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목장은 무려 600만평의 풀밭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7.5배다. 강원도 대관령의 삼양목장은 그렇듯 넓은 초원지대로 뭇사람들의 시선과 발길을 모으고 있는 동양최대의 목초지다. 오대산국립공원의 동쪽 경계를 이루고 있는 소황병산(1325m) 정상에서부터 대관령쪽을 향해 남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흘러내린 구릉지에 흔히 대관령목장이라고 부르는 삼양축산의 목초지가 형성돼 있다. 완전한 평지는 아니지만 일반 산악지대와는 확연하게 달리 기복이 심하지 않은 구릉들로 이뤄진 반(半)평원지대다. 길이 약 8km, 폭이 약 3km인 이 초지 안에는 총연장 22km의 순환도로가 나 있고, 이 순환도로를 따라서는 승용차도 통행이 가능하다.
대관령에서 출발, 동해가 보이는 길 라이딩 코스는 대관령 정상의 기상대 건물 앞으로 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대관령 국사성황당’ 방향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르는 길에 멀리 앞을 보면 잠시 뒤에 갈 한국통신 송신탑이 보인다. 취재를 간 날,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 잔뜩 찌푸리고 있다. 기상대에서 얼마 가지 않아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으로 국사성황당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이 크게 서있다. 우리가 갈 길은 오른쪽으로 꺾인 업힐이다. 국사성황당을 들러서도 나중에 코스에 합류할 수 있으나, 성황당 다음부터는 가파른 등산로를 자전거를 들고 올라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삼거리를 지나 S자로 휘어지면 아까 멀리 보이던 송신탑이 바로 앞으로 다가 온다. 길은 송신탑을 왼쪽으로 지나 계속 이어진다. 오르는 도중 길가에 ‘선자령 3.8km’라고 씌어진 등산로 표지판이 보인다. 앞서 말한 대로 국사성황당을 거쳐 올라오는 등산로다. 포장길을 따라 계속해서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선자령 방향을 가르키는 등산로 표지판이 눈에 띈다. 여기서 이 등산로로 접어들어도 되고, 계속 포장길을 따라 올라가서 한국공항공사 시설물의 정문 앞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등산로를 따라 가도 된다. 나중에 이 두 등산로는 만난다. 공항공사 옆 싱글트랙에 들어서면 지나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아스라이 이어진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군사기지가 있는 황병산(1407m)도 보인다. 해발 800m가 넘는 대관령 고개에서 시작했기에 금방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싱글트랙은 다운힐로 바뀌면서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이내 등산로 삼거리가 나타난다. 오른쪽이 ‘선자령 등산로’라는 것을 알리는 나지막한 표지판이 있다. 어느 길로 가든 선자령 정상으로 이어지기는 마찬가지지만 산허리를 돌아가는 왼쪽길이 체력소모가 덜하다. 이맘때쯤의 산들이 대개 그렇지만 특히 이 지역에는 야생초가 많다. 고도가 높고 바람이 많아 나무들도 크게 자라지 않고, 잡목이 거의 없어서 야생초가 생장하는 데는 안성맞춤이기 때문일 것이다. 몇 가지 아는 산나물도 보이고, 큰앵초, 금강애기나리, 노랑제비꽃, 민들레, 꽃개회나무 같은 야생화도 여기저기 피어나 있다. 그 외에도 식물도감에서 본 듯한 야생초들이 꽤 많이 보인다. ‘식물도감이라도 배낭에 넣고 올 걸’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많은 생명들의 이름도 모른 채 그냥 지나쳐야 하는 처지가 안타깝다. 산나물은 확실히 알지 못하는 것은 절대 먹으면 안 된다. 당귀와 거의 똑같이 생긴 개당귀는 옛날에 사약을 만드는 재료로 썼을 정도로 독성이 강해서 먹으면 즉사한다. 또 곰취와 비슷한 동의나물도 독성이 있다.
영화속 주인공이 되는 목장길 조붓한 오솔길은 백두대간이라 그런지 다른 산의 오솔길 같지 않게 반들반들하다. 그러면서도 사람이 많이 찾는 등산로처럼 본래의 길을 벗어나서 이리저리 마구잡이로 난 길은 없다. 우리의 산하를 아끼는 산꾼들 덕분이다. 도보 대신 MTB라는 다른 방식으로 산을 찾았다 하더라도 우리 산하를 아끼는 마음은 다를 수 없다. 그런 오솔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간다. 차라리 쭈그리고 앉아서 이 꽃, 저 나무를 세세히 살펴볼 일이지만 마냥 그럴 순 없어서 걸음 걷듯이 천천히 간다. 저 멀리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목장 풍경은 달력에서나 보던 알프스의 한 장면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오솔길을 빠져나오면 대관령 출발 이후 처음으로 목장초지를 만나게 된다. 초지 가장자리를 따라 난 길을 업힐해서 선자령(1157m)으로 향한다. 대관령 목장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 ‘가을동화’, ‘겨울연가’ 등등 목장내 곳곳에는 촬영지였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어서 잠시나마 화면속 주인공이 되는 상상에 젖어 볼 수 있다. 선자령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허리춤까지 오는 철쭉꽃이 활짝 피어있다. 돌길이 나오면서 일부 자전거를 들고 가야 하는 부분도 있으나 길지 않아서 힘들지는 않다. 멀리 눈앞으로는 우리가 갈 곳인 곤신봉(1131m) 올라가는 길과 그 옆으로 3개의 풍력발전기가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싱글트랙은 문득 바위가 많아지면서 목장길 중간으로 내려서게 된다. 한국공항공사 시설물부터 약 6. 5km의 싱글트랙이 끝난 것이다. 등산로 입구에는 백두대간 길을 알리는 표지기들을 많이 달아 놓았다. 목장길로 내려서서는 오른쪽으로 간다. 이제부터 매봉(1173m)까지는 목장길을 따라 라이딩하는 것이다. 선자령을 내려오면서 보았던 그 길을 따라 곤신봉을 향해 업힐한다. 사방으로 목장의 넓은 초원이 구릉을 타고 이어진다. 그런 초원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풍경은 그대로 그림이다. 곤신봉 정상은 등산로를 올라야만 다다를 수 있다. 목장길은 정상 조금 아래에서 왼쪽으로 돌아 나간다. 곤신봉을 돌아가면 앞쪽으로 풍력발전기가 한층 가까워 보이고, 그 오른쪽 옆으로 보이는 목장길로는 이따금씩 자동차가 지나는 모습이 보인다. 동해전망대(1100m)를 오르는 자동차다. 완만한 업다운을 반복하면 아까 곤신봉에서 본 자동차가 다니는 목장길 삼거리에 다다른다. 삼거리에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오른쪽으로 조금 가면 동해전망대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만 해도 자동차가 없어 조용하고 전망대 한쪽에는 낡은 나무의자가 자연스러운 멋을 연출했는데, 이제는 새로 설치한 흰색 난간과 인위적으로 가져다 놓은 커다란 바위의자, 한쪽에 자리한 간이 휴게소가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 게다가 자동차로 쉽게 올라올 수 있어 사람들마저 북적인다.
