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받아서 시음가 하나 더 올립니다.
이 차는 작년(?) 12월에 시음한 것인데 2007년 올해 2월이나 3월 예정하고 있는 기타 흑차 특집 정기모임을 할 즈음 올리려고 찍어둔 사진입니다만, 필 받은 김에 시음기 작성합니다.
앞으로 있을 기타 흑차류 특집 정기모임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흑차를 중심으로 진행할 것입니다. 현재 수배된 차는 육보차(90년대말부터 최근까지 3종류 / 차농 제조 육보전, 803 육보, 광서오주차창 삼학패 육보병차)와 육안차(손의순 육안차 중심 2종류), 복전(호남익양차창 중차패/호남익양차창 상익패/호남원강차창 합작패) 등등.
그 중 하나인 93년 호남 원강차창 합작패 시음기를 올려봅니다.
보이차를 포함한 흑차는 제가 며칠 전에 올린 공동구매 시음기 중에 간략히 언급했듯 변차(邊茶)입니다. 즉 변방의 소수민족이 마셨던 차로 그 품질에 조악한 면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나중에 정리할 기회가 있지만 복전을 시음기로 올렸으니 조금 그 내용을 서술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이차를 비롯한 흑차는 원래 공부다법에 의해 정밀하게 우려내서 마시는 차가 아닙니다. 우리는 흔히 보이차를 자사호나 개완을 이용하여 정교하게 차를 즐기는데 사실 이런 차들은 우유를 비롯한 첨가물을 넣어 마시는 차로 그 맛을 즐기는 차가 아닙니다. 유목민들이나 기타, 채소를 섭취하기 힘든 변방의 민족들의 필수 미네랄과 비타민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지요. 또한 이러한 차를 흑차류로 분류하고 후발효차로 정의하고 있지만 실상을 보면 조악한 품질로 제조된 이런 종류의 차를 변방의 민족들이 수십년간 묵혀서 마시지도 않았습니다. 이들은 제조된 차를 말 등 자신들의 특산품과 물물교환하여 가져와서 가져온 그날부터 부셔서 마셨습니다. 이들에게 차는 기호음료라기보다는 필수식량이었습니다.
흑차를 수십년간 묵혀서 마시는 풍습은 대만 쪽의 청차를 마시는 차인들에 의해 정립된 것입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공부다법을 기본 다법을 하는데, 이는 오룡차와 같은 청차를 마십니다. 또한 청차에는 진년차 혹은 노차라는 개념이 예전부터 정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차를 오래 묵혀 먹는 습관이 있었던 겁니다. 그 중 일부 차인들이 변방의 보이차를 묵혀서 마셔봤더니 맛과 향이 특이한데 매료되어 현재의 보이차 열풍을 불러 일으킨 것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올리겠습니다.
간단한 예로 항간의 보이차 관련 속담인 ‘보이차는 할아버지가 만들어 손자가 팔던 차’ 운운은 조금만 생각해도 어폐가 있는 말입니다. 운남의 오래된 보이차 상점인 동경호, 차순호 등이 한해 거래하던 차가 수백담에 달했는데 이 양은 현재 수십톤에 해당합니다. 보이차를 말 그대로 짧게 잡아서 1세대만 묵혀서 보관한 후 팔았다면 한 세대를 30년이라고 잡으면 동경호 등의 차상점의 보관창고만 수백톤의 보이차를 저장할 창고가 필요합니다. 과연 그러한 창고가 동경호 등에 있었을까요?
긴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지금 녹차향기는 복전 시음기를 작성해야합니다.
복전이 기록에 나오기 시작한 것은 ‘명사 다법(明史 茶法)’부터입니다. 가정 3년으로 서기 1524년 되겠습니다. 자세한 기록은 생략합니다.
복전차 상식 하나 더. 대게 복전은 수유차를 만들어 마시는데 수유차는 수유(버터와 유사한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와 우유, 소금 등을 넣어 만듭니다.
만드는 법은 물 1~2리터에 수유 100그람 정도, 소금 5그람 정도 넣고 차를 한 손가락 정도 떼어 내어 같이 넣고 끓입니다. 5분정도 끓으면 수유 50그람 정도를 다시 넣고 2분 정도 끓인 후 걸러내어 마시면 됩니다. 경우에 따라 보릿가루 같은 것도 같이 넣고 끓입니다. 이게 원래 복전 마시는 법인데, 우리는 공부다법에 따라 마시니 저 역시 공부다법을 따릅니다. 수유차 마시는 법 대로 마시면 차 맛은 거의 안나겠지요.
