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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돈화문로문화제 ‘경락경혈 체험’ 참관기
K침뜸 부스에 청년과 외국인들 몰려
글: 한영심(침뜸학교 22기 기본과정 교육생)
사진: 장병호(침뜸학교 22기 기본과정 교육생)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가득한 10월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돈화문로 문화제'가 열렸다. 허임기념사업회는 '경락경혈체험' 부스에서 봉사하며 문화제에 참여했다.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 할수 있는 T침을 사용하여, "경락을 터서 기운을 끌어내고, 병이 생긴 아시 부위에 침놓으면 된다."는 허임 선생의 침법을 알리고 체험을 돕기 위함이었다.
T침은 작은 스티커에 1.8밀리 정도의 아주 짧은 침을 붙여둔 것이다. 자극이 약하긴 하나 몇 시간 또는 며칠을 붙여 증상을 개선 시킨다. '경락과 경혈' 그리고 '허임 침법'을 간단히 체험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체험참가비 5천 원. 우리 선생님들은 무료로 하길 희망했으나 그건 주최 측인 종로구 소관이었다. 대신 체험 후에 T침이 50닢 들어있는 작은 통과 경락경혈도가 있는 안내문도 제공하여 스스로 해볼 수 있게 유도하였다.
[첫날 10월11일(금)]
우리 부스의 유니폼은 생활한복이었다. '질경이우리옷'에서 협찬해 주었는데 차분한 옥색으로 앞몸판엔 날개처럼 한 겹을 덧대어 멋스럽고, 편안했다.
체험지도 강사로는 김화숙, 은천성, 임휘철, 김남희 선생님. 특별히 미얀마에서 10여년 침뜸봉사를 해 오신 정일교 선생님과 스페인에서 40여년 침술원을 열고 침술로 환자를 치료해 오신 신현승 선생님, 필리핀에서 17년 째 침술클리닉을 운영하는 민종오 원장님도 잠깐씩 시간을 내어 참여해 주셨다.
이날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린 경락경혈 체험 신청자는 총 60명과 신청하지 않고 체험에 참여한 약간명. 체험 신청자들이 외국인 관광객들과 젊은 청년들의 수가 많아서 매우 반가웠다.
외국인들이 관심은 있지만 머뭇거리고 있을 때 김남희 선생님이 능통한 영어로 자연스럽게 부스 안으로 이끌었고, 영어와 불어 동시통역을 할 수 있는 은천성 선생님은 이들을 K-침뜸 세계로 완벽하게 안내했다.
은 선생님은 '수맥추'를 이용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기'의 흐름을 설명했고, 외국인들이 매우 흥미로워했다.
이들은 체험이 끝난 후에도 새로운 경험에 기뻐하고 감사해하며 지도해준 선생님들과 사진을 찍고 연락처를 서로 주고받기도 했다.
친구끼리 또는 연인과 함께 체험을 신청한 청춘 남녀들의 경우, 대부분 어깨 근육이 뭉쳐 있다며 통증을 호소한다. 임휘철 선생님과 김화숙 선생님은 이들의 어깨를 만져주며 꼼꼼히 살폈다. 수삼양경락을 따라서, 그리고 아시혈을 찾아 T침을 붙여 주었고 굳은 그들의 어깨가 안쓰러운지 이리저리 마사지까지 해준다. 체험자들의 표정은 한결 가벼워 보이고 곧 감사 인사를 하며 부스를 떠났다.
또한, 부스 안은 해외에서 오랫동안 봉사를 해 오신 선생님들 참여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재야 침구인들의 만남과 소통의 장이 되었다.
정일교 선생님은 80세가 넘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체험 참가자들에게 우리 침뜸의 우수성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체험자들의 손과 발에 있는 정혈에 T침을 직접 붙여 통증이 사라지게 하는 등으로 경락을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청년에게 T침을 붙이고 자극한 뒤에 다리를 움직여 보라고 했더니 청년은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며 통증이 사라진 것이 신기한 듯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청년 체험자에게 할아버지가 손자를 대하듯, 따뜻하고도 나즈막한 목소리로 침뜸과 건강관리에 대해서 얘기해 주자, 그 청년은 선생님의 진심을 느끼는 듯 끝까지 경청했다.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체험 참가자들에게 선생님들은 경락경혈도 안내문을 보여주며 우리 몸에 흐르는 '기'의 흐름을 설명해주고 참가자들의 몸상태에 따라 경혈자리에 T침을 붙여줬다. 또 안내문에 펜으로 T침 붙인 혈자리표시를 해주고 집에 가서 혼자 해보길 권했다. 선생님들의 자상하고도 간곡한 권유에 참가자들은 안내문과 제공 받은 T침을 손에 꼭 쥐고 밝은 얼굴로 인사하며 갔다.
