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특용식물학과
국내서 유일무이한 학과 - 졸업 후 담배인삼공사 들 정부기관으로 다수 진출
지난 10일 오후 1시. 충북대 농업과학기술센터 3층 연초가공실. 수북이 쌓인 담배를 세 명의 학생이 열심히 살피고 있다. 성분검사를 위해 육중한 기계에 넣고 연기를 피워보기도 하고 이따금 직접 흡연 시연도 한다. 이곳에서는 학생들이 담배 피우는 것이 공공연하게(?) 용인된다.
같은 시간 바로 옆 실험실에서는 학생들이 인삼을 놓고 한바탕 씨름을 벌인다. 홍삼, 인삼, 장뇌삼 등을 분류하는 작업이었는데, 외관 상으로는 비슷비슷해 보이는 것들이 학생들의 손을 거치자 일순간에 종류별로 분류통에 담겼다. 학생 몇몇은 대략적인 생산 연도까지 알아맞혔다.
◆대통령령에 의해 만들어진 특성학과
충북대 특용식물학과는 담배와 인삼을 다루는 국내 유일의 학과다. 담배 및 인삼산업 발전에 기여할 전문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시초는 1968년 대통령령에 의해 만들어진 연초학과다. 1960년대 말 담배와 인삼이 농업분야의 부가가치를 높여줄 작물로 떠오르면서 전문적인 연구의 필요성이 커졌던 것. 당시 충북도가 담배 생산 1위 지역이어서 자연스럽게 충북대에 연초학과가 신설됐다.
특용식물학과 정찬문(52) 학과장은 "충북에서 우리 대학이 유일한 국립대였다"며 "담배의 생산, 제조, 경영에 관한 신기술을 개발하는 '연초연구소' 설립을 비롯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라왔다"고 말했다.
1968년 입학 정원 30명으로 출발한 연초학과는 1977년 160명까지 증원됐다. 그만큼 수요가 많았다는 뜻이다. 1977년 대학원 석사, 1980년대에는 박사과정까지 설치 인가를 받았다. 현재는 특용식물학과로 이름을 바꿔 30명을 뽑는다. 학과 관계자는 "1990년대까지는 담배분야 전문 인재 양성에 중점을 뒀으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급속하게 변화하는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교과내용 속에 약초를 추가했다"며 "웰빙(well-being)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웰빙과 관련된 특용식물에 대한 연구까지 학문영역을 넓혔다"고 귀띔했다.
학과 설립 초기 명성은 대단했다. 담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고 취업이 100% 보장됐기에 입학 경쟁률은 상당히 치열했다. 충북지역에서 손꼽는 인재들만 들어갈 만큼 합격선도 높았다. 학과 관계자는 "담배와 인삼 농장을 운영하는 꿈에 부푼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입학을 생각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졸업생들은 대개 농촌진흥청 산하기관, 전매청, 담배·인삼 유관기관 등으로 취업한다. 충북대 연초학과 5기 졸업생인 정찬문 학과장은 "국립대라는 장점까지 있어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대와 비견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며 "현재 관련분야에서 일하는 핵심 중역 중 열의 아홉은 우리 학과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유일무이한 학과
충북대 특용식물학과의 가장 큰 장점은 국내 유일무이하다는 것이다. 담배와 인삼에 관한 거의 모든 연구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학생회장인 05학번 정의영(23)씨는 "사회적으로 중국산 담배와 인삼이 문제가 될 때마다 우리 학과가 주축이 돼 검증 작업을 한다"며 "그만큼 우리 학과가 진행하는 연구가 인정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는 "인삼의 연근판별과 장뇌삼 등 변조 산삼의 진위를 판별함에 해부학과 유전공학 기술을 최초로 도입해 이 분야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예가 국립대 최초로 KOLAS, 즉 국제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아 설립된 '담배연기분석센터'다. 이 센터는 외산 담배를 포함해 유통되는 모든 연초의 품질 규격을 검사하고 국내 연초산업 발전에 필요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특성화 대학으로 선정돼 투자도 많이 받는다. 1996년도에 농림계 특성화 대학 사업으로 '잎담배분야'를 지정받았다. 당시 농림부로부터 50억 원을 지원받아 각종 첨단연구 및 실습 시설과 장비를 완비할 수 있었다. 현재는 담배·인삼 유관 기관과 산학협력을 맺어 기술력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지원금을 받는다.
◆이론과 실습을 동시에
학생들은 전공 필수과목으로 연초재배학, 연초건조론, 연초제조 및 공정관리론, 제품품질관리론과 인삼재배학, 인삼가공론 등을 배우며 이밖에 재배학원론, 식물생리학, 유전 및 육종, 분석화학, 유기화학, 식물조직배양 등을 다룬다.
3학년 때는 교수 한 명당 학생 5명을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졸업논문을 대체하는 것인만큼 강도 높은 실험과 과제가 주어진다. 07학번 민해진(21)씨는 "교수님과 연구를 함께 진행하면서 세세한 부분까지 자세하게 배운다"며 "석사급 연구만큼 까다로워 방학 때도 학교에 나와 실험실을 지킬 때가 많다"고 말했다.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박사를 할 예정이라는 07학번 김지혜(21)씨는 "배우면 배울수록 호기심이 더 커지는 분야"라며 "모든 수업이 이론과 실습이 연계돼 좋다"고 말했다.
충북대 특용식물학과는 이론뿐만이 아니라 실습을 강조한다. 학생들이 직접 캠퍼스 내에 있는 만 평 규모의 농장에서 직접 연초와 인삼을 재배하는 것은 물론, 첨단 기기들을 활용한 실험도 많이 한다.
한 학년당 10명씩 유관 기관에 인턴을 나가 현장 체험을 하기도 한다. 정찬문 학과장은 "별도의 교육이나 훈련 과정 없이 곧바로 실무에 투입이 가능한 준비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현장 실무를 강화하고 산학협동 연계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졸업 후엔 학과 특성에 맞게 KT&G, KT&G 중앙연구원, 한국인삼공사, 연엽초생산조합, 인삼협동조합 등으로 진출한다.
KT&G 입사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정의영씨는 "담배와 인삼에 관심이 많아 진학했다"며 "재학생이나 졸업생 모두 우리나라 담배와 인삼산업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강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글=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2009.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