먼저 복전 포장을 보겠습니다. 중간에 합작패라는 상표가 보입니다. 복전은 현재 구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것이 민족단결패 계열로 제 기억이 맞다면 문화혁명기에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이후에 중차패와 합작패가 나왔고 얼마 전부터 중차패가 중국차엽공사 전용으로 넘어간 이후로는 각 차창마다 고유의 상표(익양차창은 상익패)를 달고 나옵니다.
이러한 연유로 얼마전부터 맹해는 대익패, 하관은 송학패로만 차를 생산하지요.
93년 1월에 생산했군요. 약 14년정도 되었네요. 참고로 천량차와 복전은 차청으로 따지면 거의 같은 차입니다. 그런데 천량차는 긴압이 워낙 단단해서 복전에 비해 진화속도가 2배 정도 느리지요. 즉 복전 14년이면 천량차로 치면 20~30년 정도 묵은 것입니다. 천량차에 대한 환상을 갖고 계신 분을 가끔 보는데, 천량차 구하기도 만만치 않고 보통 차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현재 도는 천량차들은 대게 얼마 안된 것입니다. 혹자는 1958년도 이후에 생산품이 없으므로 현재 도는 천량차는 최소 50년 진기를 가지고 있다거나, 58년 이후 몇 번 만들었는데 최후는 83년이다 그러므로 최소 20년 쯤 되었다고 주장하나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천량차는 중국 성립후 호남 백사계 차창에서만 생산되었는데 1958년 48550지(단위)가 생산되었습니다. 이후 천량차 만드는 법이 오랫동안 사라져서 한동안 못만들었다가 83년 백사계 차창에서 다시 만들었는데 4개월에 걸쳐 300개 정도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시장의 반응이 좋아서 1997년부터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천량차 이야기도 여기서 그만하고 다시 복전으로 돌아 갑니다. 오늘은 삼천포로 잘 빠지네요.
줄기도 많이 보이고 찻잎도 부실해 보입니다.
우려봅니다.
차탕은 맑고 색상은 귤색에 가깝습니다. 등황색입니다. 약간의 붉은 기운이 있지요.
입에 들어갈 때 진향(陳香), 즉 묵은 향이 주이고 박하향(薄荷香)이 따라 옵니다. 박하향이 오래가고 입안에 청량감이 많이 도네요. 진년 보이차의 진향, 박하향과 많이 유사합니다. 진년 보이차와 다른 것은 맛에 있지요. 진년 보이차 중 어린 잎으로 만든 것은 장향보다는 박하향이 주가 됩니다. 그리고 보이차가 묵으면 맛은 두터워지는데 복전은 그런 맛은 없습니다. 그것은 차찌꺼기를 보시면 이해하실 것입니다.
두 번째 우려냅니다. 사진을 돌려야하는데 안했군요.
세 번째 좀 오래 우렸더니 진해졌습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복전은 맛이 좀 약하기 때문에 진하게 우리는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네 번째
좀 약해졌습니다. 진년 보이차가 열 번 이상 우러난다면 복전은 기껏해서 8번을 넘지 못합니다. 잎이 작고 얇기 때문이죠. 맛은 진년 보이차에 보이는 변화무쌍한 맛은 아니고 은은히 퍼지는 단맛, 예전에 등시해 교수가 ‘보이차’라는 책에서 말한 사탕수수즙을 마시는 듯하다라고 했던 그런 맛이 아닐까합니다. 회감은 거의 없는 편이어서 맛으로 치면 단순하면서 가볍다고 해야할까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다섯 번째
차찌꺼기는 얇고 조잡합니다.
복전에 대해 혹평을 많이 했나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맛입니다. 진년 보이차는 20년만 넘어도 감히 엄두도 못낼 가격인데다, 왠만한 감별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속기 쉽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돌아다녀본 많은 보이차 전문점의 감별능력도 신통치 않은 곳이 많았기 때문이죠. 대익패를 들고 70년대 차라고 하는 주인도 봤고, 숙병과 청병의 구분도 못하는 곳도 있고 맹해차창이 뭐하는데인지 모르는 곳도 있습니다. 보이차를 팔면서요.
그에 비해 복전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요. 보이차 열풍이 작년에 중국 내륙에도 불기 시작해서 신차도 일이년만 묵어도 가격이 치솟습니다.
구하기 점점 힘들어 지는 보이차 보다는 차라리 복전을 하나 구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듯도 합니다.
차 맛이 궁금하시면 조만간 있을 기타 흑차 특집 정기모임에 나오시면 좋지요. 그럼 즐거운 하루되세요.
첫댓글 검색을 통하여 잘된 시음기들을 스크랩해왔습니다 ^^ 원 저작주인께서 삭제를 요청하시면 언제든지 삭제 하겠습니다 ^^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