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樹刑)가꾸기라 하면, 우선 철사를 감는 일, 자키(교정기)로 조여서 굽히는 일, 가위로 가지를 자르는 일 등이 머리에 떠 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그 모두가 나무의 모양르 바꾸어 보거나 또는 불필요한 가지의 수를 줄이는 작업(作業)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줄기를 비대(肥大)시키거나 또는 가지의 수를 증가시키는 등의 나무가꾸기는 아니다. 가지의 수를 늘린다는 것은 노거목(老巨木)의 운치가 나타나도록 수형을 만드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점이 된다. 그리하여, 가지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접붙이기라고하는 특별한 지법(持法)을 제외하고서, 자연적(自然的)인 방법으로는 순따기(순치기)에 의할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순따기는 잔 가지를 늘리는 이외에 지나치게 헛자라는 현상을 방지하고 생장력(生長力)을 고루 퍼지게 해서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데에 중요한 작업이 된다.
83. 손톱으로 순따기 될 때가 이상적인 것
순따기라고 하는 것은 신장(伸張)해가는 가지를 중가부에서 잘라버리는 작업을 가리키는 말인데, 가지가 짧을 때에 일찍이 따버릴수록 좋은 것이다. 그 중요한 이유는 가지가 신장할(자라날) 때에는 가지의 끝부분에 많은 양분이 집중하게 되므로 너무 길게 신장한 다음에야 가지의 대부분을 잘라 버리는 따위의 방법은 큰 손실이며 또 나무에 있어서는 부담스러운 것이다. 분(盆)이라는 한정된 좁은 속에서 생육해야 한다는 것은 나무의 입장에 있어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으므로 나무의 힘이 크게 손실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좋다. 순따기(순치기)는 대체로 밑부분의 두 세마디를남기고 행하는데, 아직 짧아서 손톱으로 자를 수 있을 정도의 연한 것을 따주는 것이 이상적이다. 또한 가지가 너무 자라나 굵어진 뒤에 자르면 체단구(切斷口:잘린 부위의 상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 보기가 흉하다.
84. 입추(立秋) 지나면 순따기를 하지 말 것
가지의 신장(伸長:자라남)은 8월(月) 중순 무렵까지가 왕성하며 그 이휴로는 신장보다 비대(肥大: 살이 쪄서 큼)로 접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생장과정이다. 말하자면 금년도 생장의 총결산으로접어든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순따기 작업은 입추(立秋)가 되기에 앞서서 끝내 두어야 하는 성질의 것이다. 만약 입추(立秋)후에 순따기를 하게 되면 재생(再生)되는 눈(芽)이 가을까지 충분하게 신장(伸張)하지못하고 소위 미숙(未熟)상태로써 겨울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노라면 당연히 추위를 이기는 힘(而寒力)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겨울에 가지가 말라 죽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또한 꽃피는 종류의 경우 입추(立秋)무렵에는 거의 꽃눈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한 종류에 대하여 순따기를 늦게 실시할 것 같으면 모처럼 생겨난 꽃눈이 붙은 잔 가지를 없애고 마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85. 위로 향한 순을 남겨두지 말 것
가지의 자라는 방향은 눈의 위치에 따라 결정지어 진다. 위쪽에 있는 눈에서 자라난 가지는 그냥 위로만 자라나기 마련이며, 옆쪽에 자리잡은 눈으로부터는 옆으로 가지가 자라난다. 그런데, 문인목(文人木)과 같은 특수한 수형을 제쳐놓고는 가지가 옆으로 자라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곧게 서거나 아래로 심히 처지는 것은 부자연(不自然)스럽다. 특히 위로 자라는 직립(直立) 가지는 부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힘이 아주 강해서 다른가지, 특히 바로 옃에 위치한 가지를 쇠약하게 만드는 일이 많다. 그러므로 순따기를 할 때에 눈의 수 뿐만 아니라 눈의 위치를 잘 확인하여 좌우로 가지가 자라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물론 가지가 위로 치솟으면 속히 따버려야 한다.
86. 가운데의 순을 남겨두지 말 것
해송과 같이 가지 끝에 여러 개의 순을 가지고 있는 경우 중심에 자리잡은 순을 따버리고 옆에 붙어있는순을 신장시켜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가지의 도장(徒長), 그것도 직선적이고 단조로운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가지라는 것은 마디 마다 점차적으로 가늘어지는 것이 자연이며, 여기에 긴장감이 생겨나 소위 노목(老木)이나 거목(巨木)의 느낌이 풍겨나는 것이다. 또한 가지는 직선적(直線的)으로 신장시키지 말고, 각 마디의 부분에 굽어있는상태가 나타나도록 해야 자연스러운 느낌이 생겨난다. 물론 직간(直幹)가꾸기의 경우에는 가지를 너무 굽히지 않는 쪽이 도리어 자연(自然)의 이치에 부합되는 결과가 되지마는, 줄기가 굽고 있을 때에는 가지도 곡간(曲幹)으로 구성시켜야 한다.
87. 침엽수(針葉樹)에는 가위를 쓰지 말 것
향나무, 노간주나무, 가문비나무 등 침엽수의 순따기를 할 때에는 가위를 쓰지말고 손끝으로 따야 한다. 그 이유의 하나로서, 가위로 자를 때에는 잘린 자국이 붉게 말라버린다는 결함을 들 수 있다. 푸르름의 아름다움이 관상의 대상이 될 이러한 나무에 있어서 흉하게 잘린 자국이 눈에 뜨인다는 것은 치명적이라 해도 좋을 결함이 되는 것이다. 또한 가위를 대야 할 정도로 가지가 부쩍 자라난 뒤에 자른다면 내년에 자라나야 할 눈의 간격이 넓어져 가지를 짧게 하기가 곤란하다. 따라서 길게 자란 뒤에 가지를 자른다는 것은 큰 문제인 것이다. 손끝으로 집어서 생장점을 따낼 수 있을 무렵에 순따기를 실시하면 남겨진 부분에 새로운 눈이 밀생하여 마디 사이가 짧아짐으로써 한층 더 아름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