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2003년 임단협을 타결하면서 금년 9월부터 주5일을 실시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자 노동부는 "현대차 근로자들의 휴일.휴가수는 미국 근로자들의 평균 휴일 121~163일, 일본 129~139일, 영국 136일, 독일 137~140일, 프랑스 145일보다 월등히 많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그 동안 정부나 재계가 발표해 온 휴일수보다 많은 수치이다.
여하튼 이런 외국의 휴일에 비해 현대자동차의 휴일수가 많아진 이유는 토.일요일 휴무 104일, 법정 공휴일 17일(물론 여기서는 일요일 등과 겹치는 4~5일은 계산하지 않았음), 월차 12일, 연차휴가 평균 21일, 신정.추석.하기휴가 등 약정휴가 11일을 합하면 165일이 되고 여성노동자의 경우생리휴가 12일을 합하면 177일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평균 경조사 휴가, 조합원 교육시간, 임단협 타결시 찬반투표, 대의원 선거 등에 따른 비노동일수를 더하면 여성노동자의 경우는 182일이 된다.
그야말로 이틀에 한번씩만 일하는 노동천국(?)이 되는 셈이다. 매일 경제 사설('03.8.8)은 이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노는 나라'이며, '휴일왕국'이라 표현하였다. 오늘날 주5일제 논쟁은 원래 노동시간 단축 논쟁이었다. 이것이 노동시간 단축(주44시간→주40시간)과 임금삭감이라는 노사간 논쟁을 거치면서 4시간 단축은 토요일 4시간을 줄이면 된다는 편의적 발상에 빠지면서 휴일 52일 증가라는 자본이나 정권의 허구적 주장을 공인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노동시간 단축과 휴일.휴가 단축은 직접적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 성격을 도외시 한 것이다. 연 52주의 토요 4시간을 단축하면 204시간인데 그것이 52일의 휴일이 늘어났다고 강변하는 것은 자본의 정말 말도 안 되는 논리이다. 노동계 역시 그러한 자본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목표는 장시간 노동을 줄이자는 것이 목표이지 휴일.휴가수를 줄이자는 것이 목표가 될 수가 없다는 점이다.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아무런 대안이나 가능성 없는 휴일.휴가 논쟁이 될 우려가 높다.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하여 자본이 얘기하는 52일 휴일이 늘어나려면 4시간 근무날인 토요일을 휴무하는 것이 아니라 평일(월요일 등)에 휴무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연간 2500시간대를 2000시간대로 줄일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민간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광범위하게 늘어나고 토요 휴무가 될수록 주말에 고강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실노동시간 단축없는 주5일제 논쟁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부나 자본측이 얘기하는 과도한 휴일.휴가수는 그들 스스로 알고 있는 진실을 감추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기만적인 마술에 불과 한 것이다. 토요일 휴무는 1일 8시간 기준으로 26일에 불과하고, 법정 공휴일 17일에는 매년 일요일과 겹치는 4~5일이 들어 있고, 그 동안의 월차 12일은 임금을 얻기 위해서나 사용자의 요구로 대부분 공장에서 일했으며 , 연차휴가 평균 21일은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정규직 노동자의 근속기간이 짧아지는 추세에서는 과도하게 산정 된 숫자일 뿐만 아니라 이 역시 임금을 얻기 위해서나 사용자의 작업지시로 대부분 공장에서 일했기에 한국의 휴일.휴가일수는 연간 1000시간이나 적은 유럽과 비교할 성질이 아니다.
여성의 생리휴가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운 상황에서 사용되고 있거나 또 사용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많다. 노동부는 경조사휴가나, 조합원 교육, 대의원선거 등도 모두 휴일.휴가수에 넣어 최고 182일까지 과도하게 부풀렸는데 그렇다면 매년 잔업거부나 파업시간, 2시간 일하고 10분 쉬는 휴게시간이나 회사의 사정으로 작업하지 못하는 시간을 모두 합쳐 일년에 3분의 2를 논다고 했으면 더 선정적이었을 테고 민주노총이나 현대차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사람들을 시원하게 해 주었을 텐데 말이다.
지금 세상이 어느 시대인데 그 따위 휴일.휴가수를 가지고 사람들을 기만하고 노동자들을 분통 터지게 만드는가 말이다. 지금 재택 근무는 물론이고 시간제 근무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임금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데 투입되는 노동력의 노동시간, 노동의 질과 사용자의 이윤, 지불능력 그리고 노사간 교섭력 등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몇 시간씩 일하는 하루인지에 대한 아무런 기준도 없는 휴일.휴가수를 가지고 장난질을 치는 엉터리 산수는 초등학생들에게도 통하지 않을 테니 쓰레기통에다 버리는 편이 나을 듯 싶다.
