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첫째는 주교(酒窖)인데, 교(窖)는 중국술을 저장하는 토기(土器)로 위스키를 저장하는 오크통에 해당된다. 이 교는 오래된 것일수록, 연속적으로 사용되는 것일수록 좋다. 백주는 교 속에 기생하는 수천 종의 미생물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순화되고 중국술 특유의 향이 생겨난다. 그러므로 교 속에 술이 없으면 미생물이 죽어버리기 때문에 연속사용이 중요한 것이다. 수정방은 600여 년부터 연속적으로 사용되어온 교에서 생산된 것임을 강조한다. 이것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교가 새로 발굴된 여러 교의 근처에 있는 것으로 입증된다. 그렇다면 명청 시대로부터 연속 사용된 교의 생산물은 수정방이 아니라 전흥대곡의 몫으로 돌려야 마땅하다. 그런데 오랜 전통을 가진 전흥대곡을 폐기하고 수정방이란 이름으로 바꾸어버린 것이다.
둘째는, 고가전략(高價戰略)이다. 수정방은 지나치게 화려한 포장을 하고 높은 가격으로 출시되었다. 500ml 한 병에 우리 돈으로 15만 원쯤 되니 대단히 비싼 값이다. 그러나 비싼 그만큼 품질이 좋은 것은 아니다. 값비싼 물건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수정방을 선호하지만 중국에서는 사정이 다른 모양이다. 출시된 지 10년 남짓한 ‘신흥 귀족’인데다가 맛도 전흥대곡 보다 크게 나을 것이 없고 값도 터무니없이 비싼 수정방이 중국인들에게 외면당한 것이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결국 역사가 10년 밖에 안 되고 높은 가격으로 중국인들에게 외면당하는 수정방을 외국 회사에 넘겨도 중국의 자존심에 손상이 가지 않겠다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 만일 모태주나 노주노교특곡(瀘州老窖特曲) 같은 술이라면 절대 외국에 팔지 않았을 것이다. 디아지오가 경영하는 수정방의 앞날을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