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조급해 보이질 않았습니까?"
선조와 조정중신들로 부터 두루 신망을 받고 있는 병조판서 이항복..
차분하게 전황을 판단해야 할 그는 신경질적 조급증 환자 선조의 옆에 오래 머물러서인지
그 병이 전염되어 병조판서의 본분을 잊고, 뛰어난 장수 이순신의 충심을 의심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선조에게 전해 주고 있소.. 이를 보고 받은 선조..
권준의 걱정대로 몽진에 몽진을 거듭하고 있는데다 고니시의 협박을 받고 있는 그는
지나친 조급증이 분기로 바뀌고, 눈과 귀가 멀더니 절망의 조선에 연전연승으로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는 이순신을 '무군'의 죄로 다스리겠다 방방 뛰고 난리가 났구려.
전장에서 적과 싸우고 있는 장수의 든든한 힘이 되어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 주어야 할
왕과 조정은 오히려 뒤통수를 치고 있으니..
치열한 전장을 같이 누볐던 이억기는 왕실의 족친답게 어명을 받들지 않는 이순신을
이해할수 없는 마음....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이 절로 나고
이번에야 말로 이순신의 함대 지휘권을 손에 넣어 진정한 충정이 뭔지를 보여주겠다
벼르는 원균은 전라좌수영과의 공조(?)를 파기하고, 당장 부산을 치겠다 의기양양
큰소리 땅땅 치고 있는데..
그대 꽃잎이 되어 떨어지고..
"장군의 적은 누구입니까?" (허걱..!!)
판옥선 단 몇척을 가지고 패배의 늪에 빠져 있던 경상우수군을 친절하게 거두어 주고
연전연승의 대열에 합류시켜준 은혜도 잊은채 '기회다' 잽싸게 전공을 세우려는 욕심에
오합지졸이 된 왜군을 칠테니 힘을 실어 주라는 장계를 조정에 올리겠다는 원균에게..
열번 싸워 열번 이긴 좌수사 이순신과 한번도 제대로 이겨보지 못한 원균의 차이를
노골적으로 지적한 한백록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강력 개념 포스를 천자총통에 실어
한방에 날리고 있소.
뚫린 입이라고, "적앞에서 우물거리는 놈 역시 적"이다는 원균(아이고 우물거리기는
누가 우물거린단 말이오. 얼음 동동 차가운 물 한 바께스도 부족한 원균이오.)에 맞서
항상 적당한 선에서 말을 아끼던 한만호님..이번에는 그동안 아껴 두었던 말씀을다
하시는 구려.
"허면 부하들을 모조리 사지로 몰아넣고자 하는 장군은 우리가 뭐라 불러야 합니까?"
미친*이라 부르고 싶은 걸 꾹 참는듯한 표정으로 적이 결코 두려워 출전치 않겠다 할
이순신이 아닌걸 원균도 알텐데 굳이 진실을 외면하려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속내를 훤히
꿰뚫고 있는 한백록이오.
그러나..있는 성질, 없는 성질 꾹꾹 누르던 원균..은
"(이제 그만 좌수사 영감의 지휘력을 인정하셔야 합니다. 인정하고 지지 하셔야 합니다.
나보다 훌륭한 동료의 명을 따르는 것이 어찌 불명예가 될수 있습니까?-이 대사는 삭제
된 부분이오.) 적전 분열을 자멸입니다."
지금은 힘을 모을 때라며 직접 경상우수영 함대를 몰고 전라좌수영으로 가겠다는 한백록
의 발목을 턱..잡고야 말았소. 발목을 잡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사지로 보내 버리는 구려.
어이없이 곤양을 떠나게 된 한백록..
"전란이 터졌는데 조선 팔도 어디라고 사지가 아니겠는가?"
몇달간 생사고락을 같이 한 부하를 고언을 한다는 이유로 사지로 보내는 원균을 원망하며
왜군의 손에 떨어진 부산진의 첨사가 되어 떠나는 한백록을 참담한 표정으로 배웅하는
영남을 애써 위로하는 그의 젖은 목소리..
