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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 아프리카 속담이라는 이 말은 한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도록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한 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며, 이웃을 비롯한 지역사회 또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농경사회였던 과거에는 마을의 이웃끼리 두레나 품앗이를 통해 서로의 일을 도우면서 자연스레 서로의 가정과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함께 돌보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모습이 각기 달라졌고, 이웃의 개념 또한 변했다. 한 마을이 정으로 끈끈하게 뭉치던 과거와는 다르게 현대 도시에서는 이웃끼리의 교류도 극히 드물어졌다. 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끼리 얼굴을 마주할 시간조차 부족한 사회에서 마을의 아이들을 서로 돌봐주고 관심을 갖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진 것이다.
또한 대가족이 한 집에 모여 함께 살던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에서는 가족구성원 내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핵가족이 보편화되고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혼자 남겨지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자연스레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되고 학교가 되었던 가정과 마을이 시대의 변화로 인해 그 모습을 잃은 셈이다 ] http://news.ifac.or.kr/archives/9217
2015 새로운 도전 _ 마을과 함께하는 학교
서울마을이야기 제29호 (2015-06-24) 임은선 (소스북스)
서울특별시 서울정보소통과장- 내 손안에 서울
https://opengov.seoul.go.kr/mediahub/5362455
마을과 학교 상생프로젝트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마을이 아이를 키우는 데 그만큼 필수적인 요소라는 뜻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 사회에서 지켜야할 예의범절과 규칙, 하다못해 놀이 방법까지 이 모든 것을 마을 안에서 배웠다. 그러나 현대로 넘어오면서 마을은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받는 객체로 전락했고, 마을은 학생과 학부모로만 존재했다.
학교와 마을은 왜 만나야만 했을까?
2012년 마을 만들기 사업이 시행되면서 마을에는 변화가 생겼다. 공동육아와 돌봄, 여러 가지 교육 서비스가 마을활동의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고 마을 안에서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졌다. 씨앗기 사업의 중요한 의제가 영유아들의 공동육아와 초등 아이들의 방과후 수업이었던 데서 알 수 있듯이 마을살이의 시작에는 아동과 청소년이 있었다. 하지만 한계는 있었다. 공동육아의 성공 사례로 잘 알려진 성미산마을을 보자.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다니던 아이들이 취학연령에 이르자 마을을 떠나는 가족이 생겼다. 대안학교를 찾아 떠난 것이다. 성미산마을처럼 어느 순간이 되면 잘 진행되었던 마을공동체가 와해가 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했다. 성미산마을은 성미산학교라는 대안학교를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했지만 학교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학교를 만들지 말고, 원래 있던 학교를 바꿀 수는 없을까. 마을은 학교를 만나고 싶었다.
학교도 역시 마을이 필요했다. ‘공교육의 위기’라는 말이 지겨울 정도로 위태로운 공교육 현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문제였다. 좋은 대학으로 얼마나 많은 학생이 진학했는지를 기준으
로 줄 세운 학교 서열화, 좋은 상위학교를 진학하기 위해 필요한 선행학습, 이로 인한 학교 현장의 붕괴와 사교육의 비정상적인 비대화는 한국 공교육의 위기를 넘어서 한국 사회의 위기로 이어졌다. 물론 학교 안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그러나 학교만 변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학생이 변화해야 하고 학부모가 변해야 했다. 사회 전반이 변화해야 했다. 그래서 학교도 ‘마을’이 필요해졌다.
| 유 형 | 자치구 | 마을/학교명 | PD | 협력학교/마을 |
1 | 학교-마을 | 은평구 | 검바우 마을학교(은빛초등학교) | 이진아 | 은빛초 아버지회 외 4곳 |
2 | 학교-마을 | 성북구 | 푸른누리 마을학교(동구여자중학교) | 신아름 | 감성달빛 외 9곳 |
3 | 마을-학교 | 강북구 | 마을이학교 | 이상섭 | 숭곡중학교 |
4 | 마을-학교 | 중랑구 | 달팽이 마을학교 (달팽이마을) | 이경진 | 태릉중학교 |
송곡여자고등학교 | |||||
5 | 마을-학교 | 마포구 | 또보자 마을학교 (성미산마을) | 임연희 | 성서초등학교 |
성서중학교 | |||||
6 | 마을-학교 | 양천구 | 모기동 마을학교 | 유다원 | 양화초등학교 |
양동중학교 | |||||
영일고등학교 |
그러나 처음 시작한 사업인 만큼 어려운 점은 많다. 먼저 학교와 마을이 사용하는 언어와 진행 방향이 달랐다. 학교는 상부에서 하부로 지시하여 내려오는 방식이라면, 마을은 오히려 하부에서 여러 논의가 있은 후에 상부로 더디게 올라간다. 또 학교와 만나는 마을의 주체들이 정작 그 학교를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가 아닌 데에서 오는 한계도 있다. 일부 선생님만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뿐 학교 전체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생각했던 것만큼 성과를 이루기도 어려워 보인다. 다양한 문제들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그래서 지금까지 진행 상황과 문제점과 고민, 앞으로 개선할 점과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는 자리가 열렸다.
