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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 가사의 서정세계
남희풍
시인 석화는 대학시절에 처녀작 가사 《처녀의 편지》를 발표해서부터 10여 년 되는 사이에 300여 수의 가사시를 펴내어 선망 높은 가사 시인으로 자기를 굳혔다. 석화의 가사시는 다각적이며 사유공간은 아주 넓다. 그는 정예문인의 자세로 생활 속에 들어가서 불타는 탐색과 드높은 사상경지로 사회를 포섭하여 현대인간의 노동의식, 낭만에 찬 청춘생활, 아름다운 고향산천에 대한 찬송 그리고 인간 심리세계를 파고들어 고상하고 진지한 애정, 모성애, 존사, 붕우애, 교정생활 등 다종다양한 내용과 정서를 담은 가사시를 썼는데 그의 가요는 연변 내외 심지어 국외에까지 파급되었다. 《돌다리》, 《누나생각》, 《작은 꿈》, 《노래를 부릅시다》, 《사랑은 영원히》, 《동동 타령》, 《아, 별빛》 등은 광범한 인민대중이 애창하는 가요로 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그의 창작기법―시적으로 가사를 쓴 점, 음악적으로 가사를 쓴 점을 치중하여 살펴보려 한다.
시적 사색, 자유호운 기법
시는 예술의 정화로서 모든 예술품에 체현되는데 예술품에 시가 없다면 그것은《영혼 없는 미라》(곽말약)와 같다. 예술품의 모든 심미적 요소 중에서 시적 경지는 심층면의 요소에 속한다. 마찬가지로 가사에서도 《시혼》이 깃들어야 하며 시적 감흥이 차 넘쳐야 한다. 석화는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우선 가사를 시처럼 구상하고 시적 감흥이 넘치게 자유분방하게 펼치고 있다.
(1) 먼저 자유률의 무분절 가사를 보기로 하자. 《돌다리》, 《작은 꿈》, 《누나생각》, 《눈 위에 쓴 이름》 등은 자유률의 가사이다. 이런 유형의 가사는 서정서사가사로서 동태형에 속한다. 《돌다리》(고창모 작곡)는 한 편의 사향가이다. 정답게 가슴을 울려주는 이 가사시는 작자의 깊은 사회의식이 형상적 표현에 대한 끝없는 추구와의 융합에서 이루어진 결정체이다. 형식상에서 특히 구성과 음조에서 내용에 적응되는 특색을 보여준다. 구성과 음조, 내용과의 조화로운 융합을 이룸으로 노래 《돌다리》는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인생에 대한 추억을 감명 깊게 토로하고 있다. 이런 내용, 정서는 화산처럼 분출되는 것이 아니라 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잔잔히 흘러 접수체의 심금을 차분히 적셔주고 있다. 《작은 꿈》(박찬일 작곡)은 청년들이 애창하는 가요이다. 《마음 구석진 곳의 미움을 다 씻어버리고/ 비둘기처럼 깨끗한 눈빛으로 서로 마주 본다면/ 천사의 날개가 달려서/ 우리도 훨― 훨― 날수 있지 않을까》 가사는 4연으로 된 자유시체인데 서두는 4행, 전개부분은 8행, 결말은 2행으로 구성되었다. 기본적으로 4음보를 지키면서 때로 5음보로 되었다. 이를테면《아하/ 그런데/ 우리는 어째서/ 날개가 없을까》(5음보) 《가슴 한구석에/ 감추어진/ 욕심을/ 다 털어 버리고》(4음보) 《천사의/ 날개가 달려서/ 우리도/ 훨― 훨―/ 날 수 있지 않을까》(5음보)는 이 가사의 중심부분으로서 정서가 고창 되고 따라서 호흡과 휴지가 잦아지면서 음수율과 음보도 많아지고 있다. 3연, 4연의 비슷한 내용이 되풀이 되고 음보, 음수율(지어는 6음절, 7음절)이 감정의 흐름에 따라 자유로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정형적 가사와 다른 자유시체 가사의 특이한 점이라 보아진다. 이 가사에서는 연이 바뀌는 곳에 감탄사 《아하》를 붙여 율동이, 흥겨운 정서를 더해주고 있다. 《누나생각》(고창모 작곡)에서는 율조를 자유롭게 펼치면서 사이에 《나의 누나는 좋았지/ 누나가 계속 내 곁에 있어줄 수 있다면/ 참말이지/ 나는 계속 아이가 되어도 좋았을 걸》라는 말을 삽입하였다. 표연창도 아닌 독창에 독백을 삽입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작자는 대담하게 시도하여 성공하였다. 말하자면 작곡가와 잘 배합하여 노래로 표현할 수 없는 대목을 절주에 맞게 말로 표현하여 음악적 정서에 용해시킴으로써 독백을 시적 정서, 음악적 정서의 한 부분으로 되게 하였다.