그동안 몸 담아 왔던 곤양 관아를 휙...돌아보는 그의 눈이 ..어찌나 쓸쓸해 보이던지..ㅠㅠ
흐르는 음악은 또 얼마나 비감하던지...마치..자신의 미래를 알고나 있는 것같은 표정에
이년 마음도 아픔에 젖어들어 어찌 할바를 모르겠는데..
"자넨 좀 영악하게 굴어. 고언을 하더라도 요령껏 하는 것이 좋겠네." 그래야 원균을
바른길로 인도하겠다는 뜻을 이룰수 있을거라 충고를 하고 영남의 어깨를 두드려 주더니..
불길한 예감을 떨쳐내듯 군더더기 없는 몸짓으로 말위에 오른 한백록은 그렇게 떠나고..
뒤에 남아 험한 길을 떠나는 님을 보내듯..
애절하게 바라보며 존경의 예를 표하는 이영남의 눈에는 반짝..물기가 어리고 있소.
- 옥포 당포 해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으며, 원균의 휘하임에도 이순신의 강력한 지지자
였던 한백록은..한산도 대첩이후 부산진 첨사로 제수되었으나 미조항 전투에 참가.. 적의
탄환을 맞고도 분전하다 전투가 끝난직후 38세의 꽃다운 나이로 전사하셨다....
...묵념...조국에 몸바친 충장공(忠壯公) 한백록(韓百錄) 장군의 뜻을 기리며..
그동안 한백록 장군역을 맡아 열연해주신 김응석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
그러나 멈출수 없다.
조정의 압박, 훈련을 거부하는 이억기..훈련을 거부할뿐만 아니라 지휘권을 달라고
조정에 장계를 올리려는 원균까지...
김완의 말처럼 싸우는 척이라고 해야하나..들은 척 흉내라도 내야하나..
그래서 일단 조정을 안심시키는 사수라도 써야할 것인가..번민스러운데
왜적이라는 외부의 적도 버거운 이 마당에 힘을 보태줘야 할 사람들이 적이 되어 칼을
겨누려 하니..번다한 마음 화살에 실어 보내고 싶음에 깊은 밤.. 고요한 사대에서
활을 쏘아 보지만..주인의 마음을 비상하게 알아채고 있는 장군의 화살들은 어김없이
과녁을 벗어나고 있구려.
"맞수가 필요치 않으십니까? 장군.."
자꾸만 비켜가는 화살에 심란한 마음이 더욱 커가는데..장군의 마음을 읽어내고,
그 마음이 기댈 어깨를 빌려주고 싶은 정운이 그곳을 찾아왔으요.
과녁의 정중앙에 화살를 꽂은 정운..
혹여라도 장군의 마음이 약해져서 에라 모르겠다 ..지휘권을 원균한테 넘기기라도 할까
염려하는 마음에..세상이란 놈이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여 주기를 바라는 사람,
자신의능력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사람, 자신을 입증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사람,
부하들을 사지로 밀어넣는 일도 마다치 않을 사람등..
<원균이 지휘권을 가져서는 안되는 네가지 이유 (지은이:정운 전라좌수영출판사 펴냄)>
를 줄줄이 나열한 정운은..
"제가 ..나아가 동료들이 인정한 지휘관은 오직 장군뿐이십니다. 우리는 오직 장군의
지휘하에 싸우고 싶습니다. 왠줄 아십니까? 그길만이 승리를 보장 받을수 있고,
나아가 그것이 단 하루라도 빨리 이 지긋지긋한 전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길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가슴 벅찬 고백을 하고 있소.
오직 한가지..이나라와 이나라 백성의 안위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모두가 안된다고 해도, 아무도 하지 않겠다고 해도..멈추지 않고 그 길을
기어이 갈 사람.. 마음으로 따르지 않았던 자신을 묵묵히 기다려 준..이제는 자신에게
태산이 되어버린 장군에게 정운은..
사천해전에서 총탄이 장군의 어깨에 박힌 것처럼 ..자신의 깊은 곳에 박혀 있었던
장군에 대한 뜨거운 마음을..이제서야 섬광처럼 ..쏟아내고야 말았구려..
그러나..기우였소. 장군은 결코..가던길을 멈출 마음이 없었더라오.
