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미녀>라니...
참 진부한 영화 제목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하고 많은 단어 중에 얼굴이 없는 미녀라니....얼굴이 없는 데 어떻게 미녀인줄 안단 말인가..
왜 김인식 감독은 그의 지난 작품 <로드 무비> 같은 근사한 제목을 생각해 내지 못한 것일까?
차라리 저주 받은 최면...뭐 이런게 더 낫지 않았을까???
암튼 제목이 맘에 들지 않아서 표를 살때 잠깐이라도 망설이기도 했다는 우스운 얘기가 전설로 전해 지고 있는 영화..<얼굴 없는 미녀>를 봤다.
말 말 말....말을 이리도 많이 몰고 다니는 배우가 김혜수 말고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녀는 수많은 얘기들을 몰고 다닌다.
이 번 영화 역시 그녀의 노출 수위가 얼마나 되느냐에 수 많은 관심과 촛점이 모여졌다.
항간에서 듣기로는 데뷔이래 처음으로 전나의 모습을 촬영 했다는데....
이런 김혜수의 노출 수위를 가지고 거의 모든 매스컴들이 <얼굴없는 미녀>의 이야기를 해대는 꼴이란...
이런 얘기를 들으면 우리나라가 정말 극장 점유율 50%를 자랑하는 영화 대국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꼭 옳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영화가 개봉 된다고 하면 그 내용은 뭔지 ....누가 감독을 했는지...누가 출연을 하는지...영화를 통해서 하고자 하는 얘기가 뭔지...
뭐 그런것들에 대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영화를 보고 싶어 하고...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가만 보면 우리나라의 대부분 관객들은 일단...누가 얼마나 파격적인지가 먼저인것 같다.
점잖기 이를데 없는 배우 누구누구가 얼마나 망가졌다더라...
누가 얼만큼 벗었다더라..
누구누구의 배드신이 어떻다더라...
하다못해 누가 영화를 위해서 얼마의 살을 찌웠다더라 뺐다더라...
물론 이런것들도 영화를 보는데 일편을 담당하기는 하지만..
이건 그냥 영화를 제작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흥미거리 이상은 절대 아닌것이다.
암튼...이 영화...김혜수의 노출로 실제 영화의 빛이 많이 바래버렸다.
실제 이 영화는 매스컴에서 떠들어 대는 것과 같은 경계성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김혜수의 영화라기 보다는..
김인식 감독의 전작 <로드무비>에 이은 또 하나의 다른 형태의 남자들의 이야기라 하는게 맞는 것 같다.
<로드 무비>에서도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석원이였던 것에 이어서
<얼굴 없는 미녀>에 나오는 김태우의 역할도 정신과 전문의 석원이다.
석원....
그가 바로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초반 장면에 석원이 달리는 차 안에서 핸드폰 전화를 받는다 .
상대는 남자다.
"보고 싶어...나 이렇게 자기에게 버림 받은거 맞니?"
(허걱~ 이거 또 김인식감독의 동성애 영환가 했다. __;;)
아무 말 없이 석원이 전화를 끊는다.
그리곤 얼마 후...석원은 어느 남자에게 전화기를 건낸다.
"더 이상 내것이 아니라서 돌려 줘야 할 것 같다." 고....
그리곤 그와 똑같은 장면이 김혜수 남편에게 일어난다.
운전중 전화가 울리고...역시나 전화를 받는 그...
그리곤 아무말 없이 흘러나오는 석원의 애절한 목소리를 듣는다.
애인과 술마시는 중에 다시 울리는 전화...
"아내에게 남자가 있었어.. 8시만 되면 이렇게 미친듯이 애절한 목소리로 전화를 해...난 조용히 그 전화를 받지..아무 소리도 없이 말야..
그렇게 그가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고 미쳐가게 하려고.."
그러나 그 역시 전화기를 돌려 주고 만다..그건 일종의 집착이니까...
석원 역시 그런 마음이였겠지?
