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뢸러 뮐러 미술관

미술관의 나라 네덜란드에는 그 지역에 잘 어울리는 멋들어진 미술관이 많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인 더 호헤 벨루에(De Hoge Veluwe)에 있는 크뢸러 뮐러 미술관도 그 가운데 하나다.
넓이가 자그마치 55km²나 되는 국립공원 숲 속에 살포시 내려 앉은 새 처럼 낮게 앉은 이 미술관의 이름은 미술관을 세운 헬레네 크뢸러-뮐러(Helene Kroller-Müller, 1869~1939)의 이름을 따랐다.
네덜란드 국립공원 숲 속의 크뢸러 뮐러 미술관
 독일 기업가 뮐러(Müller)의 딸 헬레네(Helene)는 네덜란드 사람 안톤 크뢸러 (Anton Kröller)와 결혼한 미술품 수집가인데, 입체파를 비롯한 당대의 현대미술에 조예가 깊었다. 모네, 시냑, 르느와르 같은 인상주의 작품들, 데 스틸(De Stijl) 화가인 테오 판 두스부르흐(Theo van Doesburg), 바르트 반 데르 레크(Bart van der Leck), 피트 몬드리안 (Piet Mondriaan)의 초기 작품들, 제임스 엔소르(James Ensor), 후안 그리(Juan Gris), 파블로 피카소, 쇠라(Seurat), 챨리 토르오프(Charley Toorop), 얀 토르오프(Jan Toorop) 등의 작품을 배부르게 감상할 수 있다. |
전시실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면 저절로 네덜란드 회화의 흐름을 타게 되는데 작품을 고른 크뢸러-뮐러의 안목에 감탄하게 된다. 그녀는 세계적으로 현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몬드리안을 눈여겨 보았고 그가 몸담았던 신조형주의 그룹인 데 스틸 예술운동의 후원자였다. 몬드리안이 네덜란드를 떠나 파리에 몇 해 동안 머물며 입체파의 영향을 받고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와 데 스틸 화가들과 교류하던 시절의 그림이 많은데, 원색과 단순명료한 선으로 구성된 추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헤이그 시립미술관에 있는 몬드리안의 초기 작품과 비교해보면 더 흥미롭다. 테오 판 두스부르흐 전시실에서는 몬드리안과 벌였던 ‘사선 논쟁’을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몬드리안이 판 두스부르흐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에 영향을 받아 그린 그림에서는 두 화가의 교류가 얼마나 활발했을지 짐작하게 한다. 19세기, 20세기의 쟁쟁한 화가 사이에서도 크뢸러-뮐러가 가장 사랑한 화가는 반 고흐였다. | |
|
|
87점에 달하는 반 고흐 작품 컬렉션으로 유명한 미술관
 크뢸러-뮐러 미술관은 반 고흐의 유화만 87점에 달할 만큼 많은 작품을 수집하여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 다음으로 반 고흐의 작품이 많다. 반 고흐가 프랑스로 가기 전 네덜란드 시골 마을에 머물던 시절에 그린 그림들 가운데 농민화가를 꿈꾸며 그렸던 [감자 먹는 사람들], [베 짜는 사람] 등 농민들의 지친 얼굴과 시골 부엌의 정물화가 가득하다. 아버지가 목사로 있던 네덜란드 남부 지방의 시골마을 누넨(Nuenen)에서 농민들의 삶을 가까이서 접했던 반 고흐는 밀레와 같은 농민화가를 꿈꾸며 땀 흘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자 했다. 이때 그려진 [감자 먹는 사람들]은 반 고흐가 처음으로 그린 대작이며 자신 스스로도 아주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가한 그림이다. | |

관람객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역시 반 고흐의 프랑스 시절 그림 전시실이다. [우체부 조셉 룰랭], [프로방스의 시골길 야경], [룰랭 부인의 초상화], [생 레미 병원의 정원], [아를의 다리], [씨 뿌리는 사람], [밤의 카페 테라스] 같은 작품 앞에서 쉽게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는다.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의 분주함에 비교해 본다면, 한적한 숲 속의 미술관에서 만나는 반 고흐의 감동이 더 각별해 보인다.
미술관 숲 속 여기저기에 놓여있는 현대미술 작품
 크뢸러-뮐러의 소장품을 기본으로 하는 근대 미술품과 함께 미술관의 또 다른 한쪽 날개는 현대미술 전시실이다. 요셉 보이스의 옷, 미국 조각가 칼 안드레(Carl Andre)의 미니멀리즘 조각품, 잔느 클로드와 함께 작업하는 대지 미술로 유명한 크리스토(Christo)의 설치 미술품 앞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미술관 언저리의 삼거리에는 파란색의 거대한 흙 손이 서 있다. 작은 오브제를 아주 크게 만들어 공공 장소에 설치하는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의 설치 미술품이다. 미술관 입구에는 오스발트 베켄바흐(Oswald Wenckebach)의 [Mister Jacques]와 마크 디 수베로(Mark Di Suvero)의 [K-piece]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19세기 끝머리부터 현대에 이르는 거장들의 조각품이 곳곳에 놓여있는 조각정원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로뎅(Rodin), 헨리 무어(Moore), 톰 클라센(Claassen), 폰타나(Fontana), 메르츠(Mario Merz), 장 뒤뷔페(Jean Dubuffet), 크리스토 등 수많은 현대 거장들의 조각 작품이 숲 속 여기저기에 놓여 있다. | |

미술관이 있는 더 호헤 벨루에 공원은 본디 헬레네 크뢸러-뮐러의 남편인 안톤 크뢸러의 개인 사냥터였다. 이 자연 속에서 미술품으로 둘러싸인 미술관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꿈이었던 헬레네는 미술관을 짓고 그 꿈을 이루었지만 11,500점에 달하는 소장품을 네덜란드 정부에 기증했고, 네덜란드 정부는 자연 환경이 그대로 보존된 이 국립공원 안에 미술관을 완성하여 1938년 개관했다.
공원에는 미술관 말고도 명물이 하나 더 있다. 공원 곳곳에 놓인 흰색 자전거다. 공원 안에서 무료로 탈 수 있는 공용 자전거인데 보관소에 놓인 아무 자전거를 집어 타고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가 다음 보관소에 놓고 가면 된다. 세 군데나 되는 공원 입구 사이의 거리는 10킬로미터가 넘으니 광활한 공원 안에서 유용한 이동 수단이다. 미술관을 나와 자전거를 타고 숲, 사막, 초원, 호수가 어우러진 자연공원을 달리다 보면 멀리서 붉은 사슴, 노루, 코르시칸 야생 양 같은 동물이 보인다. 숲 속에서 만나는 예술은 더 큰 감동을 줄 것이다.
개관시간 : 오전 10시~오후 5시, 1월 1일 및 월요일(공휴일 제외) 휴관 입 장 료 : 일반 14유로(공원 입장료 7유로 포함) / 어린이(만 6~12세) 7유로(공원 입장료 3.5유로 포함) / 어린이 (만 6세 미만) 무료 홈페이지 : http://www.kmm.nl/ 주 소 : Kröller-Müller Museum, Houtkampweg 6, 6731 AW Otterlo 문의전화 : +31 (0) 318 59 12 41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