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이 만난사람] 이역만리 시집살이 배구로 달래는 구미코씨
2006-04-11 14:57
전국 최초로 ‘국제결혼가정 생활체육 여자배구단’이 탄생했다.
생활체육전북배구연합회(회장 서주상)는 11일 오후 3시 전북도청 대강당에서 도내로 시집 온 외국인 여자들로 구성된 배구팀 창단식을 갖고, 본격 연습에 들어갔다.
창단멤버는 20여명 정도. 대부분 일본인들로 짜여졌지만 러시아, 베트남, 필리핀인 등 다양하다.
전주와 진안이 생활권인 이들 외인구단(?)은 올 초부터 일주일에 두차례 진안문화체육관에 모여 손발을 맞춰왔다.
배구단 창단에 앞장 선 초대 회장 미까미 구미코씨(三上久 美子·일본)를 진안 백운초등학교 관사에서 만났다.
#한국인보다 더 ‘억척 아줌마’
미까미 구미코씨(39)는 진안군 백운면에 자리한 백운초등학교 관사에 보금자리를 튼 일본인이다. 일본 지바현 후츄시 어촌마을에 살던 구미코씨가 이곳에 둥지를 마련한 것은 27살때. 통일교 국제결혼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남편 신정교씨(49·백운초 기능직 운전원)와 함께 12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다. 사진 한장으로 첫 눈에 반해 결혼한 남편과의 사이에 승엽(10)· 승헌(8)· 은화(6) 등 2남1녀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이역만리 산골마을에 시집 온 구미코씨는 이제 텃밭에 고추도 심고, 벼농사도 척척 짓는 ‘억척 농부’가 다 됐다. 올 봄엔 집 근처 1,500평의 알토란 같은 밭을 일궈 사과나무를 심었다. 3년후에나 수확이 가능하지만 벌써부터 판로를 걱정할 정도로 알뜰하다.
#전국 최고령 시할머니 돌보는 효부
이처럼 바쁜 농삿일에도 구미코씨는 전국 최고령자인 윤정안 시할머니(110세)와 시부모 수발도 혼자 도맡아시피 한다. 시아버지인 신영진씨(82)는 “한국에는 이런 며느리가 없다”며 시간만 나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한다.
구미코씨는 매일 아침 92년산 프라이드 승용차를 몰고 집(백운초 관사)에서 2㎞ 가량 떨어진 백운면 상백리 시아버지댁으로 출근한다.
집에 도착하면 빨래도 하고, 시할어머니 대소변도 치운다. 집안일이 끝나면 쉴틈도 없이 시부모와 함께 밭에 나가 농삿일도 거든다.
7남2녀의 넷째 며느리인 구미코지만 고향을 지키는 남편 덕분에 시부모를 가까이에서 모실 수 있어 여간 든든한게 아니다. 타국 생활 12년 동안 4번밖에 찾아뵙지 못한 친정 부모 생각에 더욱 애틋한 정이 흐른다.
출근길에 동행하는 92년산 승용차는 구미코씨가 가장 애지중지하는 재산 1호다. 날로 건강이 쇠약해지는 시할머니와 시어머니를 수시로 병원에 모셔드려야 하기 때문.
“많이 돌봐주지 못해 항상 죄송해요. 집에 함께 살면 밥도 해주고 말동무도 해드리겠지만 떨어져 살아 매일 들여다보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어요”
#학창시절 잘 나가던 배구 꿈나무
구미코씨는 일본에서 한때 잘 나가던 배구 꿈나무였다. 배구공을 처음 잡은 것은 중학교 1년때. 당시 다른 아이들보다 키가 한뼘 정도 커 배구부에 들어가 라이트 주공격수로 맹활약했다. 지금의 키(162㎝)는 중학교 1학년때 그대로다. 구미코씨는 후츄시 배구 코트(5개팀)를 휩쓸며 우승 제조기로 명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고교 진학 후 벤치 신세로 전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키가 더이상 자라지 않았기 때문. 때문에 고교시절까지 배구선수로 뛴 사실을 숨기고 싶어한다.
