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미용사로만 일을 해서 미용이 지겨운데다 또 나이도 50대다 보니
외모의 늙어감에 따라 손님도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미용말고 뭔가 색다른 직업이 없을까 하고 늘상 궁리했던 내게
어느 날 참신한 제안이 왔다.
배달을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런 솔깃한 제안을 한 이는 오랜 단골손님으로
그는 배민(배달의 민족)의 배달라이더였는데, 자신의 추천을 받는 형식으로 하여 내가
배민에 배달라이더로 등록을 하고, 이후 14일 이내에 한 건의 배달만 성사시키면 배달료와 더불어
2만원의 거금을 격려금조로 통장에 입금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뿐 아니라 자신 또한 2만원을 받게 되니 이거야말로 꿩먹고 알먹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도랑치고 가재잡는 겹경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 일은 자기가 하고 싶을때만 앱을 켜서 하면 되고, 내키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 앱을 즉시로
꺼버리면 일을 전혀 안 해도 아무 상관이 없으며, 만일에 이 일 자체를 영원히 그만두겠다면 그냥 앱을
삭제시켜버리면 그만이요, 그렇다고 내가 당할 불이익은 모기다리의 땀만큼도 없을거라는 것이었다.
머리를 깎는 내내 설명을 해주던 그는 빨리 배달을 하러 가야한다며 계산을 하고 나갔는데, 카드전표에 잉크가 채 마를
틈도 없는 사이에 헐레벌떡 문을 열고 다시 들어와서 "말이 나온김에 아예 등록을 해버립시다" 하고는,
내 핸드폰을 빼앗아 앱을 깔더니 일시천리로 나를 일반자전거를 수단으로 배달수행을
하는 배민라이더로 등록시켜 버리고,
그녀는 빨래를 널어야 한다며 기차타고 떠나버렸다는 양준일의 노래 fantasy의 가삿말처럼
내게 두시간짜리 안전교육은 꼭 듣고,
반드시 시험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무책임한 말을 남긴채 배달하러 가야 한다며 오토바이 타고 떠나버렸다.
그렇게 나는 팔자에도 없는 자전거 교통안전 동영상을 시청해야 했고, 굳이 동영상을 시청하지 않았더라도 합격에 전혀 지
장을 초래받지 않을 만큼 국민학교 도덕시험이나 운전면허 필기시험이나 미용사 위생교육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터무니없이 쉬운 안전교육시험을 만점으로 무사히 합격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