지휘권을 절대로 내주지 않을 것이며, 그를 위해 타협을 하거나 사수를 쓰지도 않겠다는
장군..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음에도 잠시 번민으로 흔들렸던 그..가 쏜 화살은 결의의
표현이기라도 한 것처럼 과녁의 정중앙에서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꽂히니
걱정을 했던 정운과, 번민에 휩싸였던 장군..
두 사람의 마음이 ..어렵고 힘든 길이라도 다시 시작하자로..하나가 됨을 느낄수 있었소.
이렇게..
이렇게 두 사람이 다정하게 활을 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이렇게 두 사람이 진심어린 마음을 나누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이렇게 두 사람이 전란을 끝내기 위한 결의를 다지는 모습을 보는것도..
이것이 마지막 이겠구려..
부산포 해전이 끝나면... 장군곁에서 고단한 장군께 자신의 어깨를 대주고 싶었고
때때로 힘이 되어 주었을 정운은..장군의 곁을 영원히 떠나게 될 것이니...말이오.
장군과 함께 그 길을 가고자..
장군의 확고한 결심은 바이러스처럼 좌수영 전체를 감염시켰으요.
같이 미치기로 한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건만 잠시 마음이 흔들렸던 아니..장군에게
해가 될 것이 두려워 꼬랑지를 내리자고 하고 싶었던 장수들은 장군의 뜻을 따르기
위해 결의를 다지고..
그들은 전라 좌수군이 이길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낮을 벗삼고 밤을 친구삼아
쉼없는 "조선 구하기"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소.
판옥선과 귀선의 건조에 여념이 없는 조수창과 나대용..
성능좋은 화약을 만들기 위해 냄새나는 뒷간 흙 맛보기를 마다하지 않은 대만,
(장군이 어깨를 다독여주니 좋아 죽겄는 표정의 대만은 요새말로 장군폐인인듯ㅋㅋ)
화약 걱정은 하지 말라는 평산, 계학, 정진무.. 군사들과 백성들..
사수과정을 진행하는 정운과 군졸들..
안골포, 가덕, 부산포에 왜성을 쌓고 있는 왜군의 의도를 알아내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하기위해 실전훈련에 들어간 전위군들..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 끊임없이 작전을 짜고, 예산을 집행하고, 물길을 알아내고
탐망을 게을리 하지 않는 전라좌수영의 장수들.
그리고...그들의 지휘관 이순신..
뉘라서 이들이 가는 거룩하고 숭고한 길을 막을수가 있겠소?
의심하기를 밥 먹듯이 하는 선조, 껀수만 생기면 모함하려는 조정대신들, 기회만 되면
꺽어 넘기려 하는 원균...이 땅을 유린하고 있는 왜적들..
광해군의 특명을 받고 멀고 먼 남쪽 바다에 까지 말 달려와 여기 저기 들쑤시고 있는
윤두수..까지
그 누구도 이들이 가는 길을 거슬러 막을수가 없었으요.
살육당하고, 도륙당하는 백성들의 슬픔을 마음속에 깊이 새긴 장군이,,
미친듯이 걸어가는 그 길을 멈추게 할 사람들은,
이나라 만맥성에게 향한 폭압의 창끝을, 이 나라 조선을 향한 침탈의 창끝을 모두
거두어 내고..장군이 들었던 칼을 내려 놓는 그날..
평화로운 땅에서 ...시름없이 행복하게 웃음짓는 백성들 뿐 이었기 때문이오..
이것을 알기에..
어가와 이 나라 조선의 안위을 위해 윤두수의 협박에도 불구,,합류하기 위해 제장들과
함께 전라좌수영을 스스로 찾아온 이억기는 장군과 함께 하고자 하였고
쥐뿔도 없는 원균이 전라좌수영을 접수하는 것을 두고 볼수 없었던 이영남은 경상우수영
의 지휘권을 접수하고자 자신의 지휘관에게 칼을 들이 대는 '무리수'를 두고 말았소..
이순신이 가는 길이 옳은 길임을 알기에..그가 가는 길이 조선을 구하는 길임을 알기에..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길임을 알기에..
그들은 기꺼이 장군과 함께 하고, 장군의 사람이 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더라오..
<이미지출처:인디고님>
-별이초롱-
지금 아름다운 것은 싸우는 것이니
아름다운 사람 "이순신" 아름다운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