“고등학교 다닐때 배구를 했다고 쓰면 안되요. 시합에 나가 못하면 창피하잖아요”
그러던 그가 이역만리 진안땅에서 배구와 또다시 인연을 맺은 것은 ‘진안어머니배구단’. 백운초에서 일하는 남편이 구미코씨의 배구 실력을 알고 적극 입단을 권유했다.
현재 ‘컴퓨터 세터’로 활약하며 회장까지 맡고 있을 정도로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보배다.
“이제 회장직도 내놓아야 할 것 같아요. 국제결혼가정 여자배구단 초대회장을 맡아 혹 소홀하지나 않을까 해서요”
#못다이룬 배구선수의 꿈 한국에서…
구미코씨는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아이들 뒷바라지 할랴, 시할머니, 시부모님 모시랴, 농사 지을랴, 배구연습하랴….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것 같다고 엄살이다.
구미코씨가 초대 회장을 맡은 국제결혼가정 여자배구단은 매일 저녁 7시 진안문화체육관에서 모여 연습한다. 11일 창단식과 함께 친선경기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지역마다 국제결혼가정 여자팀을 만들어 순회경기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타국땅에 시집온 사람들끼리 땀흘리고 난 후 이야기꽃을 피우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질 것 같아요”
현재 진안에 살고 있는 외국인 여성은 대략 100여명. 필리핀 여성이 50여명으로 가장 많고, 일본인이 30여명, 나머지는 러시아, 베트남, 중국 여성들이다.
이들은 국제결혼가정 청년회 모임을 결성해 한달에 한번 정도 모여 이국생활의 외로움을 달랜다. 한국인 남편들과 팀을 나눠 배구경기를 펼칠 정도로 실력도 만만치 않다.
구미코씨의 올 첫 목표는 도단위 대회에 출전, 1승을 따내는 것. 오는 10월 열리는 도지사배와 연합회장배대회를 겨냥해 구슬땀을 쏟고 있다.
전북배구연합회(회장 서주상)는 도내 14개 시·군별로 국제결혼가정 여자팀을 만들어 시·군대항과 도대회 등을 개최, 이들간 친목을 다져 줄 방침이다.
구미코씨는 전국 최고령 시할머니를 모시는 효부이기고 하다.
진안군 백운면 백암리에 살고 있는 전라북도 최고령 110세 윤정안 할머니가 시할머니다. 임실군 성수면 출신인 윤 할머니는 13세때 진안군 백운면에 시집와 6남매를 성장시켰다. 마을에서도 심지가 곧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로 정평이 나 있다.
윤 할머니는 고령이지만 지금도 바느질을 손수하고 있으며, 손자들의 생일을 일일히 기억할 정도로 기억력이 좋다. 발음도 정확히 구사해 언어소통에도 지장이 없을 정도로 정정하다.
한 평생 병원이라곤 5년전 백내장 수술외에는 병원을 거의 찾은 적이 없다는 윤 할머니는 별다른 건강비결이 없단다.
평소 특별한 건강관리는 신경쓰지 않지만 집에서 손수 담근 고추장과 된장, 간장을 이용해 채소와 토속음식을 즐겨먹는다. 음식은 가급적 싱겁게 먹는다. 매일 조금씩 마시는 막걸리에 노래가락을 즐기곤 한다.
윤 할머니는 지금까지 무병장수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가족들의 지극정성 보살핌이라고 말한다. 6남매 중 80세 장남 신영진(구미코 시아버지)을 비롯한 3남 1녀가 한 마을에 살고 있며, 매일 문안인사를 드릴 정도로 효자들로 소문이 자자하다.
구미코씨의 시어머니인 큰 며느리 박오목 할머니(78)는 20세때 시집와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9남매를 훌륭하게 성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58년 한평생 동안 효성으로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효부이기도 하다. 박오목 할머니는 2004년에 자랑스런 전북인 효열상을 수상했다.
/조영곤 기자 young@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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