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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있고 온천이 있는 카를로비바리를 찾아서 어제 오후 <체스키크룸로프> 떠나 프라하에 도착하여 1박을 한 후 아침 일찍 온천 휴양지 <카를로비바리>로 향하였다. 체코에서의 또 다른 문화체험이 있다면 이곳 휴양지를 찾아 색다른 온천 체험을 해보는 것이다. 오늘 찾아가는 <카를로비바리>는 체코 서쪽 보헤미아 산악지대인 <자파도체스키> 주에 위치한 휴양지 이다. 엘베 강의 지류 <오흐르제>강의 분지에 위치한 이 휴양지는 인구 6만여 명이 사는 체코국경 도시로서 독일로 연결하는 국제열차의 기점이기도 하다. <카를로비바리>가 위치한 보헤미아(Bohemian) 지방은 체코 인의 정신적, 역사적 고향이다. 체코 인의 조상들은 이곳 보헤미아 지방에 처음으로 삶의 터전을 잡았으며, 역사적으로 주변 민족의 지배와 간섭을 받을 때에는 유대민족이 가나안 땅을 그들의 마음의 고향으로 생각하듯, 보헤미아 땅을 그들의 정신적 고향으로 생각하며 민족운동을 전개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체코 출신의 음악가 <안토닌 드보르자크>가 미국에 거주하면서 1893년 작곡한 교향곡 <신세계 : 본명은 신세계로 부터>는 그의 고향 보헤미아를 그리며 작곡하였다고 한다. 특히 제 2악장 「꿈속의 고향」의 선율 속에는 <드보르자크>가 이역만리 신대륙에 건너가 꿈속에도 그리던 조국 보헤미아를 그리워하는 조국애와 향수심이 배어 있다.
<체코인의 고향 보헤미아의 농촌 풍경>
프라하에서 서쪽으로 3시간 30분을 이동하여 중세이후 오랜 전통을 가진 귀족들의 온천 휴양지 <카를로비바리>에 도착하였다. 옛날부터 <카를로비바리>는, <마리안스케라즈네>, <프란티슈코비라즈네> 등과 함께‘보헤미아의 온천 삼각지대’라고 불려왔다고 한다. 이들 온천 휴양지에는 유럽의 왕족, 귀족, 정치가, 작가, 예술가들이 자주 찾아오는 곳으로, 그중에 <카를로비바리>는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테레지아,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1세와 괴테, 쇼팽, 브람스, 드보르자크, 리스트 등 정치가, 문인 예술가들이 즐겨 찾았던 대표적인 휴양지 명소이다. 14세기 중반,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카를4세가 보헤미아 숲으로 사냥을 나와 사슴을 쫓는 과정에 다친 사슴 한마리가 이곳 땅에서 솟아오르는 샘물에 들어가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보고 이 샘물이 신비한 약효를 가진 온천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온천 휴양지로 개발하였다고 한다. ‘카를로비바리’란 말은 독일어로「카를 스파트」 「카를 왕의 온천」이란 의미이다. 이곳 휴양지 산 정상에는 당시 전설과 관련된 사슴의 동상을 세워놓았다고 한다.
<72도의 온천수가 10m까지 치솟는 브리지델니 콜로나다 간헐천>
이곳에서 솟아오르는 온천 샘물은 탄산, 유황, 식염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수온은 42∼72℃라고 한다. 이곳의 온천은 온천수를 마시는 음료욕, 몸을 담그는·탕 목욕이 있고, 석탄 같은·이탄(泥炭)을 피워 땀을 내는 이탄욕(泥炭浴) 등이 있다고 하는데 어느 방법이든지 의사의 지도 하에 행해진다고 한다. 이곳에는 완비된 의료시설, 휴양소, 온천, 의학연구소 등이 설치되어 있어 우리와는 달리 온천이 단순한 레저 휴양시설이라기 보다 건강 의료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온천에서 채취하는‘카를로비바리 소금’은 탄산수와 함께 국외에 수출하기도 한다고 한다. 거대한 욕탕시설을 갖추고 온천물에 몸을 담그는 욕탕 온천이 헝가리 풍의 온천이라고 한다면, 보헤미아의 온천은 온천수를 받아 마시는 것이다. 각 온천마다 몸을 담그는 욕탕 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좀더 많은 사람이 온천의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주둥이가 달린 도자기로 만든 <라젠스키포할레크>라 불리는 독특한 머그 컵으로 온천수를 받아 마시면서 아름다운 콜로나다를 걷는 것이 체코풍의 온천체험이다.
<카를 왕의 온천 트르주니 콜로나다>
휴양지에 도착하니 깊은 산중에 동화 속에서나 나오는 아름답고 화려한 집들이 계곡을 따라 늘어서 있어 두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휴양지 한가운데를 흐르는 테플라 강(따뜻한 물이 흐르는 강)을 따라 입구에 있는 그랜드 호텔에서부터 중심 광장인 <브리지델니>광장에 이르기까지 양편 산비탈에 레스토랑, 카페, 호텔 등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어져 있다. 이곳에서의 온천 체험은 뜨거운 온천수를 컵에 담아 마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간이매점에서 앙증맞은 보헤미아 풍의 도자기 컵을 구입하여 온천수를 받아 마시면서 콜로나다(콜로네이드: 주랑)를 걸어보는 매우 낭만적인 체험을 하였다. 이곳 <카를로비바리>에서 이름난 명소는 72도의 온천수가 10m까지 솟아오르는 간헐온천인 <브르지델니 콜로나다>, 카를4세가 발을 치료하기 위해 자주 들렸던 르네상스 양식의 아름다운 외관을 가진 <트르주니 콜로나다>,규모가 가장 크고 수십 개의 네오르네상스 양식의 열주가 늘어서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믈린스카 콜로나다>가 유명하다. <아름다운 카페와 레스토랑이 늘어선 거리모습>
이곳 <카를로비바리>는 온천 휴양지로도 유명하지만 동유럽권을 대표하는 국제 영화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2000년으로 기억되는데 당시 보도된 것에 의하면 이창동 감독이 <박하사탕>을 이 영화제에 처녀 출품하여 국제영화클럽연맹의 돈키호테 상인가를 받아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카를로비바리 영화제>는 매년 7월 초 여름에 열리는 A급 영화제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모스크바영화제>나 <몬트리올영화제>가 B급으로 분류되는 것과 비교할 때 그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영화제는 1948년에 처음 개최된 당시 소련의 <모스크바 영화제>와 함께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동유럽권의 대표적인 사회주의 영화제로 정치적·이념적 흐름에 따라 부침(浮沈)을 거듭하는 우여곡절을 겪다가, 1989년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동유럽권에 사회적·정치적 변화의 물결이 일면서 사회주의 제도권에서 벗어나 1994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국제영화제로 탈바꿈하게 되었다고 한다. 평소 영화에 깊은 관심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은 우리 길벗님 들에게는 <카를로비바리>가 남다른 감회가 있는 곳이 아닌 가 생각되어진다. 동화속의 왕자가 신데렐라 공주를 찾아 헤 메이듯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테프라 강 섶 길을 오르내리며 양옆에 늘어서 있는 환상적인 건물들의 아름다운 향연들을 감상하였다. 수많은 꽃들을 아름답게 가꾸어 놓은 길가 야외 오픈 카페에 잠시 머무르며 차 한 잔의 낭만을 곁 드린 체 서정적인 거리모습들에 취해버렸다.
<테프라다 강 길섶에 꽃들이 아름다운 노천 야외 카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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