6월 12일(금)~13일(토) 1박2일 동안 마을학교 대표와 간사, 집행위원, 교육청과 선생님, 그리고 서울시와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이하 서울마을센터) 등 민, 관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을과 학교 상생프로젝트 워크숍에서는 TED 파티, 주제토론, 마을학교별 자유토론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마을과 학교 상생 프로젝트 확대워크숍 이모저모 ①_ TED 파티
상생 프로젝트 워크숍은 집행위원, 마을학교 대표, 마을학교 간사, 실무팀 등 마을과 학교 상생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의 자유 발표로 시작되었다.
마을 안에서 교육의 문제 해결하기
먼저 김명희 마을학교 팀장의 ‘마을과 학교 전반에 대한 이야기’로 TED파티는 시작되었다. 2012년 마을공동체 정책이 시작되면서 3000여 개의 주민모임이 생겨나고 10만 명의 마을 사업 참여자들이 등장했“다. 김명희 팀장은 “주민 모임은 지역별, 의제별로 활동 중이며, 행정구역으로 구분되지 않고 필요에 따라 관계망이 만들어졌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마을만들기 주체는 시나 기관이 아니라 주인임을 다시금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마을에서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주체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산, 육아, 성장이 마을에서 이루어지고 이것이 곧 교육과 연관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을과 학교의 만남은 당연한 수순이에요. 학교를 마을 속에 초대해야 합니다. 마을과 학교의 만남을 통해 교육이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김명희 팀장은 마을과 학교의 관계망이 단단해져야 함을 강조하면서 마을이 등장, 연결, 성장의 과정을 거친 것처럼 마을과 학교 상생 프로젝트 역시 그 과정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과정 속에서 선행하여 진행되고 있는 6개의 만남이 중추적인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62개의 씨앗기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어요. 6개 상생 사업과 씨앗기 사업들이 서로 끌어주고 미뤄주고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또 우리끼리 관계망을 형성하는 게 중요해요. 마을과 학교가 만나고 그 모임이 또 다른 네트워크를 이루는 생태계를 만들어봅시다.” 김명희 팀장은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이 사업이 어떠한 상상을 이루고 어떠한 이야기가 탄생할지 기대된다는 말로 발표를 마무리 했다.
마을과 학교의 만남, 그리고 고충 – 각각의 마을을 중심으로
다음은 태릉중, 송곡여고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달팽이마을학교의 이경진 간사의 “중랑구 마을 거버넌스 과정”에 관한 발표가 이어졌다. 중랑구 달팽이 마을 공동체는 2012년 만들어진 전업주부와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의 모임에서 출발했다. 이경진 간사 역시 두 딸을 둔 엄마로 참여했다. 엄마들이 모이니 고민은 ‘아이를 어떻게 해서 잘 키울 것인가’에 집중됐다. 엄마들은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중랑구의 교육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들을 만났다. 현재 태릉중의 이창국 선생님과 송곡여고의 이덕주 선생님이 함께 결합하여 마을과 학교 상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점은 많다.