T침만을 이용한 체험행사였지만 여러 가지 신체적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어 수지침이나 짧은 침(0.25*15밀리)이나 반미립대뜸을 더 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공간 사정과 사용 도구가 한계가 있어 아쉬워하기도 했다. 체험 후에는 대부분 고맙다며 밝은 얼굴로 감사를 표했다.
동기생인 장병호 선생은 사진을 찍어 행사를 기록하는 역할을 맡았다. 우리 둘은 T침 포장을 미리 뜯어 쌓아 놓아서 선생님들이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도왔다.
'경락경험 체험부스'에는 참가자들이 유난히 많았고, 이 점이 흥미로웠는지 KBS라디오 방송 기자가 녹음기를 들고 부스 안으로 쓱 들어왔다. 유니폼을 입고 참관만 하고 있어서 한가해 보였던지 나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최선을 다했다.
[둘째날 10월12일(토)]
둘째날은 오전 11시부터 김화숙, 이인영, 고희자, 김남희 선생님이 체험 지도에 나섰고, 김영렬 박태동 선생님이 짬을 내어 참여했다. 오후에는 임휘철 선생님이 동참했고, 스페인에서 오신 신현승 선생님도 마지막까지 자리를 잡고 함께해 주셨다.
박태동 선생님은 '다리가 잘 붓는다'는 불편감을 호소하는 여성에게 폐경의 경거,비경의 태백, 신경의 태계혈에 T침을 붙였다. 다리가 붓는 증상에 폐경과 비경이 무슨 관계가 있나 궁금했다. 체험자가 자리를 뜨자 선생님께 질문했다.
다리가 붓는 것은 이뇨작용의 문제이고 이뇨작용은 신장의 문제. 신장은 '수'에 해당. 오행법에 따르면 '금생수' 그래서 폐경을 보하고, '토극수' 그래서 비경을 사한다는 설명을 하셨다. 알듯 모를 듯 그렇게 오행침법을 처음 만났다. 선생님께 "저는 지금 기본반에서 공부 하고 있습니다."라고 소개하자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지으셨다.
부스 안은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와 바쁘게 돌아갔다.
저쪽에서 침 맞는 청년의 비명(?)이 들린다. "아악! 아파요!" 뒤이어 유머러스한 임휘철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직 침은 안 놨는데?"
신청자들은 줄 서 있는데 신청자들이 통증을 호소하는 상황이 많아지자, 선생님들 눈에는 체험 신청자들이 환자로 보이기 시작했고, 체험 부스가 봉사실이 되어 가는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김남희 선생님과 나는 말려야 한다는데 뜻을 함께 하고 특히 김영렬 선생님을 주시했다.
때마침 젊은 외국 여성이 긴 관광 일정 탓에 힘들었는지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김영렬 선생님이 체험을 지도하게 되었는데, 선생님은 이미 눈치를 채신 듯 장병호, 김남희 선생님과 나를 부르셨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 하시며 우리들의 의견을 물으셨다. 선생님의 눈빛은 이 체험자를 치료용 침대에 눕게 하고 긴 침과 뜸으로 낫게 해주고 싶다는 간절함이 보였다. 체험 수준을 넘어서는 치료를 해 주고 싶어 하셨다. 우리 셋은 '아니 되옵니다.'라고 외쳤고, 김남희 선생님은 '손과 발에 T침을 붙여 전체적으로 기혈을 순환시킴'이라는 처방을 제시했다. 김영렬 선생님은 빠르게 수긍하시고 체험 수준으로 마무리했다. 왠지 모르게 선생님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김종필 선생님은 직접 번역하여 낸 '경혈보감'이란 책을 소개하기 위해 우리 부스를 찾아왔다. 손중양 이사장님이 책을 앞 테이블 위에 전시해주고, 우리들의 유니폼인 생활한복을 주며 부스 안으로 안내해 체험지도 역할을 부탁했다. 외국인을 포함해 신청자들이 많아질 것에 대비해 영어가 가능한 김 선생님을 봉사자로 현장 영입한 것이다.
예상대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체험 신청자들이 줄을 이어 선생님들은 물 한 잔 마실 여유도 없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김화숙 선생님은 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무릎 통증이 있는 체험 참여자에게 환측이 아닌 건측에 T침을 붙이자 체험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이유를 물었고 선생님은 이를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일반인들에게 환측이 아닌 건측에 하는 치료행위는 이해하기 힘든 일임이 분명해 보였다.
30대와 팔씨름하다가 손목을 다쳤다는 60대 중반의 한 남자가 왔다. 고희자 선생님은 다치게 된 경위를 듣고 차분하고 꼼꼼하게 손목 둘레의 혈자리 몇 군데 짧은 침으로 자침했다. 이런 경우 아시혈을 찾아 침놓으면 된다고 선생님은 설명해주셨다.
