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현지시간) 폴란드 가톨릭교회가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려진 폴란드 주교의 성범죄 은폐 사건을 교황청으로 이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한국 천주교회 인천교구도 최근 시사고발 방송을 통해 드러난, 과거 위력에 의한 신학생 성추행 사건을 교황청에 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개정된 교황청 성범죄 관련법에 따른 절차로, 폴란드와 한국 인천교구의 사례가 교황청 개정법의 첫 시험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폴란드 주교회의, “교회 보호한다는 거짓된 논리에 끌려가지 말라”
▲ 보이치에흐 폴라크(Wojciech Polak) 대주교
폴란드 주교회의 의장 보이치에흐 폴라크(Wojciech Polak) 대주교는 주교회의 임시총회 후에 기자회견을 열고 폴란드 칼리시(Kalisz) 교구 에드바르드 야니크(Edward Janiak) 주교의 성범죄자 은폐 혐의를 교황청에 이첩하겠다고 발표했다.
보이치에흐 폴라크 대주교는 “사제, 수도자, 부모, 교육자들이 성범죄자를 숨겨 교회를 보호한다는 거짓된 논리에 끌려가지 않기를 당부한다”면서 “우리는 이러한 범죄를 은폐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결정은 세키엘스키 형제가 제작한 가톨릭교회 성범죄 폭로 다큐멘터리 ‘숨바꼭질’(폴란드어: Zabawa w chowanego, 영어: Hide And Seek)가 공개된 당일 내려졌다.
이 다큐멘터리는 세키엘스키 형제가 자신들을 성폭행했다고 지목하는 한 사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다른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알게된 교회 관계자들의 미온적 태도를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키엘스키 형제는 지난해에도 폴란드 가톨릭교회의 성범죄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Tylko Nie Mow Nikomu)를 공개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주교회의 차원의 사과가 이루어졌고, 가해자들의 정직, 면직 등의 처분이 이어졌다.
비슷한 시기 전 세계적으로 성직자 성범죄가 이슈화 되는 과정에서 교황청과 교구 차원의 사건 처리가 미온적이고, 신고, 조사, 조사결과의 투명한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일었다. 교황청은 이에 전 세계 주교들을 소집하여 여러 대책을 강구한 바 있다.
이러한 대책의 일환으로 2019년 5월 발표된 성직자 성범죄 처벌 관련 새 자의교서「너희는 세상의 빛이다」(Vos estis lux mundi)는 ‘약자’로 정의되는 성인 대상 성범죄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신고자와 피해자에 대한 보복 금지 및 사건을 은폐하거나 태만히 처리한 교구장 등 교구 관계자들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했다.
한국 천주교 인천교구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도 관련 법령 따라야
한편, 지난 16일 SBS < 그것이 알고싶다 >를 통해 천주교 인천교구에서 신학생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인천가톨릭대학교 1대 총장 신부의 성추행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구는 22년 만에 가해 사제를 면직시켰다. 그러면서 인천교구 측은 사건을 교황청에 보고하고, 쇄신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인천교구 사건은 폴란드 사태와 달리 아동이 아닌 성인 신학생을 대상으로 한 범죄라는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양성 과정에 있는 학생에게 교수 신부나 총장 신부가 이들의 서품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다는 점에서 신학생 피해자들은「너희는 세상의 빛이다」가 정의하는 ‘약자’(vulnerable person)의 범주에 포함된다.
또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에 따르면 교구의 사건 처리 과정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제1조 1항 b.에 따르면 ‘성직자 또는 수도자를 대상으로 열린 민간당국 조사 또는 교회법적, 행정적, 형사적 조사에 개입하거나 이를 회피하려는 목적의 행동 또는 태만’을 보이는 교구장 주교 역시 신고대상이다.
사건 처리는 총 90일 안에 이뤄져야 한다. 교구에서 발생한 사건은 해당 교구가 속한 관구의 대교구, 교황대사, 교황청에 이첩되어야 하며, 관련 교황청 부서는 사건을 전달 받은 때로부터 30일 이내에 해당 사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
통상 아동성범죄에 관해서는 신앙교리성이 주무 부처이고, 그 외의 성범죄는 가해자 유형에 따라 수도회성, 성직자성, 주교성 또는 인류복음화성이 조사와 사건처리 주무 부처로 알려져 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소중한 사제님들 존경합니다!!!
지 성용 신부님! 언제나 강건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