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괴테를 좋아합니다. 사실 파우스트도 제대로 읽지 않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 여러 책들에서 보이는 그의 인간다움, 그리고 그의 통찰력을 느끼며 점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자신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괴테에 관련된 책들을 읽고 있는데 몇 년전에 읽은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기'는 아주 유쾌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에커만이 쓴 '괴테와의 대화'를 읽고 있는데 젊은 날의 괴테와 늙은 뒤의 괴테를 떠올려 볼 수 있지요. 하지만 그다지 큰 차이는 느낄 수가 없네요.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그런지......)
또 한 권, 전영애씨가 바이마르에 머물며 쓴 편지글을 모은 책 '바이마르에서 온 편지'를 읽었습니다. 괴테 뿐만 아니라 카프카, 니체에 대한 단상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저를 눈물 흘리게 한 글은 책 마지막 부분에 실려있는 러시아 할머니의 글이었습니다.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는 러시아에서 공부하러온 할머니가 슬그머니 책상 위에 놓고간 글이었다는데 전영애씨도 그 할머니를 다시 보게 하는 아름다운 글이었다고 쓰고 있습니다.
보스네젠스카야(승천)거리에 살던 손녀는 보스네제니엔(승천)교회로 이르는 길을 할머니와 함께 걸으며 이런 가르침을 받는다.
"교회까지 가는 이 길을 걸은 사람은, 살면서 늘 온정을 가지고 선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할머니는 단지 말로써만 이 가르침을 주었던 것은 아니었다. 독일인 수용소에서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해 날마다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 손녀에게 나르도록 했다. 그리고 할머니와 손녀는 마주보며 환히 웃었다. 손녀는 할머니가 되어 이 때 친구가 되었던 독일인들을 잊지못해 다시 바이마르에 와서 할아버지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거리를 헤맨다.
한참을 울고 나서 내가 왜 울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건 아마도 오래 전에 사라져버린 이런 평범한, 그러나 진리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진리에 대한 강한 확신을 지니고 실천하며 또한 그것을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 자기 자신의 삶으로 그것을 보여주는 사람. 사실 그리 오래 전도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할머니들은 대체로 그런 삶을 살아왔지요. 그래서 돌아가신 할머니들이 문득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그리고는 많은 동화들이 떠오릅니다. 이 글도 마치 한 편의 동화처럼 다가옵니다.
나도 할머니가 되면 손녀에게 가르쳐줄 수 있겠지요. (제발, 저는 아들만 둘이거든요.)
사람이라면 무릇 이렇게 저렇게 살아야 한다구요. 지금은 아직 안 될 것 같구요. 삶이 그러하질 못하니까요. 하지만 '젊은 날에 소망한 것을 노년에 풍성히 이룬다'고 '시와 진실' 2부에서 괴테가 얘기했다니까 열심히 꿈꾸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첫댓글 한 권 더 읽었는데요. '괴테와 베에토벤'이라고 로맹 롤랑이 쓴 책인데 꽤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음악과 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베티나라는 매력적인 여자이야기도 흥미롭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