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화 어둠의 날개의 두려움
어둡고 침침한 도시. 아니, 어둠의 세계라고 해야 알맞을 것 같다. 이 세계의 바닥엔 신체부위와 다양한 색을 지닌 옷들이 갈기갈기 찢어진 인형시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으로 봐서, 이 세상은 모든 인형들의 지옥과 비슷한 곳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자기 집처럼 놀고 있는 자가 있었으니......
‘펄럭!’
날개가 펼치는 소리가 들리면서 검은 깃털들이 바닥에 하나둘씩 떨어졌다. 잠시 후, 그 검은 깃털의 주인이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그 자는 등에 검은 깃털로 가득한 날개를 가지고 있었고, 파란 드레스에 은색의 긴 머리카락, 장미처럼 새빨간 두 눈, 표정을 보아하니, 매우 차가워보였다.
그 자의 이름은 스이긴토. 신쿠의 라이벌이었다. 그녀는 제 5의 인형인 신쿠와 달리 미완성인 인형이었지만, 자신은 미완성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로자 미스티카를 하나씩 빼앗는 도적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골치가 아픈 적에 속해있었다. 이 자는 모든 인형들의 두려움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후후후...... 신쿠, 조금만 기다려라. 곧 가서 괴롭혀줄 테니까. 후후후......”
‘와장창!’
어디선가 이 어둠의 세계에서 창문이 깨지는 소리였다.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깜짝 놀란 스이킨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소리는 스이킨의 오른쪽 맞은편 건물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매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떤 놈이 내 꿈에 침입한 거지?! 신쿠인가? 가만......신쿠는 내 꿈에 침입할 놈이 아닌데......어디 들어 가볼까?’
스이킨토는 소리를 죽이고, 오른쪽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 건물 안에는 어떤 사물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어두웠다. 마치, 이 건물 안에서 존재하는 어둠이 스이킨토의 차갑고, 어두워 보이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꿈의 세계라 그런지 당당하게 발소리를 내면서 걸어가는 스이킨토. 그녀가 다섯 발자국을 걸었을 때, 2층 방에서 창문이 깨지는 소리와 책들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 그녀는 2층 방으로 올라갈 수 있는 나무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나 그 방에는 깨진 창문조각들과 책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놓여있을 뿐, 범인은 보이지 않았다. 이 불가사리한 장면을 바라본 스이킨토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방문을 닫았을 때, 검은 그림자가 천장에서 바닥에 착지해 문을 조용히 열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녀의 머리에 겨누었다. 뒤쪽에서 포위당한 기분이 든 스이킨토는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빵! 넌 아웃이야.”
“뭐라고?!”
뒤에서 장난 끼가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재빠르게 뒤를 돌아 싸울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돌아보았을 땐 사람은커녕,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기야, 매우 깜깜한 어둠속에서 그림자를 찾을 수 없는 것이 정상이지, 찾을 수 있다면 인형인가? 밤에 볼 수 있는 야행성 동물이나 영혼만 존재는 귀신이지.
스이킨토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는 범인의 포위망에 걸린 것 같았다. 그녀는 일단 이 곳을 벗어나기로 하고, 깨진 창문으로 날개를 펼쳐 빠른 속도로 향하고 있었다.
“어딜 가시나? 나랑 놀고 가야지.”
‘픽!’
어둠속에서 무언가가 날아와 스이킨토의 왼팔에 박혔다. 곧바로 아픔을 느끼는 그녀는 날아가다가 창문 바로 옆 벽에 부딪쳐 바닥에 떨어졌다. 방금 공격에 크나큰 충격을 받았는지 자신의 왼팔을 붙잡고 또 다시 두려움이 밀려와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너무나 두려워서인지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았지만, 최소한 밖으로 나가려고 열심히 저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어둠속에서 조준경(총에 달려있는 목표물 조준하는 망원경)으로 스이킨토의 머리를 조준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방아쇠를 당길 준비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또 다시 어둠속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어떤 자에게 포위를 당한 느낌이 들어 곧 죽을 것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힌 이유 때문인 것이다. 신쿠의 라이벌의 차가워진 얼굴이 공포에 질린 얼굴이라니...... 마치, 굴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잠시 후, 어둠속에서 살색의 손이 나와 스이킨토의 흰색의 손을 붙잡고 어둠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어떤 손에 이끌려 가는 스이킨토는 엄청난 공포를 느껴 커다란 두려움의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건물에 달려있는 창문들이 산산조각이 나버릴 정도였다. 스이킨토의 손을 이끄는 자도 그 소리가 매우 시끄러웠는지 무언가로 스이킨토의 뒤통수를 향해 내려쳤다. 갑자기 기습을 당한 스이킨토는 의식을 잃어버리자, 스이킨토의 손을 잡았던 자는 스이킨토를 공주님을 안아 들어 올리는 포즈로 번쩍 들어올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밖의 하늘에 위치한 크기가 풍선만한 보름달이 온 세상을 자신의 밝은 빛으로 비추자, 깜깜한 어둠이 조금씩 사라져 밝은 밤 세상으로 모습이 바뀌어갔다. 달빛의 인해 스이킨토를 안아 올린자도 모습이 드러냈다. 그 자는 최초의 남자인형이었던 것이다.
