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16일 백악관 텃밭에서 밴크로프트 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상추를 수확하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
미국의 전국정원협회(NGA)는 미국 내 텃밭이 지난해보다 19%쯤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씨앗 판매 회사인 ‘랜드레스 시드’사의 봄 매출은 지난해보다 75%나 늘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웨스턴 하이브리트 시드’사의 트레버 클라크는 “내가 이 분야에 종사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올해가 최고의 해”라고 말했다. 영국 대형 소매점 B&Q의 채소 씨앗 판매도 지난해보다 27% 늘었다. 특히 양파·당근·콩·토마토·상추처럼 일반인들이 많이 먹는 채소 씨앗의 판매는 40%나 늘었다.
가지런히 깎인 푸른 잔디밭을 갈아엎고 텃밭으로 바꾸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경기 침체가 꼽힌다. 미 농무부 추산에 따르면 100달러를 들여 텃밭을 가꿀 경우 여기서 나오는 수확물은 1000~1700달러 정도의 가치다.
경제 위기 상황에 부닥쳐 갈수록 주머니가 얇아지는 서민들이 식료품비 절약을 위해 텃밭 가꾸기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워싱턴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그레그 프랜다노(35)는 4년 전 집 뒤 잔디밭을 텃밭으로 바꿨다. 그는 “우리 네 식구가 먹을 채소만큼은 돈 주고 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에서는 최근 ‘살모넬라 땅콩’ 사건으로 수퍼마켓 판매 식재료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또 탄소 배출 억제를 위한 ‘로컬 푸드(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 운동’도 일조하고 있다. 이는 화학비료와 수송용 연료를 소비하는 기업형 농장을 줄이자는 운동이다.
백악관에도 텃밭이 등장했다. 미셸 오바마는 3월 백악관에 102㎡(30평)가량의 텃밭을 만들었다. 인근 밴크로프트 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텃밭을 만들고, 16일엔 다시 이들을 불러 상추·콩·오이를 함께 수확했다. 백악관 뜰에 텃밭을 만든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노어가 만든 ‘승리의 정원(Victory Garden)’ 이후 처음이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도 최근 버킹엄 궁전 뒤뜰에 33㎡(10평) 넓이의 텃밭을 만들었다. 영국 여왕이 텃밭을 가꾼 것도 ‘승리를 위한 경작(dig for victory) 운동’이 벌어졌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영국의 대중지 더 타임스는 이를 ‘시대 정신’의 발현으로 평가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백악관과 버킹엄 궁전의 텃밭은 전쟁 중의 식량 공급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텃밭의 메시지는 먹을거리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미셸은 텃밭을 만들면서 패스트푸드가 아닌 신선한 제철 과일과 채소를 먹는 것이 아이들의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을 통해 그 아이들의 가족을 가르치고 나아가 미국 사회 전체를 바꾸는 게 내 희망”이라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정원 역사 박물관’ 디렉터 크리스토퍼 우드워드는 “이제 양은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그들이 흙 속에 손가락을 넣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자신이 방금 딴 토마토나 딸기보다 더 맛있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원의 형태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지는 “1940년대 이후 짧게 깎인 아름다운 ‘잔디 카펫’은 아름다운 정원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제 곧 아무 쓸모도 없고, 유지하느라 고생스럽고, 벌이나 딱정벌레 같은 곤충을 쫓아내는 비생태적인 잔디밭이 멋지게 보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발표한 ‘미래형 주택’에도 텃밭은 빠지지 않는다. ‘잔디밭은 텃밭과 아이들의 놀이터로 대체된다. 전자레인지와 인스턴트 음식은 발 붙일 곳이 없어지고, 실내 정원은 채소와 식용 약초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텃밭 열풍이 계속될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처음엔 호기심에서 많은 사람이 시도하겠지만 경작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1∼2년 안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반면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은 절대 쉽게 사라질 유행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첫댓글 자비님, 텃밭자료 관심있게 읽고 있습니다. 저는 어린이집 마당에 잔디밭에 꽃씨를 뿌리고, 상추와 고추, 머위등을 심었습니다. 다음기회에 사진자료 올릴 수 있으면 올려보고 싶네요. 작은 실내텃밭, 정원을 가꾸는 것이 저의 즐거움이랍니다.
좋은 취미를 갖고 계시네요..가정주부들이 정원과 텃밭을 가꾸다 보면 우울증이라는 것은 생기지가 않지요.^^
아나스타시아가 말한대로에요~~앞으로 더욱더 텃밭의 중요성을 알게되고 직접 씨앗을 뿌리고 가꾸면서 먹거리 뿐 아니라 식물과 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것 같아요...부분적으로 아파트도 그런 형태로 많이 설계되겠지요...앞으로 식물재배에 관한 아이템들이 많이 성공할것 같기도 합니다..지구를 푸르게 푸르게~~~
먹을거리를 안전하고 건강하게~~ㅋ
음.....상추를 뽑는 미셸의 모습이 사뭇 진지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