“우리의 꿈은 하나예요. 중랑구 교육 환경을 바꾸는 게 꿈인데, 그 꿈을 도달하기 위해 하고 싶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차이가 납니다. 그걸 조율하는 과정이 어렵지만 고민하고 갈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경진 간사는 또 학교와의 갈등도 언급했다. “마을과 학교의 차이가 많아요. 마을에서는 하나 결정하려면 엄청 많은 대화와 토론의 과정을 통해 결론을 내는데 학교에서는 ‘이거 하자’고 하면 바로 진행해야 해요. 언어 차이, 속도 차이가 있습니다. 학교와 마을이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 되는 과정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경진 간사에 이어 또보자마을학교의 박종숙 대표와 모기동마을학교의 유다원 간사의 고민도 는 이어졌다. 박종숙 대표는 성미산마을이 학교를 만났으니 뭔가 하지 않을까하는 기대에 섞인 시선을 많이 느끼지만 내부적으로는 많은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성미산마을 활동을 하면서 우리는 시간과 장소만 바꾸고 늘 똑같은 사람들을 다른 이름으로 만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곤 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을 찾는 게 목적인데, 마을학교가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을학교를 통해서 관계망을 확장해 보고 싶습니다.” 또 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선생님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는 말과 함께 마을과 학교 상생프로젝트가 성미산마을에 새로운 전환이 될 것 같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모기동마을학교의 유다원 간사는 모기동마을학교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주민 모임을 처음 열고 올 4월 마을학교로 선정되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직책을 부여받아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저는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하는 문화예술기획자인데, 하루아침에 상사가 누군지도 알 수 없는 임금 노동자가 된 느낌이에요. 간사가 지켜야 하는 8개 기준에 맞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매일매일 업무일지를 적어야 하고 행정전문가가 되어야 하죠.”
마을 주체들의 고민을 들어보았다면, 이제는 학교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 서울시 교육청의 김영삼 장학사는 “학교 자치 중 교사 자치”에 대해 발표했다. 김영삼 장학사는 “학교는 위에서 아래로 조직화가 매우 잘 되어 있는 조직”이라며 “학교가 마을처럼 수평적인 방식으로 조직화하는 방법을 바꾸면 마을과 학교는 만나기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사 스스로가 자치를 경험해봐야 하는데 자치를 경험해본 적이 적어 도리어 자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학교의 내부적, 자발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사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요즘은 교사가 갖춰야 하는 전문성을 교과 수업을 잘 하는 것으로만 축소해 생각하는데, 좀 더 넓은 의미의 교사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책무성이 아닌, 책임성과 교육에 대한 공공성에 대한 인지가 교사들에게 필요합니다” 김영삼 장학사의 발표 내용은 본 뉴스레터 ‘마을학개론’ 코너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서울마을센터 유창복 센터장은 마을과 학교의 상생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마을살이의 주체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주민으로 서고 주민으로 대접받고 주민으로 관계 맺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마을 안에서 아이들은 객체로 존재했습니다. 마을과 학교 상생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이 주체로 서는 일이 이뤄질 수 있을 거라 봅니따.”
마을학교팀의 성예슬 씨는 “협력기획자, 교육지원청, 마을과 학교팀, 간사단 등의 다양한 조직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각자 처해있는 상황과 문제점이 다를 것”이리고 전제한 후 “그러나 학교와 마을의 목표는 같기 때문에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심한기 마을이학교 대표는 “마을학교에 대한 육하원칙”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속도를 내는 것보다 소통이 중요하며 과정이 길수록 좋은 성과가 나오기 때문에 올해는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소통하는 시간으로 보내자”고 말했다. “마을학교는 돌연변이가 되어야 한다”는 심한기 마을이학교 대표의 말로 2시간 넘게 진행된 TED 파티는 마무리 됐다.
마을과 학교 상생 프로젝트 확대워크숍 이모저모 ②_ 주제토론
TED 파티 속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주제토론으로 이어졌다. 1) 마을과 학교에서 나는 누구인가? 2) 마을과 학교가 어떻게 만날까? 3) 마을학교 활동으로 서울을 재설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4) 마을학교의 내용과 비전 등 네 개의 주제가 선정되었고 자유롭게 조를 나눠 토론을 진행하였다. 정해진 시간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토론이 이어지는 열의가 넘치는 시간이었다.
먼저 1조, ‘마을과 학교에서 나는 누구인가?’는 주제가 주제인 만큼 마을학교의 간사들이 많이 참여했다. 모기동마을학교의 유다원 간사가 TED 파티에서 발표했듯이 대부분의 간사들이 자신들은 기획자로 일해야 하는데, 실무 중심의 일들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했다. 실무 중심과 기획자 역할의 간극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사들만의 고민 차원이 아니라 집행위원회, 협력기획자와 함께 공유하고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토론을 마무리했다.