보는 바와 같이 작자는 생활의 정취 있는 대목, 열점으로 되고 있는 문제를 과정도 있고 곡절도 있게 비약하면서 흥미 있게 표현하였다. 어떤 문학 갈래든지 그로서의 고정적 격식이 있지만 그러나 이것은 고정 불변한 물건이 아니다. 우에서 든 가사시들은 정형률의 전통적 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형식상의 새 창조는 내용상에서의 새 창조보다 더욱 많은 공력을 들여야 한다.
(2) 다음 묘사적 기법에서의 특이성을 살펴보자. 석화는 《제일 산천 연변이여》(안국민 작곡), 《산타령》(안계린 작곡)에서 포만한 감정으로 아름다운 고향산천, 변강의 명승고적에 대한 자랑을 읊조리고 있다. 하늘에 치솟은 백두산, 천 리 임해 헤엄쳐 가는 군함산, 밝은 햇살 넘쳐나는 일광산, 사과배꽃 피는 모아산, 백두의 푸른 산발 비낀 해란강, 꿈이 실린 용두레우물, 발해왕궁터의 기왓장… 연변인민의 아들인 석화는 변강인민을 대변하여 자랑과 긍지에 넘쳐 향토에 대한 사랑, 조국에 대한 사랑의 정감을 진지하게 쏟고 있다. 묘사기법에서 보면 백두산, 일광산, 해란강 등을 생동하게 핍진하게 유화처럼 묘사했고 두만강, 군함산, 모아산 등을 활기 넘치게 동적으로 묘사했는데 그야말로 감미로운 서정토로이다. 체르니쉡스끼는 《무릇 자연 중에는 우리로 하여금 사람들이 하는 일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이것이 미다.》라고 하였다. 석화는 시적 사색으로 자연경물 중에서 사람들에게 미감을 줄 수 있는 것을 탐색하여 재치 있는 예술적 수법으로 인민대중에게 미적 향수를 안겨주고 있다.
《아, 별빛》(박찬일 작곡)은 별과 별빛에 기탁하여 서정을 토로한 가사형의 자유시이기도 하다. 《아득한 창공에 밝은 별이 떠올라/ 찬란한 별빛이 이 가슴에 닿아라/ 어둠을 헤치고 비쳐오는 저 별빛/ 외로운 가슴을 밝게 비쳐주어라/ 두 손 마주잡고서 우러르는 저 별빛/ 나의 꿈을 지키며 밝게 밝게 빛나라》(1절) 보다시피 밝은 별, 찬란한 별빛을 의인화하여 인간생활과 연계시켰다. 작자는 간접적, 직접적 서정토로로 서정적 주인공의 고뇌와 처지를 말하면서 별빛을 진리 혹은 신념의 화신으로 정신적 지주로 형상화하였다. 이 가사시에서는 멀리로부터 가까이로, 자연현상으로부터 인간심리세계로, 격정을 융화시켜 잔잔한 서정토로로 정적상태를 동적 상태로 전화시켰다. 그런가 하면 정감이 심령에 파고든다. 외재율로 표현된 종결토 《―아라》는 감탄적 서술의 뜻을 나타내고 있는 데 시감을 돋치면서 서술성을 나타내어 소탈한 기분, 친근성을 주고 있다. 우리 겨레의 교육열을 반영한 《산촌의 정든 학교》(황상룡 작곡)에서는 《앞뒤산이 고개 기웃 들여다보는》, 《푸른 언덕 감도는 맑은 물에 그림처럼 비껴 있는》 학교와 같이 생동한 의인적 표현, 수채화 같은 아름다운 정경묘사에서 몇 세대 안되는 심심벽촌 학교의 모습이 생동하고 핍진하게 안겨온다. 이것은 작자의 기발한 묘사수법과 풍만한 서정의 발로의 결실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객관성, 주관성, 선택성에 의한 작자의 고유한 시적 얼굴을 보게 되며 활화산같이 타 번지는 작자의 서정세계를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3) 그 다음으로 정(情)과 이(理)의 융합의 특색을 보기로 하자. 