석원의 아내의 남자에서 석원으로 ..석원에서 다시 지수의 남편으로...
그렇게 영화는 남자들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담...제목에서 말하는 얼굴없는 여자는???
이 영화가 예전 "형사"라는 드라마의 납량특집극을 기본 모티브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그 드라마...기억난다.(아주 무서웠던 기억..)
얼마나 무서웠던지... 장미희가 연기하고 있던 그 여자는 결국 9시에 남자를 찾아 오다 사고로 죽고는
영혼이 되어서도 9시 괘종시계(그 때는 괘종시계가 최면의 신호였다..ㅎㅎ)가 울리면 그 의사를 찾아 오는 괴기물이였다.
커다란 저수지에서 근처의 암자로 숨어든 의사는 결국..귀신에 의해 정신병적 발작을 시작하고..아마도 저수지로 추락해서 죽는 걸로 끝났던가?
그 당시 장미희가 열연을 했던 역할을 이제 김혜수가 하는데...
그때는 드라마가 괴기 공포물이였기에..장미희씨는 소복을 입고 머리를 풀고..뭐 그렇게 나왔던 것 같은데..
<얼굴 없는 미녀>에서 김혜수는 공포스럽지는 않다.
음~ 굳이 단어를 찾자면 몽환적이라고나 할까?
영화를 보면서 문득 <화양연화>의 장만옥이 떠올랐다. 어딘지 비슷한 구석이 있다.
펑키 스타일 머리에서부터 단아한 웨이브 스타일의 머리까지..
호피 무늬의 파격적인 의상부터...심플한 검정 수트의 의상까지..
발랄한 목소리의 사랑에 빠진 여인에서 부터.낮게 깔리는 저음의 음산한 목소리까지..
과연 이게 모두 한 여인의 모습일까 할 정도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역시 김혜수다.
눈빛하며 목소리 하며...어느 하나 몽환적인 끈적거림이 묻어 나지 않는 것이 없다.
'과연 이 역을 그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했으면 어떤 영화가 나왔을까?' 할 정도다.
이렇듯 훌륭한 연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몇초의 베드신이나 누드 욕조씬이 먼저 회자 되어 버렸으니..김혜수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오히려...그녀가 알몸으로 베드신을 벌이는 그 장면은 ....
(진정 처음으로 연기 하는 것이라 생각할 정도로)
다른 여배우의 장면들에 비해 어눌하기 짝이 없다.
나에게 김혜수의 연기의 옥의 티를 고르라 한다면 바로 그 장면들을 주저 없이 고를 것이다.
예쁜 알몸이나 격정적인 베드신을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지 마라..
차라리 얼마전에 나왔던 성현아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훨씬 나으니까..
그런데...영화 끝무렵에 우스운 일이 벌어졌다.
물론 그 장면이 필요했기에 만들어 넣었겠지만..
교통사고로 시신 수습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암시와 더블어 석원의 환상 속에 나타난 지수의 얼굴 없는 귀신(?)은...
정말이지..이 영화의 모든 장면들을 한방에 웃음으로 만들기 부족함이 없었다.
너무도 진지하게 인간의 끝없는 욕구와 근원적인 삶에 대해서 화면 가득히 보여 주고 있다가...갑자기 영화를 호러로 둔갑을 시키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이 한장면으로 인해서 이 영화의 장르가 뒤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 훌륭하기 둘째가라면 서러울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몇몇 코미디스러운 장면으로 인해 잔혹 코미디로 분류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 처럼..
이 좋은 영화가 이 한 장면으로 인해서 ....섹시 호러물로 취급되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암튼..김인식 감독....
단 두편이지만....그 두편을 통해서 그만의 색깔을 찾은 것 같아서 차기작도 매우 기대가 된다.
왠지 그의 작품에서는 여자를 앞세우긴 했지만..
홍콩 르와르 적인 남자의 묘한 향이 느껴지는 듯해서....
카페 게시글
영화 이야기
여자 주인공의 남자 영화....<얼굴 없는 미녀>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