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토요일날 월례산행 행사로 친구들과 같이 운악산을 다녀왔습니다.
우리 동기들은 매월 첫주 토요일을 산행날로 잡고 서울근교 산엘 다니곤 하다 이번에는 시골친구들도 볼 겸 해서 운악산으로 정한 것 입니다.
내려갈 땐 몰랐는 데 현리를 지나면서 눈발이 날리고, 또 현리서 운악산 들어가는 길이 빙판이라 운전하기가 무척이나 힘이 들었습니다..
친구(김태화)가 운영하는 명성식당엘 들어가니 몇몇 친구들은 벌써 와 있고, 좀 더 기다리다 9명(서울친구 6명, 시골친구 3명)이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100년만에 많이 온 눈이라 그런지 온 천지가 눈세상이고 무릅까지 빠지고,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부지런한 사람들이 있어 앞선 간 발자국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현등사 못 미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올라가니 나무가지의 하얀 눈꽃이 장관입니다.
마치 딴 세상에 온 듯, 어릴 적 읽었던 설국에 온 듯 온 천지가 하얗습니다.
여기 저기 토끼 발자국도 보이고, 옛날 시골에서 토끼잡으려 다니던 생각이 납니다. (그땐 뭐가 그리 신났는 지 추운 줄도 모르고...)
이렇게 한 시간을 오르니 바위가 눈썹같다 하여 눈썹바위라 불리는 바위밑에 도달하니 오후 1시경. 친구들이 정상엔 눈이 빠져 가기 힘드니 오늘은 여기서 산행을 마치자고 합니다.
준비해간 소주랑 과일로 간단하게 시산제를 지내고 컵라면에 소주 한 잔하니 그 맛이 일품입니다.
얼었던 몸이 녹고 속이 훈훈해지는 것이 이런 맛으로 겨울산을 오르는가 봅니다.
우리네 세상사도 이렇게 소주 한잔에 녹 듯 모든 오해나 원망이 녹고 훈훈해지는 세상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하산을 합니다.
올라 갈 땐 몰랐는 데 내려오면서 보니 주위 경치가 겹겹히 눈산이요 층층히 구름이라 그 절경에 넋을 잃습니다.
하산길에 현등사에 들렸습니다.
초등학교때 봄인가 소풍을 다녀왔던 곳으로 그 때 기억은 울긋불긋한 단청을 보고 비위가 상해 먹었던 음식을 토했던 기억이 납니다.
신라 법흥왕때 세운 절이고 조계종 산하에서도 괘나 유명한 절이라 옛날에는 소풍장소로 명성을 날렸던 절입니다.
(사진소개: 뒷줄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영복,이기복,이운성,김왕기,박경철, 최중천,이대형,오복조)
우리 친구(김왕기) 얘기는 그 옛날에 할머니가 그 무거운 쌀자루를 머리에 이시고 역말(학교앞 동네)에서 현등사까지 걸어 다니셨던 이야기를 합니다.
차도 없던 그 시절엔 시주하실려고 쌀을 머리에 이시고 험한 길 30여리 길을 걸으셨던 그 정성에 그만 친구는 목이 메입니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있듯이 자식들 잘 되라고 힘든 길을 걸으셨던 그 정성에 우리는 마냥 감격할 뿐입니다.
그런 우리가 이젠 같은 처지가 되어 자식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하산하여 명성식당에 오니 3시경.
시골친구(최중천)가 전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 친구들을 먹일려고 얼음을 뒤져 잡아 두었던 고기로 명성식당 주인인 친구(김태화)가 매운탕을 끓였습니다.
수제비에 고추장을 풀어 뻘건 국물이 옛날 시골에서 먹었던 바로 그 맛이였습니다.
늦은 식사를 매운탕에 소주랑 같이 하니 아 그 맛이 세상에서 제일입니다.
매운탕에 취하고 친구들 정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 보니 벌써 4시. 이젠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밖에선 계속 눈발이 날리고 귀경길이 염려되어 부지런히 작별인사를 하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시골에서 준비해준 친구들 (태화, 중천, 상호, 경철)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이만 우리 산행 글을 마칩니다.
금년 새해 우리 동문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모교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14회 동창회 임원은 작년 정기총회때 바뀌었습니다.
회장 김영구 (전화 011-9003- 9648 ), 총무 이기복(유임) 011-9020-4180 입니다)
첫댓글 이대형전무 글솜씨가 수필가 이상이다. 오늘에서야 이문장을 보았다 김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