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재 주변에는 어명을 받아야만 베어낼 수 있는 문화재 복구용 금강송 거목들이 노란 띠 표지를 두르고 서 있었다. 샛재를 넘어 느삼밭재에 이르는 구간은 계곡을 따라 푹신한 솔잎을 밟으며 하늘을 가린 활엽수 지붕 밑으로 걷는 곳이다. 서어나무, 고로쇠나무, 까치박달 등이 우거졌고 과거 화전민의 집터와 습지로 변한 묵논이 곳곳에 나타났다. 숲길 1구간의 종착점인 소광2리에 도착한 탐방객들은 숲길에 쓰레기나 인공 시설물이 거의 없어 자연성이 뛰어나다고 입을 모았다. 윤대원(56·부산 동래구 사직동)씨는 “해설가가 숲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많이 알려줘 인상 깊었다”며 “탐방객의 인원수 제한을 앞으로도 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부상과 선질꾼의 애환
불영계곡 옆으로 국도 36호선이 뚫리기 전까지 내륙인 경북 봉화와 바닷가인 경북 울진을 잇는 가장 가까운 길은 십이령 길이었다. 이 길은 조선시대부터 방물고리에 댕기, 비녀, 얼레빗, 분통 등을 담아 멜빵에 맨 봇짐장수와 지게에 생선, 소금, 토기, 목기 등을 진 등짐장수를 일컫는 보부상 의 길이기도 했다.
물류 통로인 십이령 길은 거의 일직선으로 뚫려 있다. 에둘러 갈 여유가 없으니 수많은 고개를 넘는다. 큰 고개만 해도 바릿재, 평밭, 샛재, 느삼밭재, 너불한재, 저진치, 한나무재, 넓재, 고치비재, 멧재, 배나들재, 노루재 순으로 열두 개를 넘어야 한다. 작은 고개는 30~40개에 이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