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번째로 고사리를 끊으러 갔다.
어제는 앞산 쪽으로 가서 묏등 쪽을 뒤졌고
오늘은 동네 아짐씨가 뒷산쪽 올고사리 밭을 갈쳐주셔서 그리로 갔다.
오랜만에 비님이 오시고 난 뒤끝에
산불진화대로 취직한 서방님이 모처럼 쉬게 되어서
같이 산을 올랐다.
뒷산쪽은 경사도 심하고 낙엽이 많이 쌓여있어서 장화가 자꾸 미끄러진다.
그래도 고사리 끊는 재미가 솔찮다.
양지바르고 경사가 급해서 고사리밥 있는 흔적마다 고사리가 솔깃 올라왔다.
심심할 만하면 한놈씩 고개를 쭉 내밀고 있고
몇 개 끊고 나면 어느새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만든다.
시골 와서 고사리 끊는 맛이 참 좋다.
첫해에 이웃집 아지매가 밭을 가르쳐주시고 고사리 끊는 방법도,
고사리 찾는 방법도 일러주셨는데.
그떄 그 말씀을 올해 좀더 알아듣겠다.
고사리나 나물은 멀리 보지 말고
가까이 발 아래를 잘 살피라 했는데
정말 하나 끊고 돌아서면 또 발 아래 솟아있다.
그래서 차라리 남의 발밑이 더 잘 보이네.
포자를 퍼뜨리기 전까지 눈에 잘 안띄게 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고사리..
그래서 다소곳이 올라온 모습이 얌전하고 수줍다.
되도록 눈에 안 뜨이게..돌아앉은 듯.
눈에 잘 뜨이게 살아온 내 모습이 돌아봐진다.
어디서나 튀고 싶었던..
산 등성이에서..순간 나에게 집중하고 가만히 서있어봤다.
바위랑 나무랑..풀들을 바라보며...
내 가슴이 거기 연결된 느낌을 확연히 느낀다..
본질은 하나로되
이렇게..저렇게 ..나무로 사람으로...풀로 바위로..
드러남을 알아차리는 순간..
어느결에 새소리도 함께 들려온다..
평온..정적...속에 다녀온 고사리 나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