데 허구헌날 사고만 치고. 가출까지 하더니 결국엔...아!”
순간 다영은 실수했다는 생각에 그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는 그 자세 그대로였다.
“괜찮아. 계속 얘기해봐.”
“그 녀석 뒷바라지 하려고 안해본 일이 없어요.
전에 직장에서 짤렸을 때는 돈 많은 노인네 잡아 시집갈 생각까지 했다니까요!
동생은 애먹이지, 맨날 사고만 쳐서 드는 돈만 많지, 직장에서 짤려서 월세도 못내고...”
다영의 말에 시혁이 쿡하고 웃었다.
그 웃음이 얼마나 천진스러워 보이는지 다영은 신이나 계속 떠들어댔다.
“맨날 사고쳐서 화가 나서 맨날 싸움박질만 하려거든 조폭이나 되어버려!라고 소리쳤어요.
그랬더니 진짜 녀석이 찾아갈지는 몰랐죠.”
신이나 동생이야기를 하던 다영은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정말.. 나쁜 동생같으니.”
다영의 목소리가 울먹이자 시혁은 침대에서 몸을 반쯤 일으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잔뜩 고인 그녀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걱정마. 그 동생 잘 지내고 있어.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잘 지내고 있다고 하더군.”
그럼에도 다영이 계속 울먹이자 시혁은 그녀를 다독여 주었다.
살짝 끌어당겨 끌어안고는 등을 토닥였다.
“내 걱정도 할텐데. 이 세상에 피붙이라고는 우리 둘뿐인데. 이젠 정말...”
시혁은 계속 말없이 그녀를 토닥여주었다.
그렇게 실컷 울고나서야 다영은 진정이 되는지 그만 그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
그 동안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린 탓이다.
품에서 잠든 그녀를 하나하나 자세히 바라봤다.
처음엔 몰랐는데 그녀는 코가 굉장히 귀여웠다. 입술은 도톰하고 얼굴에는 여드름 자국이 약간 남아있었다.
코에다 살짝 키스를 하자 가려운지 코를 찡긋해보인다.
시혁은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너를 더 이상 내 옆에 묶어두면 안되겠지?
내 옆에 남아만준다면 정말 행복할텐데....
너를 위한다면 보내야겠지?”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윽고 그도 그녀를 안은 채 잠이 들어버렸다.
눈을 뜨자 낯선 천장이 보였다.
어젯밤의 일이 생각나 다영이 얼굴이 붉어졌다.
옆을 돌아보니 그가 잠들어 있었다.
매일 저녁에만 봐서 잘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 그의 얼굴은 정말 조각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그의 눈과 코, 입술을 만졌다.
따뜻한 체온. 늘 차갑게만 느껴지던 그가 따뜻하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배에 감아놓은 붕대가 눈에 띄었다.
붕대를 만지려는 순간 그가 눈을 떴다.
덕분에 다영이 놀라 뒷걸음질치다 그만 침대에서 굴러떨어져 버렸다.
“소원은?”
시혁은 일어나 꼭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옷장 문을 열어 하얀 셔츠를 꺼내 단추를 잠그며 묻는다.
“집으로 보내주세요.”
“현문이 바래다 줄거야. 올라가서 짐정리해.”
“가지고 온 것도 없는데.”
“가지고 가고싶은 것도 없는가?”
다영은 시혁의 말에 뭔가 대답을 하고싶었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 스스로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할 뿐이었다.
시혁은 다영을 그 곳에 놔둔 채 나가버렸고 시혁이 나가자 뭔가 잃은 듯한 기분에 다영은 자신 스스로를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이윽고 현문이 데리러 와 다영은 다소곳하게 그의 차를 탔다.
“이 곳에서 있었던 일은 잊어주시길 바랍니다.”
“네.”
힘없이 대답하는 다영. 현문은 미러로 다영을 힐끗 쳐다본다.
이윽고 집에 다다르자 현문은 그녀를 내려주었다.
다영은 그를 한번 쳐다보지도 않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멀어져가는 그녀의 모습.
힘없이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
그 모습에 자신의 보스가 겹쳐 보였다.
그러자 현문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그 것이 현문이 본 다영의 마지막 모습이기를 그는 간절히 바랬다.
첫댓글 어~어??뒷이야기 없어요??ㅠ
갑자기 끝난 것 같나요? 다영이 남을지 떠날지 님들의 상상에 맡기려고 이렇게 끝낸건데 좀 읽어보니 부자연스럽게 끝맺음 했네요. 그럼 본래의 결말을 들고 수정해서 다시 올리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넘넘 감사드려요*^^*
와-ㅜㅜ 여기서 번외편 있음 딱 좋을것같은데-
감사합니다 ^^* 사실 번외를 노리고 쓴 건데 좀 티나나요?ㅋㅋ 일단 빠른 시간안에 써서 올리겠습니다. 그 때도 잘 부탁드려요~
아번외번외!!!!!!!!!!!!!!!!!!!!!!재밌당
재미있었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번외편은 하나 생각한 스토리가 있는데 너무 길어서 길이 조정 좀 하고 올릴께요~ 그 때도 재밌게 봐주세요~
결말이 맺음되지않아 더더욱 보고싶어지네요~!! 번외편 꼭 올려주세요~ 기다릴게요^^
제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시다니!! 감사드려요~ 번외도 올렸으니 꼭 봐주세요^^*
우와아~~>< 넘넘재밋어용 !!ㅎㅎㅎ 지금바로 번외보러 갑ㄴㅣ당 ~~
읽어주신 것도 감사한데 번외까지 챙기시다니...너무너무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