코스의 정점 소황병산에 올라 매봉 정상에서 조금 못 미쳐 있는 삼거리에는 ‘매봉’이라고 쓴 표지판이 서 있다. 오른쪽 길로 조금 올라가서 목장 가장자리 길을 따라 내려간다. 여기서 다시 싱글트랙이 시작된다. 언덕을 내려온 일행은 넓은 초원 가장자리에서 점심으로 싸온 도시락으로 ‘초원의 식사’를 즐겼다. 목장 초원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지는 백두대간 등산로는 어느덧 숲속으로 들어간다. 점점 경사가 가파르게 변하다가 다시 다운한다. 나무들이 빽빽해 진다 싶더니, 좁은 등산로 양쪽으로 서있는 나무들이 팔다리를 마구 할퀴었다. 노면상태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좌우로 가려진 나뭇잎으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렵고 핸들바 컨트롤도 힘들어 차라리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간다. 등산로가 다시 오르막으로 바뀌면서 본격적으로 소황병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소황병산을 오르는 도중에 작은 계곡에 흐르는 물이 보이고, 조금 더 오르면 등산로 바로 옆으로 샘이 솟는 곳이 있다. 대관령에서 출발한 이후 처음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곳이다. 바닥으로 흐르는 물이므로 찌꺼기가 일지 않도록 나뭇잎을 깔고 조금씩 떠야 했다. 이 부근에는 앞에서 말한 독성이 있는 동의나물이 많이 자라고 있다. 자전거를 어깨에 메고 올라야 할 만큼 경사가 가파르면 거의 다 올라온 것이므로 조금만 힘을 내자. 능선에 올라서서 조금 완만해진 등산로를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이내 시야가 확 트이면서 초원으로 이뤄진 소황병산에 닿는다. 왼쪽으로는 그동안 지나왔던 길이 보이고, 정면으로는 초원의 소황병산이 보인다. 철제 전신주가 서 있는 곳으로 가면 북쪽으로 백두대간이 뻗어가는 오대산 노인봉과 두로봉, 미천골을 품고 있는 응복산이 조망된다. 정상에 군부대가 있는 황병산 방향으로 가니, 목장내 주도로를 따라 자동차로 올라온 여행객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군부대로 올라가는 길의 입구 삼거리에는 철망문이 닫혀져 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군인 2명이 다가오더니, 군부대 쪽으로는 올라가지 못하고, 왼쪽 횡계방향으로 내려갈 수는 있다고 한다. 우리가 계획했던 길이 왼쪽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었다. 군부대 입구 삼거리에서 차항리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은 주로 군부대에서 사용하는 비포장도로다. 삼거리에서 얼마간 내려가면 다시 삼거리가 나온다. 곧장 내려가는 왼쪽길은 군부대에서 끝나므로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차항리에 거의 다다르면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오고 이내 아스팔트 포장로로 바뀐다. 도암초등학교를 지나면 456번 지방도와 만나고 여기서 좌회전해서 횡계를 지나 6km 정도 가면 출발지인 대관령 정상으로 갈 수 있다. 총 투어거리는 50km, 8시간 정도 걸린다. b
코스가이드
대관령 목장에서는 소황병산 중턱의 샘터와 목장입구 부근 외에서는 식수를 구할 수 없으므로 물을 충분히(최소 수통 2개) 준비해야 한다. 이번 호에 소개한 코스 중 대관령의 한국공항공사 시설물부터 6.5km 구간과 매봉에서 소황병산까지 약 4.5km는 싱글트랙이다. 앞의 싱글트랙은 매우 부드러운 편이고, 뒤쪽은 자전거를 메고 올라야 하는 등 좀 더 어렵다.앞번의 싱글트랙을 우회하려면 횡계리에서 삼양목장까지 자동차로 접근한 다음, 목장내 주도로를 따라 동해전망대로 올라간다. 삼양목장 입구에서는 1인당 입장료 5000원을 받는다. 두번째 싱글트랙 우회코스는 매봉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목장길을 따라 내려간 다음 삼정평에서 다시 업힐하면 된다. 황병산에서 차항리로 내려가면 횡계 시내를 거쳐 돌아와야 하는데, 이 코스가 부담스러우면 소황병산에서 목장내 주도로를 따라 내려와도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