가사시에서 주제가 표면적, 외적 현상에 머물지 않고 집중, 심화되려면 형상적 사유와 논리적 사유가 결합되어야 한다. 가사에서 충족한 이유와 근거, 우연성과 필연성의 연관성, 인과관계 등은 논리적 사유의 참여를 의미하는 것이다. 가사에서도 정과 이를 갈라놓고 생각할 수 없으며 쌍둥이로 간주해야한다. 그렇다 하여 의논문에서처럼 삼단논법 등을 그대로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어디까지나 형상을 통하여 체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가사가 피상적이고 천박해지는 것도 여기에 주요한 원인이 있다. 인간의 이별, 그리움을 반영한 가사 《눈 위에 쓴 이름》(김경애 작곡)에서는 먼저 《하얀 눈》의 이미지를 제시하고 다음 서정적 주인공이 《두 무릎 꿇고서》 눈 위에 이름을 쓰는 것을 썼다. 작자는 이어서 추리하는 방법으로 그 눈에 쓴 이름이 이듬해 봄에 대지에 잦아들고 써놓은 이름이 어여쁜 꽃으로 피어난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여기서 이름을 쓰는 것은 원인이고 《이 맘에도 꽃이 피리라》는 결과로서 인과관계의 논리가 체현되고 있다. 또한 작자는 겨울이 가면 눈 녹는 봄, 꽃이 피는 봄이 온다는 자연적 도리를 운용하고 있다. 이로 하여 이 가사는 심층적이고 째어진 가사로도 되게 된 것이다. 평생 산에서 살면서 산과 기쁨을 함께 하는 산 사람의 고매한 덕성을 노래한 《호림원의 노래》(김성민 작곡)에서는 호랑이, 산토끼, 노루, 사슴도 내 친구 인삼꽃, 청계수도 내 친구 잣나무, 봇나무, 이깔나무도 내 친구라는 충족한 이유를 들었다. 이런 전형적 사실은 《한 생을 푸르게 사는》, 《산에 사는 사람》의 이상과 신념의 원천, 사업의 동력으로 되는 것이다. 별과 별빛을 찬미한 《아, 별빛》에서는 《어둠을 헤치고》, 《바람이 스치어도 변함이 없는》 굴강성을 표현한 1차적 이유, 《외로운 가슴 비쳐 주리라》, 《밝은 별빛 넘쳐나 이 마음 적셔라》라는 곤혹을 풀어주고 희망, 용기를 북돋아 주는 2차적 이유(수동적), 《한마음 기울여 쳐다보는》라는 직접적 서정토로로(주동적), 《나의 꿈》, 《나의 믿음》을 지켜주기 바라는 3차적, 4차적 이유가 현시되고 있다. 이로써 《밝게 밝게》 빛날 충족한 이유가 서게 되었으며 별빛은 마음속 정 깊은 메아리로 울려 퍼지게 되는 것이다. 애정생활을 노래한 《꿈길에서처럼》(고창모 작곡)에서도 우연성과 필연성의 철리가 표현되고 있다. 출근길에서 가면서 오면서 한번 만나고 두 번 만나고… (우연성), 만나면 서로 외면해도 꿈결에 찾아드는 필연성을 현시하고 있다. 거듭되는 우연성이 필연적 결과를 조성하게 된 이치가 형상적으로 표현되었다.
음악적 사색, 흥겨운 운율
광의적 의미에서 보면 조선말도 자체의 음악성을 갖고 있다. 음악언어의 요소(선율, 절주)는 성음언어(음조, 절주)의 일정한 제약을 받게 된다. 석화는 조선말의 성음언어의 관련성을 파악하였기에 가사로 하여금 음악에서 요구하는 선율이 흘러나오게 하고 있다.
