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호성이 학교에서 운동회가 있는 날입니다. 어제 운동회
총연습을 마치고 돌아온 호성이는 릴레이 달리기 경주에서 3등을 했다며 무척 아쉬워했습니다. 그 앞날에는 2등을 했었는데
오늘은 염정인이를 먼저 보내고 자기는 3등을 했다고 입을 삐죽거렸습니다. 근데 호성이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3등, 2등이 아니고 3번째, 2번째 주자인 셈인데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는 호성이
앞에서 웃을 수가 없어 모든 선생님들은 호성이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고개를 푹 숙여 터져 나오는 웃음을 한참이나 참았습니다. 호성이에겐 운동회 날 1등을 해야 하는 걱정과 함께 또 하나
걱정거리가 있었습니다. 달리기 잘하는 정현주 엄마가 함께 가
주어야 하는데 하필이면 엄마가 야간 근무라서, 내색은 안 하지만 무척 걱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정현주 엄마가 피곤할 테니
떼를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차승경 엄마와 가자니 달리기에서
1등 하기는 힘들 것 같고...
오늘 아침 9시 10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인해 어제의 고민거리는 일단 연기가 되었습니다. 10시가 되어 호성이와 형인 요셉이가 물에 빠진 생쥐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형인 요셉이는
그냥 들어오는데 호성이는 연신 씩씩거리면서 들어왔습니다.
호성이는 화도 잘 내고 삐지기도 잘하고 울기도 잘합니다. 호성이는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게 아주 미숙합니다. 호성이는 남이
자기 마음을 읽어주기만을 바랍니다. 혹 다른 사람이 그 마음 읽기에 실패하면 울어버립니다. 이처럼 다혈질적이고 불뚝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워낙 낙천적인 성격이라 교우관계나 학교생활은
원만합니다. 그런 성격 때문에 학교 생활에서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호성이가 학교환경에 적응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으니깐요. 장아람에서 후원해 주신 의수는 호성이에게 많은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다름 아닌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자신감을 갖고 생활하는 호성이지만 때론 감당하기 힘든
일도
있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친구들의 놀림입니다. 친구들의 놀림으로 마음에 상처를 받지만 호성이는 다행히도 빨리 훌훌 털어
버립니다. 더 이상 호성이에게 장애인이기 때문에 받아야 되는
편견과 불이익이 없어지기를 희망합니다. 모두가 "장애 아동을
사랑하는 사람들" 회원이 되는 그 날을 희망하며 항상 저희 호성이에게 깊은 관심과 사랑을 가져 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보내주신 후원금으로 멋진 옷과 요셉이가 부러워하는 게임기를 구입했습니다. 형보다 비싼 게임기를 가졌다고 은근히 형 앞에서 힘주고 다닙니다. 호성이를 기쁘게 해 주심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참, 호성이가 이번 여름방학 동안에 대구 동산 의료원에서 2차 코수술을 받았습니다. 이번 수술을 통해 호성이 코가 더
오똑해졌습니다. 11월까진 코가 삐뚤어지지 않도록 테이프를
붙이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훨씬 잘생겨진 자기 모습에 호성이도 아주 흡족해 합니다. 그래서인지 반 친구들에게 빨리 자기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호성이가
더 학교생활이나 친구 관계에 자신감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호성이 병원생활 기억하시죠? 행동치료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말을 듣지 않던 호성이가 이제는 너무 의젓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병원생활에서는 의사선생님께 칭찬을 받았다 하더군요. 믿기 어려우시죠? 시간 나시면 저희 호성이 보러 벚꽃 피는 4월에 한번 놀러 오세요.
-2001년 9월 진해재활원에서
*호성이는 99년 1월 의수를 후원 받았고, 현재 교육비를 지원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