우리나라 정부의 실업통계를 내는 방식을 보면 1주일에 하루만 일해도 실업자가 아니라고 한다. 그럼 이렇게 얘기 해보자. 어차피 노동자들 때려잡으려고 극단적인 수치를 들이대어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으니 그에 대응하느라 잠시 만용을 부릴 테니 이해하시라! 하루에 1시간씩 1년 내내 직장에 나가 일하는 노동자가 있다면 이 노동자의 연간 휴일수는 빵(zero)이다. 그런데 실제이기도 한 24시간 격일 맞교대로 일하는 노동자의 휴일수는 183일이다. 이렇게 말했다간 뒤의 노동자가 화병이 도지거나 몽둥이라도 들고 달려 올 것이다.
노동시간으로 따지면 앞의 노동자는 연간 365시간에 출퇴근 2시간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1095시간으로 1일 8시간 기준 228일의 휴일수가 계산된다. 그러나 뒤의 노동자는 연간 4368시간이어서 1일 8시간 기준으로 하면 546일을 일하는 셈인데 이럴 경우 휴일수는 마이너스181일이 된다. 경비업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24시간을 근무할 수 있는가, 잠자는 시간 8시간을 최소한 빼야 한다면 연간 2912시간으로 364일이 되는데 이 경우 휴일수는 단 하루에 불과하다. 실제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휴가라는 것은 정말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예를 가지고 전체의 노동시간이나 휴일수를 계산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만약 월급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알려져 있는 조종사의 경우는 항공법에 따라 월보장 비행시간 75시간을 채우면 정상적인 월급을 받는다. 그러면 미국 로스엔젤레스까지 10시간 걸린다고 가정하면 왕복 4회면 1달 봉급이 나온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럼 국내의 경우 가장 짧은 거리의 비행은 왕복 1시간인데 그럼 한달에 75회를 비행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행기 조종의 경우 비행전후의 준비, 점검, 대기 그리고 수시로 교육과 훈련 등은 단순히 비행시간만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바와 같다.
따라서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몇 차례 글에서 설명한 바 있지만 다시 한번 노동시간 환산 연간 휴일.휴가수를 정리하면 한국은 59일(연간 2500시간), 일본 133일(1853시간), 미국131일(1869시간), 영국155일(1684시간), 네덜란드197일(1343시간), 프랑스178일(1499시간), 독일190일(1397시간), 체코113일(2018시간), 멕시코123일(1935시간), 스페인146일(1750시간)이다. 그럼 현대자동차는 몇 일이나 될까 그거야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평균으로 하면 연간 2650시간이니까 1일 8시간 기준 331일 근무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휴일.휴가수는 34일이다. 그런데 최고 182일이나 된다니! 무슨 연유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2002년 울산공장의 경우 연간 3000시간 이상을 일한 노동자가 1600여명(8.8%)이나 되었는데 이들 노동자는 8시간 기준으로 하면 휴일은 벌써 마이너스가 되고 만다. 그래서 365일 중 364일을 공장에서 일하다 과로사한 노동자가 생길 정도가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장기근속, 장시간, 야근, 특근 등으로 높은 임금을 취득한 노동자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 언론은 극단적인 경우를 일반화시켜 세계에서 가장 많아 놀고 월급은 많이 받는 노동자로 묘사하기 위해 아간 힘을 쓰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노는 것은 계산상 최고로 놀 수 있는 날을, 임금은 전혀 놀지 않고 일하다 죽을 때까지 일해서 받을 수 있는 임금을 등치시켜 놓고 있다. 지금 LG정유의 경우도 1억이 넘는 생산직이 3명이 된다는 식으로 보도하면서 전체 노동자들의 요구를 왜곡시켜 가고 있다.
그 전에 현대자동차의 회장.사장을 비롯한 임원의 봉급이 어떻게 되고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사무직의 임금이 얼마가 되는지는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평소에는 입만 벌리면 생산성 운운하면서 생산성 임금을 주장하던 언론들이 지금 현대자동차의 컨베이어 벨트 속도가 어떠하고 생산량과 매출액, 순이익이 어떠하며 그에 비해 노동자의 임금이 어떠한지를 동시에 밝혀야 하는데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정상적인 토론이 되려면 사실에 근거해야 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실적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노동자들간의 임금격차는 바로 자본가들이 부당하게 가져 간 돈을 가져 와 메워야 하는 것이지 노동자들끼리 싸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물론 평균 국민소득 보다 높은 노동자들의 임금소득의 일부는 누진적 근로소득세를 통해 사회적 임금으로 저임금층 노동자들에게 환원되어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천문학적이거나 훨씬 더 많은 불로소득을 누리는 자들이 세금을 포탈하면서 노동자들 내부에 들어와 분열을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무턱대고 놀아나는 사람들이야 물론 이용당하는 꼴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