(1) 우선 조선말의 음가, 운율조성의 특색을 효과적으로 운용했다. 조선말의 운율 토대는 강약에 의해서가 아니라 고저, 장단의 관련성에 의해 고루 발전된 것인데 이 모든 우점들을 종합적으로 이용하여 음성군(음보)들을 음가적으로 비슷하게 대응시키는 방법으로 운율을 조성하게 된다. 석화는 조선말 가사의 운율적 토대에 따르면서 입말체로 통속적으로 가사를 쓰기에 힘썼고 유향자음, 모음을 골라 쓰며 음색, 음가를 따지면서 언어기능을 충분히 발휘시키기에 힘썼다. 《동동 타령》(안계린 작곡)은 도거리농사를 지어 살림이 펴이고 잘 살게 된 농민의 기쁨을 썼다. 작자는 내용, 정서에 적응하여 《고려가요》의 《동동》에서 운을 따다가 시대적 맥박, 민족적 정취가 넘치게 표현했다. 《동동 타령》에서 작자는 《동동》을 재치 있게 써서 때로는 형용어로, 때로는 술어형으로, 때로는 합성명사로 썼는데 이 단어는 작은 물건이 떠서 움직이는 현상(시각), 북소리와 같은 울림소리(청각), 어떤 기쁜 일로 하여 공연히 마음이 들뜬 감(심리반응)을 주고 있다. 이로써 이 단어가 나올 적마다 흥겹고 경쾌한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동동》은 여러 번 되풀이되면서 번번이 새로운 이미지, 흥겨운 정서를 더해준다. 후렴에서는 《에루화 동동 데루화 동동》라고 한 다음 《동동 타령을 잘 살아보세》라고 했는데 마치 《동동》이 어떤 재부거나 《구세주》 또는 돈벌이수단이거나 한 듯 거듭 강조했다. 보다시피 이것은 단순한 언어의 운용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가사의 운율을 창조하기 위한 서정적 체험에서 작자는 생활에서 시적 감흥을 받아 안음과 함께 흥겨운 운율도 받아 안은 것이다. 《동동》은 유향자음으로 맑지고 순탄한 감을 주면서 음조 미를 돋우는데 이 가사에서 16차나 되풀이되어 그 음가가 충분히, 효과적으로 발휘되었다. 《동그라미》(고창모 작곡)에서도 《동글동글 동그라미(동그라미 동그라미)》라고 하여 동그라미의 음가를 효과적으로 발휘시켰고 유향자음, 모음 그리고 표현력이 짙은 음악적 언어로 가사의 사상―예술성을 높이었다.
(2) 다음 특색이 있는 되풀이법의 운용을 보기로 하자. 되풀이법은 조선말 운율조성에서 가장 중요한 보조적 방식이다. 《사랑은 영원히》(고창모 작곡)는 3절로 된 가사인데 매 절의 첫 행에 《우리 둘이 정답게 손에 손잡고》가 붙어있다. 이것은 논제처럼 매 절의 내용을 이끌어 내오고 있다. 《손에 손 잡고》는 사랑의 힘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과시한 것이다. 이런 이미지가 매 절 되풀이되어 주의를 환기시키고 사랑은 《용감히》, 《열렬히》, 《영원히》를 강조하면서 운율과 음악적 율동을 확보하고 있다. 《청춘을 태양처럼》(김남호 작곡)은 2절로 된 가사인데 정열에 넘치는 이 가사에서는 《빨갛게 빨갛게 노을은 펼쳐지고/ 뜨겁게 뜨겁게 아침해 빛을 뿜네》라고 두 행을 되풀이하여 《청춘을 태양처럼 뜨겁게 뜨겁게 불태워가자》를 이끌어 내오고 이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노래를 부릅시다》(이성재 작곡), 《푸르른 마음》(한병낙 작곡)에서도 서두 되풀이법을 썼다. 좀 특이한 점이라면 같은 격식을 되풀이하면서 매 절에서 단어를 좀씩 달리하여 감정을 점차 상승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 속에》(오동식 작곡)에서는 《오늘 오늘 속에 희망이 있고/ 오늘 오늘 속에 성공이 있네/ 오늘 오늘 속에 내일이 있고/ 오늘 오늘 속에 우리가 있네》라고 함으로써 일분일초를 아끼며 분발 노력해야 할 오늘의 소중성을 강조하고 있다.
운율이란 소리마디나 음절을 규칙적으로 거듭하는 데 따라 일어나는 소리의 조화로움이다. 석화는 위에서 든 되풀이법 외에도 사이 뜬 되풀이, 끝 구절 되풀이, 후렴 되풀이 등을 허다한 가사에서 영활 하게 재치 있게 써서 절주감을 높이고 음악성을 조성하고 있다.
