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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 |
(장금에게)나는 조선의 사람도 아니며.. 오래 있을 사람도 아니다. |
장금 |
...... |
정사 |
....... |
장번내 |
어서 아뢰어라. |
정사 |
...... |
장금 |
저는 다만 마마님의 뜻을 따랐을 뿐이옵니다. |
정사 |
그 뜻이 무엇이냐? |
장금 |
그 어떠한 경우에도.. |
정사 |
그로인해 자신에게 크나큰 위험이 닥쳐도 말이냐? |
장금 |
..이미.. 한상궁 마마님께서 끌려가시며 제게 몸소 보여주시지 않으셨습니까? |
정사 |
(웃으며)참으로 고집불통인 스승과 제자로다. |
모두 |
(보면) |
정사 |
그래.. 하여. 알았다. |
정상궁민가 처소
아주 힘든 모습으로.. 앉아있는 정상궁과 들어와 앉는 제조상궁.
정상궁 |
마마님! 모레면 이곳의 궁녀들이 모두 궁으로 들어간답니다. |
제조상 |
불경스럽게, 이런 몸으로 어찌 전하의 음식을 받들 것이오? |
정상궁 |
불경인지는 압니다. 허나, 저는 경합까지는 꼭 봐야겠습니다. |
제조상 |
궁녀란 궁(宮)에서 죽을 수도 없으며 중한 병이 걸리면 즉각 출궁해야 한다는 것을 정상궁이 모르지 않을텐데! |
정상궁 |
(끊고)허면 제조상궁마마님께서 대신 나오시겠습니까? |
제조상 |
뭐라구요? |
정상궁 |
이 자리에서 결정을 하십시오. |
제조상 |
(낮색이 변한다).. |
한상궁의 처소
한상궁과 장금.. 있는데..
한상궁과 장금.. 말없이 앉아있다.
한상궁 |
장금아.. |
장금 |
..... |
한상궁 |
..... |
장금 |
마마님.. 손이 떨리옵니다. |
한상궁 |
..(손을 감추는데).. |
장금 |
마마님 떠시는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
한상궁 |
..고얀 것.. |
장금 |
..마마님.. |
한상궁 |
(장금 보면) |
장금 |
저는 마마님을 믿습니다. |
한상궁 |
...... |
장금 |
비록 손은 떨리시더라도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으시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
한상궁 |
나는 기방의 허드렛일이나 하는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다! |
장금 |
..... |
한상궁 |
그러던 어느 날 |
장금 |
...... |
한상궁 |
작은 몸 어디서 뿜어 나오는지 다 큰 양반에게 호통을 치더구나. |
장금 |
...... |
한상궁 |
그 아이는 비록 신분은 양반이었으나 먹고사는 것은 노비인 나보다도 못하였다. |
장금 |
...... |
한상궁 |
그때 그 아이가 한말이 너는 음식을 잘하는구나였어! |
장금 |
...... |
한상궁 |
그러던 어느 날 |
장금 |
...... |
한상궁 |
그 동무가 없었다면 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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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 처소(밤)
이미 불이 꺼져있는 방에 영로가 조용히 들어온다.
연생은 자고 있다..
영로, 연생의 옆에 조용히 앉는다.
아니나다를까.. 연생이 잠시 후에 잠꼬대를 시작한다.
영로 |
한상궁은 경합 때 무얼 만든다고 하더냐? |
연생 |
한상궁마마님이요? |
영로 |
그래.. 한상궁말이다.. |
연생 |
마마님은.. 마마님은.. |
영로 |
(작은 소리로)꿀떡? |
연생 |
제가 좋아하는 잡채와.. |
영로 |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고) |
연생 |
또.. 갈비찜.. 송화밀수.. 떡복음.. 계란말이.. |
영로 |
뭐야? 지가 다 좋아하는 것만 얘기하잖아. |
연생 |
(음냐음냐 한창 먹는 중이고) |
영로 |
어휴.. 이걸 그냥.. |
한상궁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쫓아 가고 있는 민정호 종사관의 모습!
장금 쪽 막사
초조한 장금..
연생은 옆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더욱 호들갑을 떤다
연생 |
어떡해 장금아? 어떡해? 어떡해? |
장금 |
(단호하게)연생아! |
연생 |
...... |
장금 |
그냥 가야할 때가 있어. |
연생 |
그게 무슨 소리야? |
장금 |
그냥, 주어진 상황에 어찌할 도리없이 그냥 가야할 때! |
연생 |
....... |
장금 |
지금이 그런 때야. |
연생 |
...... |
장금 |
그냥 가야 해! 지금은.. |
중전 |
이것이 최고의 음식인 이유가 무엇이냐? |
장금 |
산딸기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제가 마지막으로 먹여드린 음식입니다. |
모두 |
...... |
장금 |
다치신 채 아무 것도 드시지 못한 어머니가 너무도 걱정스러워 |
중종 |
...... |
장금 |
어머니께서는 그런 저의 마지막 음식을 드시고 미소로 화답하시고는 떠나셨습니다. |
한상궁 |
(멀리서 한상궁이 보고있고) |
장금 |
전하께서는 만백성의 어버이십니다. |
중종 |
...... |
장금 |
저는 어머니를 걱정하던 마음으로 전하께 음식을 올렸습니다. |
중종.. 장금의 산딸기정과를 하나 먹어본다.