몇 시간 후, 기습에 당해 의식을 잃은 스이킨토는 깨어나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깨어났냐?”
“!”
갑자기 자신의 귀에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에 자신의 머리 위를 바라보는 그녀. 그곳엔 검은 바가지머리에 사람과 거의 비슷한 살색의 얼굴, 독수리의 눈을 닮은 뜻한 눈매, 반듯한 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입을 가졌고, 풀색의 윗도리에 바다처럼 푸른 청바지, 정열과 매우 가벼운 느낌이 든 붉은 스니커즈를 신고, 검은색을 지닌 질긴 헝겊으로 된 외투를 걸치고 있는 남자인형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는 지붕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스이킨토의 머리 위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를 바라본 그녀는 바로 움직이려고 했지만, 아까 맞은 왼팔 때문인지 재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저항을 바라본 남자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스이킨토의 곁으로 내려와 그녀의 왼팔을 붙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쳐버리는 냉정한 그녀.
“그 더러운 손으로 날 건드리지 마!”
“......”
그녀의 냉정함에 멀뚱히 보고 있는 그는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가버리려고 했다. 그때, 방금까지 차가운 표정을 보여준 그녀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두려운 표정을 지으면서 왼팔의 고통도 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가버리려고 하는 그의 뒤를 쫒아가 그의 외투를 꼭 잡았다. 누군가 자신을 잡고 있는 느낌이 든 그는 고개를 돌리자, 고개를 푹 숙이고 오른손으로 자신의 외투를 꼭 잡고 있는 은색 긴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가 서 있었다.
그는 그녀의 행동이 매우 안타깝게 느껴졌는지 그녀의 손을 잡고, 폐허나 다름없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를 벽에 기대어 앉게 하고, 상처를 입은 왼팔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왼팔엔 강철로 만든 BB탄이 들어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스이킨토의 왼팔에 박혀있는 BB탄을 빼내고, 구멍이 뚫린 곳에 자신의 품속에서 푹신푹신 솜뭉치를 꺼내 조금씩 찢어 구멍이 뚫린 곳을 흔적이 남기지 않도록 채워주고, BB탄으로 인해 뚫어진 옷은 바느질세트에 들어있는 도구를 꺼내 파란헝겊으로 꿰매어주었다. 스이킨토가 입고 다니는 옷은 진한 파랑이었기 때문에 파란헝겊의 색과 잘 맞아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간단한 응급처지가 끝나자, 그는 손을 뻗어 스이킨토의 왼쪽 어깨를 두드렸다.
“다 됐다. 내가 네 왼팔을 튼튼하게 고쳐주었으니까 힘 있게 움직일 수 있을 거다.”
“왜......그땐 쏘지 않았지?”
스이킨토가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자, 그는 등을 돌리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나보다 늦게 태어났으니까......아마도......동생들을 생각해주는 마음이 심어져 있어서 그럴 거다.”
“동생들? 무슨 소리야?! 너......나보다 먼저 태어났다는 거냐?!”
스이킨토의 말에 그는 피식 웃으면서 어둠속으로 걸어가려고 했다. 그의 도움으로 상처가 다 나은 스이킨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불렸을 때, 그는 눈처럼 하얀 연기가 되어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그가 사라진 장면을 바라본 스이킨토는 머리가 아파왔는지 두 손으로 머리를 잡고, 세차게 흔들었다. 스이킨토의 머릿속에 자신을 치료해준 그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었다. 머리를 세차게 흔들던 스이킨토는 두 손을 내리고, 그가 치료해준 왼팔을 만져보았다. 오랫동안 자신의 왼팔을 만지다보니, 갑자기 얼굴에 붉은 기운이 몰려오면서 그녀의 머릿속을 새하얀 눈밭을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즉, 그녀의 머릿속이 텅 비었다는 것이다.
첫댓글 ㅋㅋ 재미있당!
그래? 다음편도 많이 기대해줘.
...ㅇ_ㅇ!!..너무잘써..ㅜ.ㅜ.....너무 재미있어~ 다음편 기대!!
다음편도 기대해줘.
ㅋ뭔지는 모르지만 잼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젠메이든 봤다면 잘 알텐데.....다음편도 기대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