(3) 대조, 대구도 석화 가사에서 특징적으로 쓰이는 기법의 하나이다. 위에서 든 《동동 타령》에서 첫 시작부터 《앞 강물》과《뒤 강물》, 《내 마음》과 《네 마음》, 《에루화》와 《데루화》 등 상반되는 뜻을 가진 단어거나 단어결합을 대조시켜 선명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앞 강물 뒤 강물에 물오리 동동 뜨고/ 내 가슴 네 가슴에 기쁨이 동동 뜨네》에서는 구절과 구절을 대조시키면서 대구를 이루었다.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을 대조시켜 인간사회현상을 명료하게 강조하면서 내용, 정서를 심화시키고 따라서 음악적 절주를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비슷하거나 대립되는 두 구절을 짝을 이루어 서로 조응되거나 보충되게 하여 시문장의 정제성, 언어적 표현의 내적 운율을 보장하고 있다. 가사시 《친구》에서는 《너는야 이 길을 걸어서 왔다지/ 나는야 저 길을 따라서 왔단다/ 너는야 강물을 건너서 왔다지/ 나는야 언덕을 넘어서 왔단다/ 네가 지나온 길이 다르고/ 내가 떠나온 길이 달라도》와 같이 《너는야》와 《나는야》, 《이 길》과 《저 길》, 《강물》과 《언덕》이 서로 대조를 이룰 뿐만 아니라 《너》와 《나》가 떠나온 길, 경로가 대조되면서 대구를 이루어 친구의 이미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생동하게 그리고 두드러지게 강조하였다. 따라서 내용, 정서의 조리성, 정제성을 기하면서 언어표현의 율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4) 끝으로 외재적 운율의 효과적 쓰임을 살펴보자. 석화의 가사시에서는 단일문, 복합문, 접속술어거나 종결술어, 계칭 등을 구속 없이 자유자재로 써서 운율조성에서 양껏 재간을 떨치고 있다. 이를테면 《촛불과 이슬》에서는 《성스러운 사랑》, 《선생님의 사랑》이라고 토 없이 종결했는가 하면 《지혜의 빛발 안겨주네》, 《우리 빛나리》, 《우리 성장하리》라고 준 대칭의 서술(리, 하네), 보통비칭의 서술(리라)을 써서 가사가 시적으로 감명 깊게 짜여지게 했다. 《아, 별빛》에서는 《하다》 계열의 서술식의 보통비칭인데 감탄적 서술의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다. 《꿈길에서처럼》에서는 《만났지》, 《걸었지》라고 서술식의 준 대칭으로 되어 감정상에서 스스럼없이 친근한 감을 주면서 시적 사색을 불러일으키고 여운을 남겨준다.
여기서 말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언어에 음악성이 있지만 그것은 음악에서 요구하는 음악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언언가 다 노래로 될 수 없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또 말해야 할 것은 비가창시에서는 그 음악성이 감정 충동에 의한 내재율의 고르로움에서 주요하게 표현되지만 가창시에서는 그렇지 않다. 가창시는 시가의 음악성을 갖고 있으면서 다른 면에서 가창의 수요에 따라 음계적 음악과 상응되는 특점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하기에 모든 시가 다 노래로 될 수 없는 것이다. 가창시에서의 가창성은 부분적 면에서 음색과 음의 고저장단 그리고 절주 등에서 표현된다. 운율은 가창의 절주감을 강화하며 성음의 회환미(回還美)를 조성시켜준다. 절주는 가곡율동의 맥박이다. 가사에서의 운율, 음색, 음의 고저장단, 절주는 음악의 음조, 선율(멜로디), 절주와 불가분이리의 연관성을 갖고 있다. 석화는 조선말의 법칙성을 탐색하고 또한 음악이론학습과 실천에도 힘을 기울여 양자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합리하게 발휘시킴으로써 우리 말 가사를 시적이면서도 음악적으로 펴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유감으로 되는 점을 말한다면 그 많은 가사를 펴내면서 힘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힘찬 가사가 적은 것이고 사색과 여운을 남기는 가사가 많지 않은 것이다. 금후 석화의 가사창작에서 호방한 자유의 가사시도 쏟아져 나올 것을 기대하는 바다.
1996년 8월
《문학과 예술》 1996년 제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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