2조, ‘마을과 학교가 어떻게 만날까?’에서는 마을과 학교의 만남과 활동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을학교 간사와 김영삼 장학사를 비롯한 교육청 관계자, 교사가 토론에 참여했다. 마을학교 간사는 교사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관계 맺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이 프로젝트가 추가적으로 더해지면 대부분의 교사가 가욋일로 받아들여 싫어할 것”이라는 한 교사의 솔직한 고백도 이어졌다. 김영삼 장학사는 이런 간극이“교사의 전문성을 교실 속에 가두는 데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교사에게도 사회적으로 감당해야하는 역할들이 있는데, 그간 학교제도 안에서 교사의 사회적 역할은 도외시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담론화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2조는 행정인 학교와 마을이 만나는 일에는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그 속도와 방향을 맞춰 마을학교가 어려움을 극복해내자고 마무리했다. 특히 그 열쇠로 학부모(모임)가 중요한 접점이 될 것이라는 데는 모두가 공감대를 나눴다.
3조, 마을학교 활동으로 서울을 재설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는 “제도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공감대 형성이 더 중요하다”는 하나의 의견으로 모아졌다. 마을학교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마을학교에 대한 필요성에 천만 시민 다수가 공감할 때 서울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에 모두 동의하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방안을 고민했다. 마을 안의 활동뿐 아니라 마을 밖에서의 활동 역시 중요하다는 의견, 마을 밖의 사람들이 접근하고 그 사람들이 마을에 접속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의견, 우리의 언어가 아닌 마을을 모르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의견, 가치와 철학만이 아닌 실질적 성취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오갔다.
4조, “마을학교 내용과 비전”은 3개의 마을학교 대표와 장학사, 서울시 마을과 공무원,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 센터가 참여해 ‘마을학교 어떻게 가야하는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이었다. 마을 전체가 마을학교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 마을은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 마을 안에서 각자의 경험치를 어떻게 하나로 모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오갔다. 4조는 마을학교는 성과나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마을과 학교 등 다양한 주체들의 의식의 변화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으로 토론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1박 2일 간의 짧은 만남은 마무리되었다. 마을 주민, 학교 교사와 교육청 관계자, 서울시 관계자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고민과 생각을 함께 나누며, 아직은 미지수인 ‘마을학교’에 대한 저마다의 상(상)을 펼쳐 놓는 자리였다. 과정은 지난하고, 합의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상생프로젝트로 이루고 싶은 꿈은 하나라는 것을 또한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마을의 모든 아이들이 학교와 지역사회의 올바른 돌봄과 교육을 받으며 지역사회 성숙한 일원으로서 주체적으로 성장하고 참여하는 것. 그 희망찬 미래가 올 때까지 그저 기다릴 수만은 없는 마을과 학교는 상생프로젝트를 통해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계속 달려갈 것이다, 앞으로도 죽.
[청소년의 행복] 가정과 학교에만 책임지우기엔 어려움 많아…
생생한 삶의 현장인 지역사회 배움터 필요
한겨례21 제1110호 2016-05-18 17:22
http://h21.hani.co.kr/arti/H_special/41730.html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염유식 교수팀이 발표한 ‘2015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90.4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19위이다.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의 측정 지표는 물질적 행복, 보건과 안전, 교육, 가족과 친구관계, 행동과 생활양식, 주관적 행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주관적 행복지수는 주관적 건강, 학교생활 만족, 삶의 만족, 부정적 생각을 측정하는 것이다. 꼴찌 수준인 주관적 행복지수에 비해 생활과 생활양식(135.7점, 1위), 물질적 행복(114.4점, 2위) 등은 순위가 아주 높게 나오고 있다.
주관적 행복지수 하위권에 머물러
물질적 행복 및 주변 환경이 좋다고 하더라도 주관적으로 행복하지 않을 경우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을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어린이·청소년 약 5명 중 1명이 자살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은 14.3%, 중학생 19.5%, 고등학생 24%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자살충동 경험률이 상승하고 있다. 높은 자살충동은 실제 자살로도 이어진다. 통계청의 ‘2015년 청소년통계’에서도 2012년, 2013년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모두 자살이었다.
