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우리 생활 속에는 일본식 한자어가 남아 있는 곳이 있다. 그동안 우리말로 바꿔 쓰자는 노력
때문인지 이러한 말들이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쓰이고 있는 곳이 있다.
“이번에 미국 쪽 거래선들을 초청하기로 하였습니다.”
‘거래선(去來先)’이란 말은 일본어의 형식을 보고 베낀 일종의 신종 일본식 한자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거래’를 나타내는 말로 ‘취인(取引, とりひき)’이란 말을 쓰는데, 여기에 ‘선(先, さき)’을
붙여 ‘취인선(取引先)’이란 말을 쓴다. 이것을 본떠서 우리가 ‘거래(去來)’에다가 장사나 교섭의 상대
를 나타내는 일본 한자 ‘선(先)’을 붙여 만든 말이 ‘거래선’이다.
일본에서 ‘선(先)’은 한자의 본래 뜻과는 상관없이 단지 그들의 고유어를 한자의 훈을 빌려 표기한 것일
뿐이다. 우리말로 ‘거래처’라고 하면 오히려 더 분명하고 명확한 뜻을 나타낼 수 있는 말인데, 우리가 쓰
는 뜻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선(先)’을 붙임으로써 ‘거래선’이라는 어정쩡한 튀기 말을 만들어 낸 것이다.
거래선 → 거래처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단어들이 ‘구매선, 구입선, 판매선, 수입선, 수출선’ 등 적지 않게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이들은 모두 ‘구매처, 구입처, 판매처, 수입처, 수출처’ 등으로 바꿔 쓸 수 있는 말이며, 좀더 쉬운 말
로 ‘살 곳, 팔 곳, 사들일 곳, 내다 팔 곳’ 등으로도 얼마든지 바꿔 쓸 수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