보는 사람들..
중종 |
..맛있구나! |
장금 |
...... |
중종 |
너를 두고 가셨을 어머니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 |
장금 |
...... |
중종 |
홀로 남아 어찌 살아갈까 노심초사했을 네 어머니의 마음을 |
모두 |
...... |
중종 |
산딸기는 내게도 최고의 음식이다! |
정상궁의 방(밤)
연생, 정상궁에게 다가가 훌쩍 훌쩍 울고만 있다.
연생 |
마마님.. |
정상궁 |
만 울고 나 좀 일으키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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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생, 일으키는데.. |
연생 |
마마님.. |
정상궁 |
내가 방을 정리할 참이니 너도 도와.. |
연생 |
마마님! 왜 벌써 짐을? |
정상궁 |
떠나는 사람은 자취를 남기지 않는 게 좋아. |
연생 |
싫습니다. 마마님.. |
정상궁 |
이리 오너라! |
연생 |
(다가가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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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궁이 연생을 꼭 싸안아 안아준다. |
정상궁 |
아직도 애기같은 이것을 어찌 두고 떠나누? |
연생 |
...... |
정상궁 |
힘들다고 도망을 치지도 못할 위인이니 어찌 두고 떠나! |
정상궁 민가(밤)
정상궁 누워있는데..
연생이는 한 켠에 꼬부라져 자고있고..
장금이가 정상궁의 땀을 닦아주고 있다.
다시 대야에 빨아 닦아주고 있다.
처소 부엌( 회상 씬) 정상궁 예서 왜 울고 있느냐? 장금 한상궁마마님이 자꾸 물을 떠오라 하시는데 정상궁 쯧쯧.. 한상궁의 고약한 성미가 또 나왔구나. 장금 어찌하면 됩니까? 정상궁 그냥 짠 소금물이나 한 바가지 떠다 주거라. 장금 안됩니다. 마마님! 그럴 수는 없사옵니다 정상궁 (자애롭게 웃으며)장금이라 했느냐? 장금 ..예. 정상궁 한상궁이 절대로 네가 미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니 무서워 말거라. 장금 정말이요? 정상궁 그럼.. 한상궁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하면.. 장금이도 정상궁의 한 팔에 안기고..
어린 장금이 처소부엌에 앉아 울고 있다.
이때 어린 연생이 장고 상궁 시절의 정상궁에게 안겨 들어오는데..
도대체 무슨 물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섭습니다.
(하고는)이리 오너라..
정상궁 둘을 앉혀놓고는 옛날이야기를 해준다.
정상궁의 방(밤)
한상궁이 들어오면.. 방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보는 한상궁.. 눈물이 나고..
정상궁 |
이제 내일이면 이 지긋지긋한 궁을 나는 떠난다. |
한상궁 |
...... |
정상궁 |
아주 어릴 적.. 아버님 손을 잡고는 한번 들어와 본 궁이 너무 좋아.. |
한상궁 |
...... |
정상궁 |
그러나 어릴 적 내가 본 화려한 궁은 허상이었어. |
한상궁 |
...... |
정상궁 |
늘 사람이 바글거렸지만 궁(宮)은 외로웠다. |
한상궁 |
...... |
정상궁 |
어여삐 여기거라. |
한상궁 |
...... |
정상궁 |
네가 네 원칙을 지키고싶은 것만큼 사람들을 어여삐 여겨. |
한상궁 |
...... |
정상궁 |
쉽지않지! |
한상궁 |
...... |
정상궁 |
하지만 너는 할 수 있다. |
정상궁 민가안
정상궁 누워 자고 있는데..
연생은 한켠에서 꼬박꼬박 졸고 있다.
이때.. 장금과 덕구, 덕구처, 어의 들어온다.
연생 |
(어의를 보며)어떠셔요? |
어의 |
(진맥을 멈춘 채)..이미.. |
연생 |
..(멀뚱).. |
어의 |
가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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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멍하니.. 정지된 듯 한데.. |
연생 |
(그리고는)다시는 마마님 안 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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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님 어찌 저를 두고 가셨는지요...
이제 저는 누굴 의지하고 누구에게 투정을 하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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