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역시 장거리 여행임이 분명하다.
간만에 유럽 못지 않게 긴 거리를 비행하는 것, 일단 집을 나와 여행을 한다면 기본은 열흘이라고 외쳤던 것은
옛말이 되었고 장시간 비행하는 내내 세월값을 하는 온 몸이 장난이 아니게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오래도록 여행계획을 짜지 아니하고 다시 한번의 여지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고
집에서 혼자 있을 외조 남편을 걱정할 일을 더는 것으로도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방왈 "이왕 집나가는 것 한 열흘 다녀오지 그러냐...짧은 여행으로 만족이 됨?"이라고...
그랬으나 이미 우리는 많은 세월값을 하느라 신체적으로 강건하지 않기 때문에 짧은 여행도 나쁘지 않았다는 말이다.
물론 피곤해질 것을 고려하여 목베개도 준비해가고 실내 온도를 고려하여 여벌옷도 챙겼지만 비행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옆사람에게 민폐일까봐 불빛을 장전한 영화도 보지 못한 채 그 시간내내 몸부림을 하였다.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와중에 간간이 친구와 귓속말도 해가면서 말이다.
사실 고단한 장거리 여행 이기도 해서 오랫동안 할애해가며 처음부터 길게 계획을 잡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으나
그러기에는 에너지 만점이고 호기심 천국에 걸맞는 파워 에너지를 발휘하였어도 피곤은 하더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사실은 가장 연장자로서 왕언니 소리를 듣고 말았지만 그 누구보다 파워풀하여 절대 그 나이를 믿지 않았다는.
그러나 결론적으로 호주 그 자체로는 피곤할 일이 없는 썩 좋은 여행지였으나 호기심 천국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은 오페라 하우스를 만나는 것이었으며 이미 호주에서 살다온 딸의 이야기 만으로도
호주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천국인 듯 하였지만 모험을 즐기는 쥔장으로서는 그저 안온하게만 느껴지더라는 말씀.
어쨋거나 공항까지 가는 시간도 만만치 않아 세시간을 걸려 공항에 도착을 한 후
패키지 가이드가 등장하기도 전에 이미 익숙한 공항에서 기본적인 준비를 마치고
화물용 가방은 미리 수속을 마쳐놓은 채 홀가분하게 노닐다가 잠깐 안내차 들른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미리 예약해온 모바일 티켓으로 출국장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같은 일행들이 우와좌왕 하는 모습에
어쩔 수 없이 참견모드가 발동하여 키오스크 활용법을 알려주고 휘리릭....
검색대를 지나와 늦은 점심을 해결하러 햄버거를 주문하는 와중에 한국을 찾아들었던 외국인들의 긴 행렬.
별 수 없이 한참을 기다려 점심을 해결하면서 비행기 안에서 맛보게 될 저녁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긴 여로의 시작점인 비행기 탑승완료 후 들뜬 마음보다는 어쩐지 차분한 마음이 먼저.
그 예상은 끝까지 어긋나지 않았고 호주는 그저 천혜의 복을 받은 대자연의 완결편 같았다.
여행하는 내내 자연 우선주의를 부르짖으며 모든 것의 우선 순위를 자연에 두며 인간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고
그런 자연에 대한 제재에 대해 아무도 불평불만 없이 자연을 거스리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어 내심 부러웠다.
여하튼 공항검색대에서는 왼쪽부위에 빨간색 불....무엇이냐 물어서 "심장 스턴트"를 했다고 말하였더니 통과.
뭐하나 놓치는 것 없이 철저하게 조사하는 그들의 집중력이 놀라웠고 기내 가방은 일일이 검색대에서 풀어 조사하고
그날만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게 입국장으로 들어서는데 가는 곳곳마다 키오스크에서 여권을 대고 티켓을 발권받아야 또 들어갈 수가 있었는데
친구의 여권이 새로운 전자여권이었어서 그랬는지 자꾸 다시 시도하라는 문자가 뜬다.
하여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며 간신히 해결하여 검색대를 지나는데 이번엔 세관신고서에 의약품에 "YES" 표시한고로
다시 검색대로 불려가 다시 한번 체크를 당하였지만 가정 상비약과 개인 의료약품이라는 설명을 하고
영문으로 표기한 의약설명서와 영문 처방전을 보여주고서야 통과....엄청 까다롭게 선별하는 것은 아마도 난립하는
향정신성류나 마약류들 덕분이 아닐까 한다.
또한 의외로 한국에서 가져간 햇반 때문에 검색대에 불려온 여행객도 있었으니
보통의 검색은 아닌 듯하다.
게다가 한국에서 호주 비자를 신청했던 일행중에는 랜덤으로 걸린건지 아니면 뭔가 이상했는지
호주 대사관으로 불려가 햑력과 성적표, 재산증명, 남편의 직장, 자녀들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점검을 받았다고 하는데
기분 나빠서 안가겠다고 하는 것을 간신히 동참시켰다는 후문이고 보면 호주라는 나라가 엄청 까다롭게 구는 것도 사실.
그렇게 공항을 빠져나오니 호주 현지 가이드가 팻말을 들고 서있다.
이미 지쳐있는 모습으로 보이건데 아마도 아침에 한 차례 다른 여행팀들을 보내고 또 새롭게
새로운 여행객들을 픽업하는 모양새였으나 첫인상이 나쁘지 않았으므로 고고고.
암튼 이제 넓디 너른 자연의 혜택을 마구마구 누리는 호주 속으로 들어간다.
첫댓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의 여행기를 기다린다네~!
내가 못보고 못느낀 다름이 궁금하여서리...
아마도 느낌은 비슷하지 싶을 듯.
참으로 편안하고 살기좋은 호주라는 생각이 엄청 들었고
왜 딸이 호주로 이민을 가고 싶어하는지 알겠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