이처럼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이 아니더라도 무기력을 호소하는 청소년이 많다. 외부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상황과 스스로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무기력과 무동기 속에서 자신감과 자존감은 낮아진다. 물질적 행복을 비롯해 외형적인 상황은 부모 세대보다 더 나아졌지만 내면으로는 더 불행하게 느끼는 이유다.
실제 PISA나 TIMMS 등과 같은 국제학력성취도 검사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학업성취도는 높은 편이지만 흥미, 동기, 자신감과 같은 영역에서는 낮은 점수가 나온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반대로 학업성취는 낮은데 정서적 영역의 점수는 높다.
청소년들은 어떻게 흥미를 갖고 동기를 찾을 수 있을까? 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존 듀이는 경험으로서의 교육을 강조했다. ‘행함으로써 배운다’(learning by doing)는 교육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바로 ‘경험’이다. 교육학자 로저 하트 역시 청소년 참여모델의 8단계를 제시하며 가장 높은 수준의 참여는 청소년이 주도하면서 성인들과 의사결정을 공유하는 단계라고 보았다. 나아가 청소년의 참여를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그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영향을 주는 의사결정을 공유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청소년들이 아무런 경험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책임감 있게 참여하는 성인이 되기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사회에 참여하는 방법이나 책임감을 경험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청소년들의 사회참여 돕는 마을교육공동체
사실 체험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도입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교육과정이 제시한 시수 동안의 활동만 아니라, 학교 안팎의 다양한 장소에서 주말, 방학 등을 활용해 이루어지는 모든 교과 외 활동으로서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을 포함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창의적 체험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전면화하는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2013년 일부 시작되어 올해부터 전면 실시되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한 학기 동안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더욱이 교육부는 지난 4월5일 ‘제2차 진로교육 5개년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진로교육 집중학기제(학년제)를 올해부터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하도록 했다.
체험과 프로젝트 중심의 교수법은 수업 자체의 방식까지 바꿔서 올해 2학기부터 중학교 1학년 ‘통계’ 단원에 팀 프로젝트형 수업을 적용토록 했다. 팀 프로젝트 수업은 생활 밀착형 주제를 고른 뒤 자료 수집→분석→결과 발표 등의 과정을 직접 체험해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우리 학교 학생들은 언제 보건실에 가장 많이 갈까?’ ‘공부 시간이 길수록 성적은 올라가는가’ 등의 주제를 정하여 조별로 자료를 수집·분석해 그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러한 체험활동, 진로교육이 학교만으로는 어렵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제공할 수 있는 체험 기회가 한정되어 있고 모의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생한 삶의 현장이 있고, 다양한 실제 문제들이 있는 지역사회가 배움터가 되었을 때 교육부가 의도한 청소년들의 다양한 체험활동과 진로활동이 가능할 수 있다. 지역사회와 연계된 청소년 체험활동이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2013년부터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는 마을교육공동체는 청소년들의 행복을 위한 프로젝트이다. 한국외국어대 김용련 교수는 마을교육공동체의 실천적 의미를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것’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는 것’, 그리고 ‘아이들을 마을의 주인(시민)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서울의 마을결합형 학교, 마을과 학교의 연계사업, 혁신교육지구사업, 경기도의 ‘꿈의 학교’ 등이 모두 이러한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한 청소년 행복 찾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일례로 의정부의 ‘꿈이룸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자신들이 하려는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서울 노원구의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에서는 아이들이 ‘이미 시작된 변화’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문제를 해결한다. 학교협동조합 매점을 만들어 어떠한 물건을 얼마만큼 들여와 어떻게 판매할지 의논한다. 모두 지역과 학교가 만나는 접점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청소년 중심의 체험활동이다.
지역사회가 행복만들기 나서야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한 가정만이 아닌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1955년 하와이 카우아이섬에서는 신생아 833명이 18살이 될 때까지 추적하는 대규모 연구를 했다. 40여년간의 연구분석을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201명 중 3분의 1인 72명이 출생과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훌륭하게 성장한 원인을 밝혀냈다. 그들은 모두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믿어주고 편이 돼 주고 응원해 준 사람이 한 명 이상 있었다. 미래의 주역으로서만이 아니라 현재의 주역으로서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기 삶의 주인임과 동시에 당당한 한 시민으로서 사회 참여와 행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함께 배움의 공간이 되고 응원의 역할을 할 때이다.주수원 정책위원 social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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