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04월 08일
때로는 남자도 앉아서 오줌을 싸야할 때가 있다.
옛날 어느 가을날 들에서 할아버지와 갈겆이를 할 때다.
집집마다 들에 나와 바쁘다.
벼를 베는 논, 베어놓은 벼를 묶는 집,
볏단을 집으로 지어 나르는 사람들
어린아이 어른 남녀 모두가 바쁘게 가을 일을 한다.
한참을 일하다 보면 소변이나 대변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높은 논두렁 밑을 찾거나 도랑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는 볏단을 세워놓고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소변을 보시는 것이다.
아이들 같으면 아무데나 소변을 볼 수도 있지만
어른들은 서서 소변을 보면
저 건너 호두나무댁 아주머니가 처다볼 수도 있다.
그때 할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신 지혜가 큰 도움이 되었다.
겨울 긴 밤에 잠자다가 한번쯤은 일어나 소변을 본다.
그때는 요강이 있었다.
오줌이 가득찬 상태에서
여자처럼 요강에 올라앉아 소변을 보다가는
잘 못하면 잠자는 식구들의 얼굴로 오줌이 날아간다.
그래서 무릎을 꿇고 서서
요강을 들이대고 소변을 보니
정확히 오줌을 쌀 수가 있었다.
사람은 어렸을 때 부터 오줌싸기가 참 문제이다.
잘 싸면 칭찬인데 잘못싸면 망신이다.
자다가 이불에 오줌을 쌌을 때는
반드시 오줌싸는 꿈을 꾼다.
마당에 나가 신나게 오줌을 쌌는데
아랫도리가 따듯하여 깨어보면 싼 것이다.
혼나고 체쓰고 소금받으러 다니고
물바가지 얻어맞고 징징 울던
어린시절 참 잘못되어도 대단히 잘못되었다.
잠들기 전에 오줌을 놓게 하던지
자다가 한번쯤 오줌을 늬이던지 할 일이지
결과만 놓고 야단치는 부모님의 지도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
지금은 양변기에 용변을 보는 시대가 되었다.
그것도 좌변기에 앉아서 용변을 보면 참 편하다.
그 옛날 푸세식(재래식) 변소에서
냄새와 오물튀김을 궁뎅이에 맞으며
고통 받던 것을 생각하면
좌변기에 정확히 앉아 소변을 보는 것은 신선의 행위이다.
그런데 남자라는 고정 관념에 갇혀
서서싸파들의 끊질긴 태도가
주변 사람들에게 주는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공중 변소의 좌변기는 왜 더러울까?
아파트 화장실에서는 왜 찌린내가 날까?
이게 서서싸 습관자들 때문이다.
환경 적응이라는 것은
관습에 의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장소에 따라 필요에 따라서
행동 양식을 바꾸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오줌싸기에 대한 이야기만 했는데
우리가 살면서 부딛는 많은 경우에
고정 관념을 버리지 못하여
어리석은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너무 많다.
늘 다시 태어나는 기분으로
내 습성에 배어있는 불합리를 털어버리고
새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죽을 때까지 해야한다.
그래서 본 칼럼의 이름을 그렇게 정한 것이다.
이러한 설명을 하지 않고
독자들이 글을 읽어가며 느끼기를 바랬는데
오늘 중앙일보 신문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어서
털어놓고 이야기를 한다.
명아dream
일본 남성 15% "앉아서 소변"
일본 남성의 약 15%가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7일 일본의 위생변기 제조업체 '토토'가
대도시 거주 주부 9백85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4.7%가 집 화장실에서
남편이나 아들이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밝혔다.
응답 주부의 40%는 남편이나 아들이
서서 소변을 볼 경우 "변기 등이 더러워진다"며
못마땅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남자가 서서 소변을 보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는
21%의 주부가 "그렇다"고 말했으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28%,
"어느 쪽도 좋다"는 39%였다.
[도쿄=연합] 기사 입력시간 : 2002.04.07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