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E소식'을 내보내며
강봉언
어느덧 세월은 흘러 우리들이 졸업한지도 벌써 31년이 되었다. 팽팽하던 童顔은 차차 눈가의 주름을 시작으로 깊어지기 시작하였고 남들에게는 중늙은이로 보이게 되었다 우리들 생각이야 지금도 사범학교 그 시절 그 마음 그대로인데 말이다. CNE의 역사도 생각해보니 참 오래 되었다. 紙齡이 29호가 되니 우리 동창들 집념이 대단하기도 하다. 회장을 맡으면 재임기간 동안 결지되는 것을 피해보고자 다들 노력해 왔나보다. 8회 졸업생의 연결고리가 되어온 이 자그마한 한 장의 회지가, 담긴 내용이 대단한 것도 아닌데, 그래도 받아보면 반갑고 한번씩은 읽어보게 되니 계속 발간해 볼만하지 않은가?
이 회지가 멀리 떨어진 회우들에게 잊혀져가는 지난날의 추억과 가물가물한 옛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열쇠의 역할을 하게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친했던 친구, 미웠던 친구, 싸웠던 친구, 이제 다들 보고싶은 친구들이 아닌가? 제주에 있는 친구들끼리는 경조사를 통하여, 1년에 한 번씩 모이는 연말총회 등을 통하여 우정을 나누고 있지만, 육지로 나간 많은 친구들을 보고싶은 마음이야 어찌 나 혼자뿐이겠는가? 방학을 이용한다든지 하여 전 회원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제주에 있는 친구들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마련하여 육지에 있는 친구들 초청할 용의가 없는가? 한 5개년 계획하면 되지 않을까?
사람이 살다보면 친소가 있게 마련이지만 가까이 있어 자주 만나다보면 멀었던 친구도 가까워지고, 가깝게 지내던 친구도 적조하다보면 멀어지는 것 같다. 같은 도내에 거주하면서도 참여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이 기회를 빌어 동참을 바란다. 이것저것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살 나이가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연말 총회에 참석해 보게. 참 재미있다네. CNE 부인회도 조직이 되어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데 남편들보다 더 재미가 있는 모양이다. 우리들 살림살이가 다 고만고만해서 더 융합이 잘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쓰다 문득 CNE 회지가 앞으로 몇년간 더 발간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년과 관계 없는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 정년퇴직까지 15년 정도 남았으니 그 정도는 갈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앞으로 15명의 회장들과 편집위원들이 노력해 준다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금년 회지도 잘 만들어 보려고 애는 썼지만 잘 되었는지 모르겠다. 편집장을 비롯하여 편집위원, 총무의 헌신적인 봉사와 노력으로 궐은 면하게 되어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아울러 원고를 보내주신 여러분께도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하는 일마다 생각같이 되고 가내가 두루 편안하기를 빈다.
-1992년 10월 9일 CNE소식 29호 머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