스페인에서 오랫동안 침뜸봉사를 해오신 신현승 선생님은 손에서 신체 각 부위의 대응점을 찾아 치료하는 수지침을 겸하여 사용하셨다.
작은 수지침관을 이용하여 손의 곳곳을 세밀히 눌러가며 혈을 찾고, T침을 붙였다. 또 손가락을 한 방향으로 쓸어주며 '기'의 흐름을 유도하는 듯했다.
선생님께 침법에 대해 질문하니 '손에서 신체 부위의 대응점을 찾고 발에서는 오행침법을 따른다'는 간단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밀려드는 체험신청자들로 인해 더 이상 답을 듣기 어려워 무척 아쉬웠다.
그 바쁜 상황에서도 선생님은 체험자들의 손에 붙인 T침이 떨어질까봐 그 위에 의료용 테이프를 다시 감아 붙이는 정성을 보여주셨다. 체험자들은 꼼꼼하게 반창고가 감겨진 자신의 손가락을 보며, 잠시 만났던 잘 알지 못하는 선생님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았다.
신현승 선생님께서 손가락에 T침을 놓고 테이프를 감아준 60대 남자분이 “중풍 나간 뒤에 입술과 손의 감각이 무디어졌는데 부드러워졌다”라며 신기해했다.
허리가 아프다고 찾아온 젊은 여성이 있었다. 자신이 다친 경위와 증상을 자세하고도 길게 설명하고 있었고, 그 앞엔 이인영 선생님이 계셨다. 어느 의사도 저렇게 진지하게 환자의 말을 들어주진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 체험자는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며 통증을 호소하고 치료받았으나 별 차도를 못느끼고 고민하다가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은 집중해서 체험자의 얘기를 들어주고, 여러 가지 설명으로 체험자를 이해시키며 치료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누군가가 내 고통을 저렇게 열심히 들어 주기만 해도 상당 부분 통증이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장면이었다.
한 여성이 몽골인 여성을 데리고 와서 체험신청을 했다. 본인이 조금 전 아픈 어깨에 T침을 붙이고 갔고, 어깨가 많이 좋아져서 정말 신기하던 차에, 마침 자기 사업파트너인 몽골여성도 어깨가 아프다고 하여 데리고 왔다고 했다.
임휘철 선생님에게 이 얘기를 너무도 친밀감 있게 얘기를 나누어 그들이 돌아간 후, 선생님께 “평소 아시는 분이냐?”라고 물었더니 "몰라" 하신다.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행사 끝나고 들으니 그 여성들은 관광업계 종사하는 분들이었고 이런 '경락경혈체험'을 외국 관광객들에게 소개하여 ‘관광패키지’로 하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둘째 날은 첫날보다 훨씬 더 바빴다. 토요일이라 축제 참여자가 전반적으로 많기도 했다. 첫날엔 우리 부스 체험 신청자가 60명이었는데, 둘째 날엔 120명을 기록했다.
체험 신청자들은 줄을 섰고 오후 3시 30분 무렵에는 신청이 마감되었다. 마감 후에도 문의하는 사람들이 어어졌지만 이들은 그냥 돌려보내야 했다.
오후 5시가 가까와 오고 있었다.
행사는 끝으로 가고 있었고, 우리들은 물품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한 외국인 남자가 우리 행사에 큰 관심을 보이며, 자신은 관광회사를 운영 중이라고 소개하고 대표님과 명함을 주고받았다. K-침뜸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 이었다.
정리한 물품들을 우리 모두 하나씩 들고 사무실로 향하려는 순간, 어떤 젊은 여성이 들어왔다. 끝났다는 설명에 크게 실망 하면서 '멀리서 왔다. 어떻게 해줄 수 없냐'며 연신 부탁했다. 그때 신현승 선생님이 이쪽으로 오시라 했고 그 여성은 안도 했다. 봉사 선생님들이 대부분 정리한 물품들을 들고 행사장을 떠났고, 신 선생님은 그 여성을 끝까지 정성들여 치료하셨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일이었다.
행사는 성황리에 잘 끝났고, 우리에겐 커다란 숙제가 남겨진 듯하다.
젊은 청년들과 외국인들이 보여준 K-침뜸에 대한 이 커다란 관심과 사랑을 어찌할 것인가? 라는 ...
허임 선생님이 우릴 보고 계시다면 한 말씀 하실것 같다.
“이 보시게들! 노고가 많으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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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청년들과 외국인들이 침뜸에 많은 관심을 갖고있는데 경락경혈 체험으로 간단히 끝나는게 아쉬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