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 예술인회관 방치할 건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부동산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선호되는 업종이다.
문화예술계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예술단체인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하 예총)가 서울 목동에 건설하려다 물의를 빚고 있는 예술인회관은 그 표본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예총은 10개 예술 분야를 망라한 국내 최대 규모의 예술단체로서 전국 115개 지부에 120만 회원을
자랑한다. 그 예총이 대학로 한복판에 갖고 있던 번듯한 5층짜리 예총회관 건물을 문예진흥원에
팔고 서울 양천구 목동에 1300여 평의 대지를 구입해 지하 5층, 지상 20층, 연면적 1만4000평 규모의
대형 건물을 신축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사용 면적의 60% 이상을 오피스텔.사무실.은행.상가로 분양하기로 했으니 문화예술인을 위한
종합복지공간 조성이라는 거창한 명분은 애초부터 빛을 잃었다. 게다가 건축비 중 국고지원금을
제외한 240억원을 건물 임대수익으로 충당하기로 한 발상은 시중의 부동산개발업자의 그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자체 예산 한 푼 없이 순전히 정부 보조금과 임대입주자의 분양계약금만으로 대규모
빌딩을 짓겠다는 예총의 사업 계획에 대해 정부는 1996년부터 3년간 165억원의 국고예산과 4억여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문예진흥원은 예총회관 건물을 기부채납 형식으로 구입해 주는 동시에 예술인
회관이 완공될 때까지 예총이 쓰고 있던 사무실을 무상으로 임대해 주었다. 말하자면 예총이 추진한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을 정부와 문예진흥원이 전폭적으로 지원한 셈이 된다.
그러나 건축공사는 99년 6월 공정의 절반을 갓 넘긴 상태에서 중단되었다. 국고예산은 예정된 전액이
지급되었지만 예총 측에서 부담하기로 한 공사비는 나올 길이 없었다. 건물 임대수입이 전무했고
예총의 건립기금모금은 목표액의 1%도 채우지 못했다. 건축비가 지급되지 않자 시공업체는 공사를
포기하고 밀린 공사대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두 번째 시공업체도 예총 측이 반년 만에
계약을 파기하자 소송을 걸었다. 이를 포함한 세 건의 소송으로 인해 토지와 건물이 가압류 처분되었다. 공사 중단 이후 지금까지 6년째 짓다만 건물 골조가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비바람 속에 방치되어
있고 사업은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에 국회와 감사원의 시정 요구, 시민단체와 예술인의 무수한 성명서와 시위가 이어졌지만
예총 측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젊은 예술인들이 시멘트 뼈대가 삐죽삐죽 흉한 목동 예술인회관을 점거하고 행위예술 농성을 벌였을 때, 오히려 경찰을 부르고 으름장을 놓았다. 공식적인 사과나 해명은커녕 임대면적을 70%로 더 늘려서 공사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신축건물이 완공될 때까지 문예진흥원 소유의 구 예총회관을 무상으로 쓸 수 있으니 급할 것도 없다. 그 사이에 땅값은 구입 가격의 두 배가 넘게 올라 예총은 130여억원의 경제적 이득을 보았다.
이런 부조리한 상황에 대해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 문화관광부는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법적 대책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주무부처로서 169억원의 국고를 지원한 사업의 파행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참다 못한 젊은 예술인들이 10월 한 달 서울 대학로에서 목동 예술인회관 건립 사업 정상화를 위한 720시간 저항적 예술행동을 벌이겠다고 나설 정도다.
예총은 현재의 사태에 대해 공적인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만약 이 회관 건축이 예술인의 보편적 동의에 의해 추진되다가 중단되었다면 지금 항의시위를 하는 예술인은 아마 건축비를 마련하기 위해 모금운동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예술인의 상식과 기대로부터 너무나 동떨어진 곳에서 기획되고
추진되었다. 그것은 예술인이 아니라 예총을 위한 회관, 예술인회관이라는 이름의 오피스텔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술가들이 예술단체를 규탄하러 거리로 나가는 현재의 불합리한 사태가 종식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전문가들의 논의의 장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안규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