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거래정지]
한 예언가가 새해를 맞이하여 A은행이 1년 내에 망할 것이라고 하였답니다. 처음엔 한두 명의 고객이 이 예언가의 말을 듣고 찜찜해서 예금을 해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났고, 나중에는 ‘정말 이 은행에 뭔가 문제가 있으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예금을 해약하는 것 않겠느냐’며 너도나도 은행에서 돈을 빼기 위해 몰려 들었답니다. 그래서 결국은 아무런 문제가 없던 A은행은 정말 1년 안에 파산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렇듯 사람들은 별다른 이유없이 군중 심리에 휩쓸려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것 같은 사람이라도 일단 심리적인 공황상태에 빠지면 어쩔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주식 투자에서는 돈이 걸려 있는 문제라 이런 현상이 더욱더 자주 일어납니다. 9•11테러 같은 악재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이성과 냉정을 잃어 버려 별다른 상관이 없는 주식의 가격까지도 폭락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냉정을 잃어 버린 투자자들에게는 잠시 쉬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따라서 주식시장에서는 주가가 터무니 없이 빠지거나 오를 경우 투자자들이 잠시 쉴 수 있도록 거래를 정지시키는 제도들이 있는데요. 이를 ‘사이드 카(Side Car)’,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s)’라고 합니다.
◆‘사이드 카(Side Car)'란 선물시장의 가격이 전일 종가대비 5%이상 상승 또는 하락한 시세가 1분간 지속될 경우 현물시장에서 프로그램매매호가를 5분간 정지시켜서 선물시장의 충격으로부터 현물시장을 보호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이드 카는 발동 5분 후 자동적으로 해제되며 하루 한차례에 한해서만 발동됩니다. 또한 주식시장 매매거래 종료 40분전, 즉 오후 2시20분 이후에는 발동되지 않습니다. 사이드 카는 과속으로 질주하는 주가(Car)를 사고가 나지 않도록 잠시 옆(Side)으로 세워둔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s)’란, 주가지수가 전일 대비 10%이상 하락하여 1분간 지속하는 경우에 일시적으로 매매거래를 중단하는 제도입니다. 매매거래중단 후 20분이 지나면 다시 매매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매거래가 다시 개시될 때는 10분간 호가를 접수하여 단일가 매매방법으로 가격을 결정하죠. 그 이후에는 접속매매방법으로 매매를 체결합니다.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진 주식시장의 전산회로(Circuit)를 일시적으로 끊어 버려(Break) 주식거래를 못하게 함으로써 투자자들이 냉정을 찾도록 하는 거죠.
사실 이러한 제도를 발동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악재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호재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한번 이성을 잃어 버린 투자자를 그대로 계속 방치해 두었다가는 주식시장의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되니까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거죠. 다시 말해, ‘사이드 카’나 ‘서킷 브레이커’라는 제도는 주식시장이란 게 흥분된 감정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생각보다는 우매(?)하고 합리적이지 못한 공간이란 걸 반증하고 있는 거죠. 그 동안 수많은 학자들이 주장했던 ‘효율적 자본시장’이란 가정을 우습게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